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디도스 테러 자행한 한나라당이 자료 제출 하라니"

망신 당한 한나라 "참 이해할 수 없다"…불쾌하지만 뾰족한 수 없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관련된 한나라당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며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불쾌감을 표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상 한나라당이 선관위에 망신을 당한 셈이 됐다.

선관위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한나라당에서 중앙선관위에 자료제출을 요청하여 왔다"며 "이는 참으로 적반하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로 헌법기관에 대하여 사이버 테러를 자행한 사람들이 과연 어느 정당과 관련이 있는지 우리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나는 꼼수다> 등에서 "선관위 홈페이지가 일부 다운된 것은 디도스 공격으로 볼 수 없다"며 내부자 공모설, 선관위 외압설 등을 제기한데 대해 한나라당 디도스국민검증위(이준석 위원장)가 확인차 자료 요청을 하자, 선관위가 이례적으로 한나라당을 맹비난하고 나선 것.

선관위는 "검찰 수사결과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였던 선관위 직원의 내부연루설이나 서버연동 차단 등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라 할 수 있는 정당에서 피해자의 입장에 있는 선관위에 사과는 커녕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법률상 아무런 권한이 없는 정당이 과연 무슨 수단과 방법을 통하여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지, 또 그 결과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서 얼마나 신뢰할지도 의문"이라며 "특히,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중앙선관위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질서를 존중해야 하는 공당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선관위는 "이미 국회에서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안이 발의되었으므로,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와 같은 이유로 중앙선관위는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자료제출 협조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의혹이 있으면 국회나 정당이 국민을 대신해 의혹을 풀기 위해 해당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자료 제출을 할 수 없다면 객관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하면 된다"며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선관위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황 대변인은 "그 정도로만 하자"면서도 "한나라당 소속 몇 명이 연루됐다고 해도, 당 차원에서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데, 그런 자료 요청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라며 "선관위 논평에 왜 감정적인 게 들어가 있는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검증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은 "자료 요청과 관련해 내부 공모설은 아니더라도 여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을 수 있어 확인을 하기 위해 선관위에 자료 요청 등을 했고 실무선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다음주 화요일(17일) 2시에 선관위 측에서 설명을 해주기로 했는데, 다른 설명도 없이 (선관위의 공식 반응을 보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이 위원은 "(선관위가 계속 강한 입장을 고수하면) 어떻게 하겠나"라며 "일단 전문가들과 의논을 해 보겠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