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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아이들 파는 '인력파견업체'가 됐다"

[인터뷰]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구의역'에서부터 'LG유플러스', '제주음료회사'까지. 끊임없이 특성화고, 특히 현장실습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장실습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3학년 후반에 기업체로 파견돼 일하는 것을 말한다. 졸업 이후 정식계약을 맺기에 '조기취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런 현장실습 제도가 최근 2~3년 사이 연이어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면서 '저임금 노동력 공급', '법의 사각지대'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현장실습 관련해서 얼마만큼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지, 그 수치와 규모 등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대략적인 참여 기업 수, 그리고 참여 학생 수만이 통계로 잡힐 뿐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5월 14일, 직업계고 산업체 현장실습 지도점검 지원 위탁사업 기관을 공개모집한다는 공고를 발표했다. 그간 '깜깜이'였던 현장실습 제도의 실태를 전수조사를 통해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전국 현장실습 참여기업인 3500여개를 교육부에서 선발한 민간기관 1개가 지도·점검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교육단체들은 반발한다. 그간 교육단체들은 현장실습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현장실습 실태 전수조사를 요구해왔다. 그런 그들이 이번 현장실습 전수조사는 왜 반대하는 걸까. <프레시안>에서는 그간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를 모니터링하고 연구해온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노무사)를 만났다. 그에게서 현재 진행하는 전수조사를 반대하는 이유부터, 현행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 등이 무엇인지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5월 26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1번출구에 모인 '구의역참사2주기추모사업단'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나다'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프레시안(허환주)

"학교가 사실상 인력파견업체가 됐다"

프레시안 : 제주음료회사 사고, LG유플러스 여고생 자살 등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가 이슈화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이 문제에 매달려 왔다. 현장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물론, 많은 교사들을 만나면서 현장실습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에서 바라봤을 때,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이수정 : 우선 현장실습을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다른 현장실습 유형은 잘 알려져 있지 않기에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이 현장실습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안적인 직업교육을 위해서는 전공과 학생/학교 상황에 맞는 다양한 현장실습이 이뤄져야 하는데 취업률을 강조하던 2008년부터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올인'하고 다른 형태의 현장실습은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상업계열이나 보건계열 등은 현장실습 유형이 좀 더 다양하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비율도 공업계열에 비해 매우 낮다.

이를 전제로 이야기해보면, 현행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의 가장 큰 문제는 학교를 사실상 인력파견업체로 전락하게 만든다는데 있다. 학교는 3학년 2학기 때, 현장실습이라는 수단을 통해 학생을 아무 곳이나 취업시킨다. 취업만 하면 그만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인력업체를 연상케 한다. 인력업체가 노동자를 업체에 소개해준 뒤, 소개비를 받지 않나. 그런데 인력업체는 그 노동자가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위험한 일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학교가 이와 마찬가지 구조로 가고 있다.

프레시안 : 현장실습이라는 장치로 학생을 아무데나 보내놓고는 취업률만 취합하는 식인 듯하다. 학교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이수정 : 취업률 때문이다. 학교는 취업률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신입생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기준 중 크게 작용하는 게 취업률이다. 또한, 교육부에서 취업률 경쟁을 부추긴다. 취업률이 좋은 학교는 지원금 등 인센티브를 부과하고, 좋지 않은 학교는 학과 통폐합, 또는 학교까지 통폐합하는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렇다 보니 학교로서는 취업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그리고 그러한 취업률을 높이는데 이용되는 게 현장실습이다?

이수정 : 그렇다. 현장실습은 학생이나 학교 모두 비슷하게 생각한다. 즉, 취업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전문대생과 비교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렇게 현장실습으로 취업한 아이들이 졸업 이후에도 그 기업을 다니느냐, 즉 유지율을 살펴봐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유지율이 매우 낮다. 상당수 아이들이 현장실습으로 취업한 회사를 그만둔다.

"위험한 노동현장 바뀌면 해결된다? 논점 흐리는 이야기"

프레시안 : 그렇다면 현장실습이라는 장치로 취업을 한다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왜 아이들이 견디지 못하고 이탈한다고 생각하나.

