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법은 하나다. 대통령을 탈당시켜야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그게 비대위원이든 누구든, 그 사람들이 당을 나가면 된다"고 박근혜 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의원은 "비대위원들이 비대위원장을 모시고 나가서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절단을 했으니까, 이명박 정부의 모든 실정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대통령을 갈등의 중심에 세워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은 그냥 지나갈 수 없다"며 "우리 아버지가 잘못한다고 아버지를 호적에서 빼겠다고 하면 패륜아가 할 짓이지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아니다"고 박 위원장과 김 위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 박근혜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이재오 의원 ⓒ뉴시스 |
박 위원장이 영입한 김종인 위원을 비롯해, 이상돈, 조동성, 조현정, 이양희, 이준석 비대위원은 한나라당에 입당하지 않았다. 즉 이재오 의원이 언급한 '탈당 대상'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을 비롯해, 김세연, 주광덕 의원, 당연직인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이다.
현재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탈당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김종인 위원의 탈당 요구 발언을 공개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오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박 위원장과 김 위원의)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의구심을 보냈었다.
이 의원은 한때 60여 명의 범친이계 계파를 이끌던 수장이었지만, 현재 이 의원을 따르는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불만이 있는 '반박 세력'이 이 의원의 주장에 동조할 경우 그 세는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당장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인 차명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위원은 한나라당 당원 동지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며 "한나라당을 맡길 비대위원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사퇴 동의 서명서를 돌리고 있다. 김 위원 해임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비대위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같은 논란에 대해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말을 아끼자"는 분위기지만 참모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끝날 때까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입장은 현재까지 "탈당이 당의 진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수준이다.
총선 앞두고 한나라당 분당 가능성, 어느 정도?
박근혜 체제의 쇄신 작업이 연일 삐걱대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총선을 앞둔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반박 세력'들이 집중적으로 낙마할 경우, 분당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각개전투' 식의 무소속 출마보다 집단 탈당해 신당을 만들거나, 기존 보수 정당에 입당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오 의원 등 수도권에 포진한 친이계 구주류 사이에서는 "한나라당 간판 말고 새 간판으로 선거에 나서는 게 오히려 당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한나라당은 총선을 앞둔 분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간판을 내거는 게 힘들면 다른 간판으로 당선되면 좋다. 보수는 대선을 앞두고 무조건 단결하게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이마저도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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