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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MB 입김 벗어날까? 스스로 채운 족쇄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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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MB 입김 벗어날까? 스스로 채운 족쇄 탓에…

[분석] 정권 말, 위기의식에 휩싸인 검찰과 경찰의 속내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후배인 조현오 경찰청장과 한상대 검찰총장이 버티고 있는 경찰과 검찰이 모두 난관에 처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두 권력기관은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인진 몰라도, 나름대로 권력 핵심에도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의 영향력이 옛날만 못하다. 실무선에서 거침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말까지 들렸다. 하지만 양 쪽 다 구태의연한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수사하다가 한나라당 의원 비서 연루사실을 밝힐 때 만해도 경찰에 대해선 긍정적 측면에서 "의외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연루자들의 석연찮은 금전거래를 "문제없다"고 덮고 지나간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역시나"로 바뀌고 있다. 역시 권력 앞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것.

검찰도 마찬가지다. 이국철 SLS회장의 폭로 직후인 지난 9월 29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신빙성을 깎아내렸지만 결국 검찰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쪽에 칼을 들이댔고 영부인의 사촌오빠까지 구속시켰다. 참으로 오랜만에 권력핵심에 다가간 것. 하지만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로비스트인 문환철 대영로직스 대표의 주선으로 이국철 회장을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국철 비망록에는 수억 원을 줬다는 검찰 간부가 몇 명 적시되어있다.

이런 까닭에 양 기관 관계자들은 "지금은 정권과 관계 수뇌부가 어떻게 되느냐 차원이 아니라 우리 조직 전체에 대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지난 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장 밖에 경찰 인사들이 붙여놓은 대자보ⓒ프레시안
"우리가 봐도 할 말 없는 면이 있다"는 경찰


먼저 경찰에선 허탈한 표정까지 읽힌다. 한나라당 비서 연루 사실을 밝혀내고 즉시 공개한 것은 경찰 입장에선 상당한 개가였다. 한 때 열린우리당 영입설이 나왔을 정도로 경찰 내 개혁적 인사인 황운하 경무관이 수사기획관으로 수사를 총괄한데 대해선 야권에서도 높은 평가가 나왔었다.

하지만 디도스 공격 전날 식사 자리에 있던 한나라당 보좌진, 청와대 관계자 누락, "9급 비서 공 모 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 발표,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 모 씨와 이미 구속된 사건 연루자 사이 1억 원 돈 거래 사실을 포착해놓고도 덮어준 것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조현오 청장이 수사발표에 손을 댔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의 한 소장그룹 간부는 "딴 건 몰라도 조 청장이 발표문에 손 댔다는 주장은 정말로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 간부는 "황(운하) 수사기획관도 그렇고 '수사권 조정도 있는데 우리가 누구 봐주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있는대로 가자'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간부는 "이른바 정무적인 부분이나 수사 부분 모두 미흡한 것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1억 원 돈 거래 부분, 청와대 행정관과 일부 보좌관의 식사 사실을 처음에 밝히지 않은 것 등 언론과 야당이 지적하는 사실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 간부는 "그냥 눈에 보이는 것, 나오는 증거와 진술만 보고 수사하는데 급급했다는 생각도 든다. 좀 더 크게 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9급 비서 단독소행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인심 잃을 일만 남았다"

현재 디도스 문제와 관련해선 국회 주변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추가적 그림이 나돌고 있다. 이 간부는 "민주당 쪽에도 상당히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면서 "검찰도 꽃놀이패 아니냐. '끝'까진 안 간다하더라도 우리보다 플러스 알파만 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의 다른 간부도 "정권 초 같으면 한나라당 비서 연루 사실조차 제대로 안 나왔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전 같으면 디도스 공격 루트가 중국이나 필리핀 쪽이라 더 이상 추적이 안 된다는 식으로 넘어갔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간부는 "그럴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정치적 부담을 지고 나름대로 세게 간 것인데, 모양이 이렇게 돼서 화가 난다"면서 "조현오 청장이 어쩌고, 다음 청장이 누구고 문제를 떠나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덤으로 수사권조정 문제에서도 명분을 더 세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완전히 물 건너 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선거철에 선거사범, 각종 SNS 신고, 시위진압까지 겹치면 인심 잃을 일만 쌓여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권력에 칼 들이댄다. 그런데 검찰 간부 관계 되는 건 빼고"

이상득 의원 직접 소환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검찰에 대해선 "더 세게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요즘 나오는 측근 비리, 권력형 비리에 대해 세게 간다는 분위기더라"면서 "청와대가 한상대 검찰총장하고는 잘 통하는지 모르겠는데, 그 아래 쪽하고는 잘 안 통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의 칼이 이상득 의원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서초동 검찰 청사와 국회 주변에선 "털기 시작하면 이전 사안들도 다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민간인 뿐 아니라 이상득 의원에 각을 세운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 주변을 사찰한 영포라인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제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지시 의혹 등 초대형 정치적 사안들이 재점화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이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지금 나오는 비리 건들이야 세게 붙겠지만 그런 문제를 지금 다시 파고들진 못할 것이다. 그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현직 간부들이 관련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노 전 대통령 관련 사안 등은 이미 검찰이 면죄부를 준 사안일뿐더러 욕 먹으면서 그 사건 담당한 사람들이 모두 승승장구해서 지금 고위직에 있으니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에야 건드릴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결국 힘이 빠져가는 권력에는 메스를 들이대지만 자신들이 관련되는 사안은 우회해 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른 법조계 인사도 이같은 시각에 동의하면서 "문제는 이국철 게이트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정치권 인사야 나오는데로 처리하면 되지만 현직 검찰 간부는 어떻게 할 것이냐가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국철 비망록의 나비효과가 검찰개혁?

이 인사는 "이국철 비망록에 현직 간부들이 몇 억 씩 먹었다고 나와 있다는 것 아니냐. 야당도 치고 여당도 치는데 검찰이 자기 식구들만 못 건드린다? 이건 검찰 조직을 위기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이 청와대에 종속됐었다는 비판은,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곤 항상 듣던 말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정권이 바뀌고 나면 수뇌부 물갈이로 대응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국철 게이트 는 다른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먼저 지방청의 토호밀착형 검사들이 스폰서 받는 차원을 넘어 본청 간부들이 벼락부자형 사업가로부터 수억 원 씩 받은 것은 일단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검찰이 이 의혹을 뭉개고 갈 경우 수사권 조정에 불리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기 정부가 대대적으로 검찰 조직 자체를 수술할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는 말이다.

문재인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는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까지 냈다. 야당에는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뭐니뭐니해도 검찰은 확실히 손을 봐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 스스로가 차곡차곡 명분을 제공해주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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