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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행복하려면 '없어져야 할'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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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행복하려면 '없어져야 할' 다섯 가지"

[현장] 청소년단체, "'학생의 날' 80주년…인권은 바닥"

"2009년에만 우리 학교 학생 중 두 명이 자살했다. 한 명은 학교에서 떨어졌다. 우리 모두는 그 광경을 봤고, 우울했고, 슬펐다. 학교는 정신병원 같고 선생님은 우리를 감시한다. 교육 관련한 정책은 우리를 옭아맬 뿐, 우리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인권 운운하는 시대에서 나는 나에게 인권이란 게 주어지기는 했는지, 내가 인격적인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고 3이 될 때까지 자살하지 않고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 모르겠다."

"두발 규제, 강제 야자(야간 자율 학습), 입시 경쟁…. 그린 마일리지는 특히 바뀌어야 한다. 사람을 점수로 매긴다는 소린데, 안 그래도 우리는 충분히 점수로 평가되고 있다. 학생은 선생님의 점수를 매기고 선생님은 학생의 점수를 매긴다. 죽고 죽인다는 소리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가 공개한 대한민국 중·고교 학생들의 '인권 성적표'는 초라했다. 2일 이들이 공개한 '중·고등학생 인권 실태 보고서'에서는 경쟁 위주의 교육 정책에 내몰린 십대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올해로 80주년이 된 '학생의 날'을 맞아,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청소년 단체 '아수나로'가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청소년 집단 민원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데 이어, '학생의 날' 당일인 3일에도 청소년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청소년 문화예술센터, 청소년 다함께 등 청소년 단체들은 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이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 할 다섯 가지 키워드"를 발표했다.

▲ '학생의 날' 80주년을 맞아 청소년 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청소년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프레시안

이들이 제시한 다섯 가지 키워드는 바로 '두발·복장 규정', '0교시·야간 자율 학습', '체벌', '학생에 대한 편견', 그리고 '2MB 정부'.

이들은 "최근 고교 선택제 시행을 앞두면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완화된 두발 규정을 다시 강화해 중학교 3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부 잘 시키는 학교, 문제아 없는 학교'라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지난 9월부터 서울 경동고등학교에서는 '두발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전학을 가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전교생에게 받는 사건이 발생해, 학생들의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1인 시위에 참여했던 경동고 1학년 김민규 학생은 "학교가 두발 규정을 강화하면서 학급 회의나 설문조사도 거치지 않는 등, 학생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했다"며 "80년 전 광주 학생들은 일제로부터 독립해야 했지만, 우리는 이제 학교의 억압으로부터 독립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학생의 날' 80주년이라고? 80년 동안 학생 인권은 변함없이 '밑바닥'"

▲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이 '학생은 공부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
일제고사, 자율형사립고, 고교 선택제, 영어 몰입 교육 등,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서효정 학생은 "요즘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수시 전형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과연 학생의 폭넓은 가치관과 재능을 평가하는 제도인지 의심스럽다"며 "한편에서는 입학사정관제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일제고사나 고교선택제 등의 '줄 세우기'식 교육 정책으로 현 정부는 학생들을 무한경쟁 체제로 내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학생들은 "이명박 정권은 학생들을 위하고 살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궁지로 내모는 '반학생적', '반인권적' 정권"이라며 "어느덧 학생의 날이 80주년을 맞았지만, 우리 학생들은 80년 전과 달라질 것 없는 입시 경쟁 속에서 인권을 억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단체 "MB정부 들어 학생 인권 악화됐다"

한편, 지난 2일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는 3000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이명박 정부 들어 학생들의 인권 실태가 더 악화됐다'는 대답(중학생 28.0퍼센트, 고등학생 32.5퍼센트)이 '변화 없음'과 함께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이 같은 대답을 한 원인으로는 '2008년 이후 입시나 성적, 진로 문제로 받는 스트레스가 증가(중학생 28.7퍼센트, 고등학생 29.9퍼센트)'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정부가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해 전혀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도 중학생 38.4퍼센트, 고등학생 51.9퍼센트에 달하는 등,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 학습, 보충 수업, 사교육은 더욱 심해져 고고생의 경우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는가 하면, 평균 수면 시간은 중학생이 6.7시간, 고교생이 5.6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수나로'는 이런 설문 결과를 토대로 △두발·복장의 자유 보장 △과중한 입시 공부 중단 △'그린 마일리지' 제도 등 학생 통제 수단 폐기 △소지품 검사·압수 금지 △학교 운영에 대한 학생 참여 보장 △경쟁 위주의 교육 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는 집단 민원서(509명 참여)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다.

▲ 청소년단체 회원들이 '청소년이 행복해지기 위해 없어져야 할 5가지 키워드'를 적은 종이를 구겨 던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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