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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에게 진 빚을 이제 갚아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 시민정치시평]<26>야권통합의 선결조건

오늘은 영원한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안식하는 날이다. 살아 있는 자로서 우리들은 김근태에게 빚진 자다. 빚은 언제든 갚아야 한다. "2012년을 점령하라"는 그의 유언에 우리는 충실히 답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빚을 갚아야 한다.

임진년 2012년의 태양은 이미 높이 떠올랐다. 올해는 물과 검은색의 상징 천간인 '임'과 용을 상징하는 '진'이 합쳐진 흑룡의 해로서 어느 해보다 기대가 크다. 나라의 명운을 좌우 할 양대 선거가 있어 더욱 그렇다. 4월 11일 총선이 있고, 12월 19일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

그러나 임진년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왜란이다. 1592년 임진년 4월 14일,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왜군이 부산포를 쳐들어옴으로써 시작된 임진왜란을 떠올린다. 그 당시 군주국가에서 백성들은 정치적 혼란과 부실한 행정체제와 외교안보, 그리고 가렴주구에 시달려 살기가 어려웠다. 그 후 420년이 흘러 명색이 헌법을 가진 민주공화국이라는 지금도 민주와 공화는 꼬리를 내린 채 여야 각 정당 사정은 혼란스럽고, 정의는 말뿐이다. 한미 FTA, 디도스, 누더기 미디어렙법 등으로 드러난 외교안보와 행정체제는 부실하며, 1조 달러 수출이라고 하지만 사회양극화는 더 심화돼 살기는 팍팍하다. 게다가 국민들의 대다수는 기존 정치를 불신하여 기성 정치인들 중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지 모르니 딱한 일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분명 2011년 지방선거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등을 거치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바람을 단순히 신드롬이니 돌풍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불확실한 혼돈의 시공에서 태풍을 몰고 올 나비의 날개 짓일 수도 있다. 안철수 바람은 야권이 힘을 모아 대통령과 여당의 실정을 끝장내고 국민의 품으로 권력을 되찾아오기를 고대하는 국민의 열망을 타고 있다.

이러한 안철수 바람의 핵심은 분명 야권이 천명한 통합과 혁신이다. 노회한 과거 회귀적인 반민주, 반인권, 불소통의 MB식 국가운영은 더욱 대다수 국민들의 통합과 혁신의 열망을 불붙이고 있다. 문제는 20대 청년을 포함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는 박근혜 중심의 한나라당이 실천하고 있는 처절한 몸부림과 비교하여 야권은 통합과 혁신을 내세우면서도 국민들에게 믿음직한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야권은 국민들에게 믿음직한 희망을 주지 못할까? 첫째는 통합과 혁신을 말하고 부르짖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은 대인 관계 또는 원리, 원칙과의 관계에서 진실성을 견지하는 것이다. 또한, 진정성은 생각이나 말, 행동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실성이 담겨있어야 하며 완전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볼 때 성실성과도 통한다. 그리고 진정성에는 늘 옳지 못한 유혹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결연과 결단의 의미도 담겨 있다.

이렇게 볼 때, 진정한 통합이 되려면 양보가 필요하고, 진정한 혁신이 되려면 안정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이려면 자기의 것을 과감히 버리는 것을 보여주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득권에다 공천 장사를 통한 새로운 이익까지 얻겠다는 것은 아무리 통합의 명분이 좋아도 진정성을 얻기는 무척 힘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진정성을 알아 볼 수 있거나 바라보는 사람들의 올바로 깨어있는 시각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임도 생각하여야 한다. 진정성은 진실 되게 바라보지 못하거나 바라보지 않는 자의 눈에는 결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근태는 이렇게 제안했다. "우리는 이미 나름대로 정답을 갖고 있다. 통합이 되는 게 더 좋다. 그것이 한나라당과 1 대 1 구도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자기개방적인 통 큰 정치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과거에는 자기를 숨긴 채 조직 차원의 정치공학적인 전술, 전략은 효력을 나타냈지만, 직접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SNS는 이제 그런 꼼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유명인일수록 자기노출을 더 많이 하고 공인으로서 이를 잘 활용하고 누구와도 소통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 정치적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커튼 뒤에 숨어서 메시지나 전달하거나 자기가 직접 일선에 나서지 않고 메신저에게만 하달하는, 그리고 지역감정이나 과거 여권 시절의 조직에 편승하는 추종자 집단중심의 갓 파더(God Father)식 보스 정치의 연합으로는 국민에게 결코 감동을 주지 못한다.

또한,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솔직한 자기참회와 성찰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민주당 지도부는 야당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현역 국회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견제하거나 비판하지 못해 맡겨진 제1 야당 노릇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민주통합당부터 지난 집권 때의 중도적 진보라는 미명하에 사회의 작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했던 당내 보수화 경향의 정치노선 흐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성찰의 태도를 이제 국민 앞에 선명히 드러내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경우도 독단적인 소탐대실에 대한 자기반성을 표명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의 접점을 찾을 수 있으며, 그 접점은 정강과 노선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의 출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지분 나누기식 통합으로는 국민에게 어떤 감동도 줄 수 없고, 오히려 외면 받는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이 가진 오랜 역사와 전통을 그 자체로서 인정해야 하며,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이 가진 진보의 이념에 더 가까이 가야 한다. 더 이상 상호 대척점에서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권력투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김근태는 진보세력의 우선적인 통합이 야권대통합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단계적인 통합론을 제시했는지 모른다.

셋째는 혁신에 대한 저돌성과 정책의 선명성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의 토대는 뭐니 해도 참신한 정책 수립과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을 담보하는 실력과 능력이다. 따라서 혁신이 성공을 거두려면 혁신의 주체와 대상,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 수단에 대해 통찰력을 지닌 각계 자기 분야에서 내놓으라는 실력 가진 광범위한 인물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승리가 목적이라면, 야권통합에 앞서 국민을 감동시키며 설득시킬 정책, 특히 경제를 살려내고 사회양극화를 완화시킬 특단의 정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최소한 그런 정책을 우선적으로 기획하고 수립하고 있다는 믿음이라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정책도 없이 총선과 대선에서 과연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각계각층 실력 위주의 인물 영입은 대단히 중요하고 긴급하다. 인기영합이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국민 중에서 실력을 가려 통합의 장에 스스럼없이 기꺼이 참여토록 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폐쇄적 영토 개념을 뛰어넘는 프론티어 정신을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혁신은 시작된다. 기존 정치인과 정당인만으로 통합되는 것은 결코 혁신이라 할 수 없다. 혁신은 사람을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김근태의 끊이지 않는 조문 행렬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뉴시스
김근태의 끊이지 않는 조문 행렬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그 앞에서 빚을 진 자라고 머리 숙였다면 김근태의 마지막 조언을 우리는 머리에만, 가슴에만 묻어 놓지 말고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한다. 김근태는 2011년 10월18일 마지막으로 그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2012년을 점령하라"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닮았고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먼저 뭉치는 게 의미가 있고, 필요하다. (…)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 청와대가 있는 종로를 점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운 좋게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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