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민심은 연령과 정치적 성향에 무관하게 '반MB 정서'가 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야당을 밀어야 한다"는 쪽과 "박근혜가 하면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저쪽이 2석이면 우리는 선방이고 3석을 가져가면 안 좋은 것이고 4석 이상 뺐기면 완패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니 저쩌니 해도 막상 표 찍을 때는 우리 쪽으로 온다"면서 "2~3석 내주는 수준에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관계자는 "부산 울산 경남 합해서 10석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부산에서 4석 이상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범한나라당 후보가 난립할 경우 판은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5% 남아있는 마의 벽을 넘어서면 된다"
이미 활발한 지역 활동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은 22일 사상구 괘법동의 사무실에 '문이열린캠프' 개방행사를 진행했다.
제 발로 찾아온 지지자들 앞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성찰과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을 두 축으로 삼고 이야기를 풀어낸 문 이사장은 "참여정부 5년을 경험했는데, 5년 동안 굉장히 많은 개혁과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민심을 얻지 못하고, 평가는 참담했다"면서도 "정권계승에 실패하고 그 이후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와 (참여정부를)비교하면서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무엇이 절실한 것인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세상은 노무현 대통령 말씀처럼 '사람 사는 세상'이라"며 "자본주의 사회가 무한경쟁을 하면서 격차가 생기고, 낙오자와 처지는 사람 생기는데 이 낙오되고 처지는 사람을 함께 배려하고 격차를 줄이고 통합하는 세상을 지향하는 세력이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저쪽을 말하기 전에 우리도 문제다. 진보진영 사람들이 좋은 사회적 목소리를 내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왜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을까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쪽을 인정 안하는 적대감이 문제다. 이것이 진보진영의 품을 넓히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 울, 경에서 10석 이상을 목표로 내세운 문 이사장은 "허황되게 들리지 만은 않는 게 6·2 지방 선거 때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가 45%를 득표했고, 18대 총선 때도 이와 유사한 득표율이 나온 지역이 더 있다"면서 "한 5% 정도 남아있는 마의 벽을 넘어서면 한꺼번에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문재인 이사장과 문성근 최고위원은 "바람이 다르다"는 슬로건을 함께 내걸고 있다ⓒ프레시안 |
문 이사장보다는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인 문성근 최고위원은 북강서을 내 인구밀집 지역인 화명동, 덕천동 지역에서 거리 인사를 다니고 지역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지지자들과 함께 자신이 출연한 '부러진 화살'을 관람하는 등의 일정을 진행했다.
22일 오후 문 최고위원의 선거 사무실은 다소 썰렁했다. "최고위원은 지지자들과 영화 보러 갔다"고 말한 관계자는 "'부산하고 니가 무슨 상관이라꼬 여기 나오는데'라는 정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 표밭을 갈고 있었던 민주통합당 인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바꿔보자는 정서가 높고, 젊은층이 높은 지역 특성상 바람 선거를 해볼만 하다"고 기대했다.
"우리는 문재인이다"vs"박근혜 힘들게 하는 이명박이 싫다"
부산의 젊은층에선 야당에 대한 기대가 점점 향상되는 모습이 뚜렸했다. 22일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만난 부산대 이공계열의 한 교수는 "사실 우리가 좀 보수적인 사람인데, 요새 말로 '좌빨'이 다 됐다"면서 "이명박에 대해선 할 말 자체가 없다. 박근혜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주 보수적인 쪽에선 그래도 박근혜, 한나라당 이러지만 우리는 문재인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자리에 함께 한 중앙부처의 한 간부도 "총선에서 부산 투표권이 없지만 문재인으로 가야 한다. 본가에 가서도 이야기했다"면서 "격이 다르지 않냐"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한 다른 이들도 "우리도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등산 등으로 소일하고 있는 한 80대 노인은 "이명박이 정말 문제다. 해먹어도 일가가 다 저렇게 해먹는 사람들은 처음 봤다"면서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야 하는데, 이명박이 애를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깨끗한 박근혜가 되면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60대의 대기업 퇴직자도 "교회나 동창 모임 나가보면 이명박 대통령 욕은 많이 하는데, 그래도 아직 우리 세대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많다"면서 "바뀌려면 멀었다"고 말했다.
친이계로 꼽히는 한나라당의 한 예비후보는 "정정당당하게 붙어보려고 엄중한 각오를 하고 있다"면서도 "민심이 워낙 안 좋다"고 토로했다.
총선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은 "박근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노년층 및 보수층과 "문재인으로 싹 갈아보자"는 젊은층 및 비(非)보수진영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공유하는 지반은 반(反)MB라는 이야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