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폭로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검찰에서 돈을 돌린 주체로 박희태 국회의장을 지목한 것으로 밝혀 파장이 주목된다.
8일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고 의원은 "2008년 7월 전대(3일)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 원이 든 돈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고 의원은 "전당대회 다음날인 7월4일 이 사실을 알았고 즉시 보좌관을 여의도 당사 6층 당 대표실로 보내 돈봉투를 되돌려줬다"며 "대표실에 있던 (박희태 의장이 17대 국회의원 때 비서) K씨에게 돈봉투를 돌려주며 '박희태 대표에게 꼭 보고하고 전달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보좌관이 6층 대표실로 찾아가니 매우 어수선해 K씨가 같은 층 원내대표실 쪽 탕비실로 보좌관을 안내했다. 보좌관은 거기서 돈봉투를 돌려줬다"며 "돈봉투를 돌려준 당일 오후 당시 박 대표 측 인사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는데 그래서 돈봉투를 보낸 사람을 확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돈봉투를 받은 정황에 대해선 "전대 2∼3일 전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한 젊은 남성이 의원실의 내 여비서에게 노란 서류봉투를 건네며 '고 의원에게 직접 전해달라'고 했는데, 여비서가 이를 잊고 있다가 전대 다음날 나에게 전달했다"며 "서류 봉투를 열어보니 흰 편지봉투 3개에 각각 현금 100만 원이 들어있었고 이들 다발은 H은행의 이름이 적힌 띠지로 묶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불출마 선언'한 박희태, 10박11일간 해외 출장
앞서 일부 언론은 한나라당 재선 의원 등의 말을 인용해 고 의원이 폭로한 돈봉투를 돌린 주체에 대해 박희태 의장이라고 보도했었다. 고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박희태 의장이라고 밝혔다는 것. 다만 이를 김효재 의원(현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고 의원이 검찰에서 밝힌 돈봉투 전달자는 김효재 정무수석이 아닌 박 의장의 비서관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고 의원이 돈봉투를 돌려준 당일 전화를 건 인사가 김 수석이라는 의혹은 남아있다.
현재 박희태 의장은 해외 출장 중이다. 고 의원이 검찰이 출석한 8일 박 의장은 10박11일 일정으로 일본,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스리랑카 등 4개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국회의장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방문은 방문국 의회의 공식초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일본에서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의회포럼(APPF) 총회에 참석하고 다른 국가들과는 의회 정상외교를 통해 전통적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일정은 3개월 전에 잡힌 것으로 검찰 수사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게 박 의장 측의 설명이다.
앞서 박 의장은 7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윤영석 총선 예비후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윤영석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해, 간접적으로 4월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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