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구식(무소속) 의원이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공범 중 한 사람과 만난 사실이 드러나, 이번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의 경찰청 현안 보고에서 경찰 측은 최구식 의원이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해 구속된 차모(27) 씨와 지난달 12일 이전 한 차례 따로 만났다고 밝혔다고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전했다.
정보위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 의원은 최구식 의원과 차 씨의 전화 통화 여부를 묻는 자신의 질문에 경찰 측은 "지난해 12월 3일을 전후에 대여섯 차례 통화를 했다"고 답했다가 나중에 "잘못 보고했다. 다른 사람이 (최구식 의원과) 통화한 것 같다"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최구식 의원과 차 씨의 접촉 여부를 재차 묻자 경찰이 "한번 만났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것.
차 씨는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IT업체의 감사로, 지난달 2일 경찰 수사 결과 발표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공범으로 구속된 인물이다. 검찰은 차 씨가 지난달 2일 자정 무렵 박희태 국회의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구속) 씨의 집 근처를 찾아가 "경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고 있는 공 씨가 빨리 빠져 나오도록 힘을 쓸 수 있게 최 의원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성 의원은 "디도스 범행을 나중에 수습하는 역할을 했던 차 씨와 최 의원이 접촉했다는 것은 몸통이 따로 있다는 것이고, 이들만의 범행이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거물급 배후설'을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날 뒤늦게 최 의원과 차 씨의 회동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보도자료를 내서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차 씨가 최 의원의 처남 강모(30) 씨와는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최 의원과 직접 만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일을 보고 있는 처남 강 씨는 지난달 22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해 조사를 받았었다.
김유정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최구식 의원의 비서 출신으로 구속된) 공 씨가 말했다는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이냐"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이름 세 글자를 내놓기가 어렵다면 두 글자라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검찰의 임무는 몸통찾기이지 몸통감추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구속된 공범 중 한 사람에게 공모 비서가 디도스 공격 당일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이 뒤에서 책임질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또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구식 의원에게 경찰 수사상황을 실시간 전달한 의혹이 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고 청와대가 안달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청와대 개입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김효재 수석과 최 의원은 둘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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