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여야가 도입에 합의한 석패율제도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당의 열세 지역에 출마했다가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자당 비례대표 내에서 구제해 주는 석패율제도가 진보정당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설 연휴 직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석패율제 도입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당내에서는 "오해가 많다"는 적극적 해명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부겸 최고위원은 20일 논평을 통해 "석패율제와 관련해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낸 김 최고위원은 석패율제 적용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부산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20일에는 역시 부산 도전을 준비 중인 김정길 전 장관도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석패율제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유력 정치인 구제책"이라는 주장에 행동으로 반박하겠다는 것이다.
김부겸 "석패율제 관련 사실 아닌 주장이 난무"
김부겸 최고위원은 이날 "석패율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을 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논평에서 "석패율제는 한나라당의 경우엔 호남에서만, 민주당의 경우엔 영남에서만 실제 적용될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 호남에 무슨 한나라당 중진이 있으며 영남에 무슨 민주당 중진이 있냐"고 반문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석패율이 도입되어도 비례대표 의석 총수 54석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정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진보정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석패율제도가 비례때표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데 대해서도 김 최고위원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기 당에서는 기존대로 비례대표를 배정하고 취약지역 출마자에겐 주지 않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석패율제의 폐단으로 일각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각 당의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일로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 최고위원은 "통합진보당은 석패율이 도입되면 야권연대의 동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우"라며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는 국민들의 명령이고 시대의 요청으로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야권연대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가장 이상적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민주개혁진보세력의 의석수로는 당장 실현이 불가능하지 않냐"며 이같이 말했다.
잇따르는 영남권 주자들의 '발빼기' 선언…김정길 "나는 혜택 안 받아"
원내 지도부가 한나라당과 도입에 합의했지만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인식도 엇갈린다. 김부겸 최고위원 외에도 이인영 최고위원 역시 "지역구도를 넘기 위한 선거제도로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거나 최선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차선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차악은 석패율제, 최악은 현행대로"라며 긍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반면 문성근 최고위원 등은 반대 입장이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경선 직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석패율제는 비례대표 숫자를 줄이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직능대표 위주로 가야한다는 원칙과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 반대한다"고 밝혔었다.
특히 석패율제 도입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영남권 출마자들의 "나는 혜택을 받지 않겠다"는 '발빼기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김정길 전 장관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PK(부산경남) 지역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냐에 대해 조금 회의적"이라며 "석패율제가 도입되더라도 혜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석패율제가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되지만 통합진보당 등 소수 정당들이 원내에 진출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야권 단일화에도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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