이수정 :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규모가 작고 노동환경이 열악하다. 그런 환경을 학생들이 견디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이탈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중소기업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가 무척 어렵다. 현장실습을 통해 실무를 배운다고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서 교육을 시킬만한 규모, 그리고 여유를 가진 기업들은 전무하다시피하다.

근본적으로는 산업구조가 매우 변했음에도 직업교육은 1970~1980년대 중공업이 번창하던 시기에 멈춰 있다는 점이다. 자연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산업체에 파견해서 진행하는 현장실습은 우리 교육과정 체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하려면 학제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어떤 식의 학제개편인가.

이수정 : 학생들이 모두 일반계로 진학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정기간 공통과목을 다 이수하고, 인문계, 예체능계, 직업계 등으로 나눠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넘나들 수도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일반계고의 반대가 심할 듯하다.

이수정 : 맞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보편 교육이다. 어떤 직업을 갖고 살든,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게 공교육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초등학교 진로교육부터 잘못 됐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가 진로교육의 전부가 됐다. 그런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 가니, 그 프레임을 못 벗어난다. 특성화고의 경우,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염두에 두고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공교육이 이를 부추긴다. 그런데 중학교 졸업할 때, 직업 결정이 가능한가. 학제개편이 필요한 이유는 좀 더 공교육을 강화하고, 그럼으로써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결국, 그런 방향점이 없다보니 현장실습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기업에 아이들을 무작정 집어넣는 식인 듯하다. 그렇다 보니 정작 아이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얼마 못가 나오는 식이다.

이수정 : 그렇다. 결국, 현장실습이 경쟁력을 지닌 제도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생과 학교가 원한다면서 이 제도를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현장실습의 순기능이 필요하니, 순기능은 그대로 두고 역기능을 없애는 방식으로 현장실습을 운영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수정 : 나도 실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습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학생을 희생시키는 현장실습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역시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혹자는 위험한 노동현장이 바뀌면 해결된다고 이야기한다. 현장실습을 하다 아이들이 다치고 죽는 게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이라고만 말한다. 근본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지만 나는 논점을 흐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이수정 :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공교육 과정으로서의 현장실습이다. 즉, 이를 진행하는 학교의 직업교육, 그리고 직업훈련이 제대로 되고 있느냐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짚는 게 아니라 노동안전의 관점으로만 사안을 바라보려 하는 것이다. 산업현장의 안전만 확보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단순하게 이야기한다. 현장실습 문제는 교육의 관점에서 먼저 살펴야 한다. 산업현장 문제로만 접근한다는 건, 한마디로 현장실습 문제를 해결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똑같다.

ⓒ프레시안(허환주)

"3500개 기업 전수조사, 제대로 되기 어렵다"

프레시안 : 교육부에서도 현장실습의 문제를 인식하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관련해서 전수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가 나오면,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나지 않겠나.

이수정 : 관련해서 할 말이 많다. 교육부에서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정작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 3500곳을 조사하는 것에 불과하다. 2017년 발표된 자료를 보면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은 3만1000여 곳이다. 이중 10%를 조사 하는 셈이다.

또한 문제는 이들 3500개 기업을 어떻게 조사하느냐다. 전수조사는 한마디로 교육부에서 산업체 점검을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를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전수조사를 교육부가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교육부 위탁 민간업체가 한다. 이런 전수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나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산업체가 왜 교육부에 협조하겠나. 교육부에서 산업체에 협조공문을 보낸다고 말을 들을까.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한다 해도 싫어하는 게 기업들이다. 그나마 노동부는 기업에 과징금 부과하고 특별감독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라도 있으니 겨우 말을 듣는다. 그런데 교육부는 기업에 어떤 권한이 있나. 게다가 교육부의 위탁 민간기업이 한다? 말이 안 된다.

프레시안 : 조사하는 3500개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문제일 듯싶다. 어느 기업에서 그런 조사를 받으려 하겠나.

