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북미 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당일에 싱가포르에 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28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갈 수 있냐는 질문에 "그건 그야말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연동된 문제이기 때문에 모르겠다"며 "지금 이제 막 협상을 시작한 것 아닌가"라고 말해 여지를 열어놨다.
이 관계자는 "북미 간 실무회담에서 다루는 의제라는 게 결국은 비핵화 문제와 체제 보장, 두 가지 축"이라며 "체제 보장 축 중에서 하나에 문 대통령이 말씀하신 남북미 3자 종전 선언이 들어가는데, 그것까지 (북미 간 실무회담에서) 세팅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6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갈 가능성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면 모를까, 남북미 3자 간 만남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북미 간 실무회담에서 남북미 종전 선언에 합의할 경우,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가서 북미 회담 직후에 약식 남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그 자리에서 종전 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청와대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현재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 방식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음을 가늠케 한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 시간) 미국 측 대표단이 판문점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실무 회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미국은 실무 회담을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의전이나 경호 문제는 싱가포르에서,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 의제 문제는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실무 회의가 "28과 29일에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7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미국팀이 나와 김정은 사이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에 도착했다. 나는 북한이 눈부신 잠재력이 있으며 북한은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정은은 이 점에서는 나와 의견이 같다. 그 일은 일어날 것이다"라고 적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실행하면 대북 제재를 풀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북한이 체제 보장만 제대로 담보된다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수용할 수 있으리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그동안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있어야 회담에 응할 수 있다고 말을 해왔기 때문에 미국이 회담에 응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어제 문 대통령이 상황과 정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건 비핵화의 의지가 아니다"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에 미국에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 방안의 하나로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 3국이 공동으로 '종전 선언'을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두 번째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안에 종전 선언을 한다고 명시한 만큼, 종전 선언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설명하는 전날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 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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