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신임 지도부 선출에 따라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야권의 연대 협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선거연대의 핵심 주체 두 축이 모두 총선을 위한 자체 정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16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신임 대표에게 "'총선승리를 위한 야권연대기구'를 빠르게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통합진보당은 그러면서 연대의 원칙으로 "선거결과가 정당 지지율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 지지율에 비례하는만큼 민주통합당이 양보해야한다는 얘기다.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이 얻었던 13%의 정당 지지도를 기준으로 볼때 40석이다.
문제는 민주통합당이 이런 방식의 연대에 현재까지는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지도부 모두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앙당 차원의 당 대 당 협상으로 지역을 '배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진보통합당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열어 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쉬운 협상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총선 승리'를 공언하는 한명숙 대표의 최대 시험지가 될 야권 연대 협상이라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선거 결과가 정당 지지율 반영하도록 하는 선거연대 되어야"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연대 협상을 시작하자고 민주통합당에 제안했다.
이들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국민의 지지가 왜곡되는 한계가 있다는 공동 인식에서 출발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공동공약으로 합의하고, 선거결과가 정당 지지율을 반영하도록 하는 노력을 야권연대에서부터 실천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정당 지지도 등을 고려하고 지역독점을 해소할 합리적인 기준에 입각해 상호 호혜적인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어 야권 단일후보를 내자"고 요구했다.
▲통합진보당은 16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신임 대표에게 "'총선승리를 위한 야권연대기구'를 빠르게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
구체적 협상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이정희 공동대표는 "현행 선거제도가 큰 정당은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작은 정당은 지지율보다 적은 의석을 갖게 하는 문제가 있고 민주당 역시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만큼 정당 지지율대로 의석수가 배분되도록 야권이 먼저 실천적으로 모범을 보여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의 논의도, 어떤 범위의 논의도 다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공동대표도 "큰 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기술적 문제는 충분히 전문가들이 해결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선거연대의 결과가 정치개혁, 정당개혁의 방향에 부합해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지지도에 따른 의석수 배분' 요구가 곧 민주통합당의 대폭적인 양보 요구를 아니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정희 대표는 "큰 사람이 양보하라는 양보론이 아니라 2013년 정치체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기본 가치에 공감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전의 야권연대처럼 단순히 이기기 위한 질 낮은 수준의 연대에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합 정당' 미련 버리지 못하는 민주통합당
▲ ⓒ프레시안(최형락) |
문제는 민주통합당이다. 한명숙 대표는 15일 당 대표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면서도 "중앙 중심 (당 대 당 협상)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자체적으로 공천해내는 것도 존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당 대 당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표 당선 직후의 발언은 포괄적이지만, 한 대표 등 민주통합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통합진보당과의 '연합 정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직전 진행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일단 미완에 그친 연합정당 제안을 (통합진보당에) 다시 해보려 한다"고 했고,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지도부에 입성한 문성근 최고위원도 "(경선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정당 연합을 제안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고개를 젓고 있다. 세 명의 공동대표는 이날도 연합정당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재확인했다.
"연합정당 안 되면 지역별 경선이 불가피"…합의점 찾을 수 있을까?
결국 남은 것은 연대 협상인 셈인데,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세력과 관계없이 "연대를 하더라도 경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다. 경선 없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후보들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논리다.
상대적으로 연대연합에 적극적인 문성근 최고위원조차 선거 과정에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합정당이) 정 싫다고 하면 단일화 연대 협상을 해야되겠지만 유일한 해법은 박원순식 단일화"라며 "(통합진보당이) 안 받아들인다면 파국이 걱정된다"고 주장했었다.
통합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 역시 최근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현역 의원더러 양보하라고 하는 게 별 설득력도 없는만큼 이정희 대표가 관악에서 (출마)하려면 김희철 의원과 경선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고, "이 상황이면 (통합진보당에) 호남은 양보 못한다"고도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겉으로는 "단일화 규칙(룰)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정당 지지도가 선거 결과에 반영되도록'이라는 말 속에는 경선이 아닌 '정치 협상'을 통한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4월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개월 여, 이처럼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서로 완벽하게 등 돌리고 서 있는 이들이 어느 지점에서 합의점을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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