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구매 입찰이 논란을 낳고 있는 가운데, 혈액백 규격 허가 주무부처인 식약처가 적십자사와 정반대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건강세상네트워크(공동대표 강주성, 김준현)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문제가 불거진 적십자사의 혈액백 계약 건과 관련해 지난 주 국회를 통해 식약처에 관련 사항을 질의했는데, 식약처가 적십자사의 주장과 정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답변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앞서 지난 4월 100억 원대 규모의 혈액백 구매계약을 녹십자 MS와 체결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독일계 다국적 기업인 프레지니우스 카비(Fresenius Kabi)가 결과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카비는 미국 약전(USP)에 따라 제조된 혈액백을 이미 130여 개국에 납품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식약처에서도 허가된 제품인데, 적십자사만 기준에 안 맞는다며 탈락시켰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경쟁업체였던 카비와 보건의료단체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적십자사는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적십자사 해명의 요지는 "포도당은 혈액백 증기멸균 과정에서 일부(10%이하) 과당으로 변성되는데, 탈락업체의 식약처 허가 시의 자료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당 정량법)한 것이며, 적십자사는 더 엄격하게 포도당값(HPLC법)만을 기준으로 적부 판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즉, 혈액백에 들어가 있는 포도당, 구연산 등 여러가지 혈액보존성분 중 '포도당 수치'에 과당을 합산하는냐 여부를 놓고 적십자사와 해당업체가 서로 다른 주장을 했던 것이다.
식약처 "포도당과 과당 모두 합한 총량으로 측정해야"
이런 가운데 식약처는 국회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혈액백 중 포도당은 멸균과정에서 일부가 과당으로 이행하나, 포도당과 과당 모두 에너지 공급원이므로, 과당은 불순물로 판단되지 않는다. 포도당 정량 시에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결과값으로 하는 것이 맞다"며 "미국 약전 항응고액항의 포도당 정량법에서도 포도당과 과당을 모두 합한 환원당 총량으로 측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당을 불순물로 판단해 빼야 한다는 적십자사의 주장이 틀렸다는 답변이다.
식약처는 또 혈액백 중 포도당 기준치 초과와 관련한 유효성 및 세균 증식 등 수혈자의 안전성 우려 여부 관련해 "수혈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혈액백은 허가된 기준대로 우수제조의약품관리기준(GMP)에 따라 제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적십자사는 "적십자사 자체 기준이 '포도당 과다 투입'이므로 혈액제제 내 세균증식이 빨라져 위험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어떠한 연구 및 입장 자료로도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적십자사, 계약 파기하고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혈액백 구매 입찰에 낙찰된 녹십자사는 지난 수십년간 적십자사에 혈액백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독점시장이었던 혈액백 시장에 카비가 뛰어들어 '경쟁구조'가 형성되면서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적십자사는 앞서 해명자료에서 "2003년 7월부터 현재까지 HPLC법으로 포도당 함량을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적십자사가 2003년부터 이런 기준을 적용해 왔다고 하니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2003년부터 해당업체와 본격적으로 유착해왔다는 이야기로 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그동안 이로 인해 어떤 부작용과 문제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혈은 이미 환자인 상태의 사람들이 받기 때문에 각종 부작용이 병에 의한 것인지 이런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더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혈액백 문제는 너무 오랜 세월 외부의 감시나 관리 감독 없이 운영해온 낡은 적십자 조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혈액백 계약을 파기하고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적십자사가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녹십자로부터 혈액백 납품을 강행할 경우, 관련자 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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