이수정 : 알아본 바로는 이번 전수조사를 맡게 되는 민간업체가 일일이 기업을 선정하고 컨텍(contact)까지 다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민간업체가 어떻게 할 수 있나. 게다가 선정하고 전수조사까지 한다고 치자. 이후 드러난 문제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부는 민간업체가 노동부에 진정을 해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민간업체가 어떻게 그런 일까지 하나. 더구나 문제 관련, 진정을 통해 사건을 진행하다 학생이 졸업할 경우,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도 교육부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런 고민이 하나도 없이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전수조사를 하려하고 있다.

프레시안 : 3500개 기업을 조사하는데 사업비가 5억 원에 불과한 것도 문제인 듯싶다.

이수정 : 한마디로 '페이퍼(paper)'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말로는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하나 정작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은 조사를 안 할뿐더러 교사 의견도 묻지 않는다.

프레시안 : 최근 들어 상당수 교육청에서 현장실습 관련, 전수조사가 있지 않았나. 그때는 어땠나.

이수정 : 마찬가지다. 직접조사가 아닌 모두 간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이수정 : 이런 방식이다. 각 학교에서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을 조사해서 문서를 만든다.

프레시안 : 기업 조사는 어떻게 하는가.

이수정 : 교육부에서 보낸 체크리스트에 기업을 점검해서 체크하는 식이다. ‘표준협약서를 작성했는가’, '최저임금을 지키고 있는가'. '연장근무를 했는가' 등이 항목으로 돼 있다. 다 OX로 체크한다. 그렇게 학교에서 서류로 만들어 놓으면 교육청이 이를 살펴보고 전체를 수치화 한다. 경기교육청처럼 일부 팀-공인노무사, 교감, 취업담당교사-을 구성, 사업체 10여 곳을 직접 방문 조사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보통 교사가 기업에 전화하거나 방문해서 본 것을 중심으로 체크하는 식이다. 이렇게 조사해놓고 전수조사 했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현장을 가는 것도 아니고, 산업체에서 답변 받은 것을 그대로 서류로 옮겨 놓은 것을 취합만 해놓고서 말이다.

▲ 현장실습 전수조사에 사용된 체크리스트에는 적절 or 부적절만 체크할 수 있게 돼 있다.

"제대로 된 전수조사, 현장실습 문제 해결하는 첫 걸음"

프레시안 : 아까 말한 '페이퍼 조사' 인 듯싶다. 모든 교육청이 그런 방식으로 했나.

이수정 : 경기도교육청은 조금 달랐다. 유일하게 현장실습 조례(‘경기도 고등학교 현장실습 지원에 관한 조례’)가 있다. 교감과 취업담당 교사와 노무사가 짝을 이뤄, 열 몇 개 기업을 직접 방문·조사를 했다. 그런데 그때 방문한 기업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몇 가지 근로기준법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교사들의 반응이다. 함께 간 노무사에게 읍소를 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문제를 지적하고 이런 식으로 따지면 나중에 아이들을 어떤 기업에도 보내지 못한다고 했다. 기업이나 교사가 보기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드러난 문제들을 부각하는 게 어려웠다고 한다.

프레시안 : 경기도교육청에서 현장조사를 한 열 몇 개 기업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

이수정 : 스스로 오라고 한 기업들이었다고 들었다.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라고 한 기업에서조차 여러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프레시안 : 당시 교육청에서 발표한 전수조사 내용들을 보면, 최저임금 위반 몇 건, 근로시간 위반 몇 건, 이런 식으로 건수로만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전수조사라고 하기엔 내용이 너무 없었다.

이수정 : 조사 결과는 사실상 표 하나로 끝났다. 적발건수로만 이야기했다. 정작 중요한 최저임금을 몇 개 기업에서 어겼는지, 그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또한 노동시간을 몇 시간이나 어겼는지 등 세밀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프레시안 : 교육청에서 그렇게 돈과 시간을 들여 전수조사를 하고서도 그렇게 간단한 결과만을 발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수정 : 교육청도 현장실습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없애거나 수정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의 반발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소한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나 싶다.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사안의 실태를 조사하는 게 우선이다. 아픈 환자를 치료하려면 진찰을 먼저 하는 것과 같다. 현장실습을 개선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전수조사를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이 현재 문제점이 많은 현장실습을 해결하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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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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