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26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민간조문단 구성과 조문을 위한 방북을 요청했다.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세 공동대표 명의로 발표된 성명을 통해 통합진보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 정국을 남북 간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로 만들기 위해, 정당, 종교단체, 시민사회로 구성된 민간 차원의 조문단 구성과 조문을 위한 방북을 긴급히 제안한다"며 "정부 당국이 조문단 방북에 전향적 협조로 임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차원의 조문단 구성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가 예방한 자리에서 "여아가 함께 참여하는 조문단 구성"을 제안하자 "이런 문제가 정부 방침과 다르게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이 조문단 구성 거부 명분으로 냈던 "이미 북에서도 조문단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는 상황은 좀 달라졌다. 북한은 지난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하면서 외국의 정부 차원 조문단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민간 조문단에 대해서는 지난 22일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남측 당국은 '응당한 예의'를 갖춰야 하며 민간 방북단의 조문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정부 대표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용해 민간 차원의 방북까지 불허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성 대응이었다.
통합진보당이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정당을 포함한 민간조문단 구성을 거듭 제안하고 나선 것도 이런 변화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거로 남북간계의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 지난 4년 간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대결 국면으로 갈지, 아니면 남과 북이 묵은 원한을 씻고 새로운 대화와 화해 국면으로 가게 될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을 허용해 오늘 방북 길에 나서는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가 일관성 없는 자의적 기준으로 선별해서 조문을 허용한 것, 북한 주민과 지도자를 분리한다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당국자로부터 나오는 등 상충된 행동 때문에 정부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고 이명박 정부의 '조문 정국'에 대한 대응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통합진보당과 종교단체, 시민사회의 조문을 위한 방북을 허용한다면, 이 같은 내외의 의구심은 명확히 정리될 것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함을 입증할 수 있다"며 "북한의 애도 기간이 끝나는 29일까지 주어진 시간은 불과 3일이다. 이 짧은 선택의 시간이 남북 관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정부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대표단 회의에서 "이제 3~4일 밖에 일정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촉박한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넉넉한 마음으로 이번 장례 기간을 후진만 거듭하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적극적 자세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요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야당만 참여하는 민간 조문단의 방북을 정부가 허가해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희호 여사 방북을 수행하는 수행단원 중 임동원 전 국정원장,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의 방북은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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