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사정당국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종합해 보면,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지난 2일 구속 영장이 청구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EBS 이사 선임과 관련해 힘을 써 줬고, 그 과정에서 김 이사장이 최 위원장 측에 2억 원을 건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의 최측근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이 금품을 전달받은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
실제로 3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는 김 이사장이 모종의 청탁 명목으로 정 전 보좌관에게 2억 원대의 금품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09년 EBS 이사 선임 과정에서 건네진 것인지 등은 아직 정확치 않은 상황이다.
▲ 최시중 방통위원장 ⓒ뉴시스 |
문제의 정 전 보좌관은 지난해 10월 방통위에 돌연 사표를 제출한 뒤 동남아 쪽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최 위원장의 최측근인 정 전 보좌관의 비리 혐의가 사정 당국에 포착된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었다. 돈을 건넸다는 김 이사장은 3~4년간 한예진과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수백 억원을 빼돌리는 등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보좌관은 출판 기획사를 운영하며 최시중 위원장과 가깝게 지낸 인사다. 최 위원장이 여의도에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MB 대선 캠프를 지원했을 때 사무실 운영을 맡았었고, MB 대선 캠프에서도 언론 담당으로 활동했었다. 최 위원장이 장관급인 방통위원장에 선임되자 그는 국회 로비 등을 담당하는 정책 보좌관을 맡았다. '조중동(조선·중앙·동아) 종편'을 허가하는 내용의 미디어법 논란이 한창일 때 국회 문방위 관계자들은 "정용욱이 방통위 실세", "최시중의 입"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최시중의 양아들"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비리의 근원지가 왜 늘 MB 지근거리에 있나"
이처럼 최시중 위원장 최측근의 비리 연루 의혹이 나오자 야당이 일제히 논평을 내고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오종식 대변인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방통대군'이라고 불리며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막강한 위세를 부려온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측근 비리의 대상자로 전락했다"며 "대통령이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 대해 자신과 주변에 대해 엄격한 관리를 약속한 다음날 터져 나온 최시중 위원장의 비리 의혹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에 만연한 비리와 부패의 복마전에 예외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방통위를 중심으로 한 정권의 언론장악 속에 뿌리 내린 독버섯 또한 작지 않음을 의심케 한다"며 "검찰은 엄중하게 수사해야 한다. 만약 몸통을 두고 꼬리만 자르거나 깃털만 뽑아내는 수사결과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최시중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계입문시절부터 정신적 멘토였으며 대통령, 이상득 의원과 함께 '6인회'의 멤버였다"며 "연일 터져나오는 비리의혹 속에서 국민들의 불안이 특히 가중되는 것은 대형부패비리의 근원지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해명 자료를 통해 "EBS 이사 선임과정에서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한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다만 "퇴직한 정 전 보좌관의 금품수수 여부는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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