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의 코스피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주요 증시들이 1% 안팎의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 가까이 급락하며 2420선까지 밀려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에 영향을 미친 주요 악재로 중국 경제 지표 악화와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금리 인상 정책 발표 두 가지를 지목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생산·투자 등 실물경제 주요 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국가통계국은 "하반기 중국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조건을 갖고 있어 경기 하락 가능성은 없으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며 중국 경제에 대한 둔화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의 무역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예정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500억 달러(약 54조 원)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세부품목 발표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산 대두·자동차·화공제품 등 14종류 106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맞대응을 하고 있어,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재점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추세는 중국 정부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3월과 12월, 그리고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 중국 인민은행이 시중금리를 올리며 금리 차이를 유지하는 결정을 했지만,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1.75~2%로 0.25% 포인트 올린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인민은행이 동조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중국 실물 경제가 둔화되고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등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려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고민은 한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날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금리격차가 0.5% 포인트로 벌어졌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은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르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연내에 한 차례, 그것도 가급적 인상 시기를 늦추려고 고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준 의장 "미국 경제는 매우 탄탄하다"...하반기 두 차례 추가 인상 예고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횟수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반기에 두 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할 예정임을 분명히 했다. 올해 4차례 인상을 할 만큼 미국 경제가 탄탄하지 않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과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경제는 '매우 탄탄하다(in great shape)'라고 선언했다. 또한 그는 "일자리를 찾기 정말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가계동향을 봐도, 재계 동향을 봐도 신뢰지수가 높다. 미국의 경제는 현재 정말 굳건(solid)하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설타임스>는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태에 대한 파월 의장의 발언은 근래에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낙관적인 묘사"라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연준의 관리목표치인 2%를 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까지 미국의 실업률은 1960년대 이후 최저수준인 3.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준이 1년전 전망치 2.1%보다 크게 높아진 2.8%까지 수정됐다.
연준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통화팽창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이제는 과열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금리 수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연준 위원들은 미국 경제를 부양하거나 제동을 걸지 않는 중립적인 금리 수준의 중간값을 장기적으로 평균 2.9%로 잡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2020년까지 예상하는 기준금리 인상 수준의 중간값은 3.4%"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금리수준을 넘을 때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연준 의원들이 다수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통화팽창에 따른 후유증까지 고려할 경우, 기준금리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은행은 한미간 금리차이만으로 자본유출이 격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신흥국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탄탄한 한국 금융시장으로 오히려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횟수가 누적될 수록 아르헨티나·브라질·터키 등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신흥경제국들의 금융불안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들 신흥시장에서 금리 상승 여파로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부채와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취약 국가들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이미 신흥국 위기의 중심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자본유출과 페소화 가치 급락을 견디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 3년간 500억 달러(53조4750억 원)를 지원받기로 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빠르게 거듭할 경우 이른바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자금경색이 초래되는 것을 의미하는 '긴축발작'으로 신흥국들의 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뇌관이 된다는 '위기설'이 반복해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시기가 문제일 뿐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도 시작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가계부채발 부동산 시장 붕괴 등 '제2의 IMF 도래설'이 회자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