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에 따르면 사정 당국 고위 관계자는 14일 "디도스 공격을 전후한 시기에 김씨와 공씨가 강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계좌 추적을 통해 확인했다"며 "검찰이 이 돈거래와 디도스 공격의 관련성 여부를 확인하려고 의심이 가는 관련 계좌들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장 보궐 선거 5일 전인 지난 10월 21일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인 김 모 씨의 계좌로부터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인 공 모 씨의 계좌로 1000만 원이 입금됐다. 이후 선거가 끝난 닷새 후인 10월 31일 1000만 원이 공 씨 계좌에서 디도스 공격 실행자인 IT 업체 대표 강 모 씨 계좌로 다시 입금됐다. 이와 별도로 공 씨가 최구식 의원실에 사표를 낸 직후 공씨 계좌에서 200만 원이 강 씨 계좌로 입금됐다. 지난 달 11일께는 김 씨의 계좌에서 강 씨의 계좌로 9000만 원이 입금됐다. 이 돈은 다른 도박사이트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자신의 비서가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연루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뉴시스 |
보안 전문가들이 디도스 공격에 수 천 만원에서 억대의 돈에 해당하는 대가가 있었다고 지적한 점을 상기하면 김 씨, 공 씨, 강 씨의 돈 거래 과정은 수상한 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또한 공 씨, 강 씨에게 돈을 건넨 김 씨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의혹의 대상이다. 특히 김 씨는 경찰 수사 초기 "디도스의 '디' 자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다가 "알고 있었는데 공 씨를 말렸다"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 진술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보좌진들 사이에 조직적인 IT 및 인터넷 여론 담당 팀이 사실상 존재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실세 의원 보좌관이 이 '팀'의 보스 역할을 한다는 말도 있다. 특히 디도스 공격 전날 공 씨와 술을 마신 청와대 모 행정관이 한나라당 고위 인사 보좌진 출신이고, 이른바 인터넷 여론을 담당했던 인물이라는 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한나라당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같은 '배후' 의혹과 관련해 사정 당국 관계자는 "돈거래의 당사자들이나 거래 시점을 볼 때, 이 돈거래는 디도스 공격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관련 사실이 좀더 구체적으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번 국기 문란행위가 여당인 한나라당 관계자들에게 머물지 않고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실 직원과의 관련성이 드러나는 등 공비서의 단순 우발적 사건이 아님이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은 중앙선관위 서버 공격이라는 희대의 범죄를 지시한 몸통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데 있다. 여당 하급 보좌관 몇명이 어떠한 지시나 배후도 없이 자발적으로 억대의 자금을 동원해 중앙선관위에 사이버테러를 가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 검찰에 뒤통수?…금전 거래 사실 왜 숨겼나
김 씨, 공 씨, 강 씨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는 "돈 거래는 없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뒤집는 내용이다. 관련해 경찰은 계좌 추적을 통해 선거일 전후 금전 거래가 있었음을 포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경찰 측은 "총 1억 여 원의 돈을 강 씨에게 흘러간 사실을 계좌 추적을 통해 확인했지만 이자와 함께 빌려준 것으로 파악돼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돈은 아닐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11월 17일과 26일 두차례에 걸쳐 5000만 원씩 총 1억 원을 김 씨의 계좌에 다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 씨가 공 씨 등을 통해 건넨 돈의 액수와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1억 원 가량의 빌린 돈을 한 달만에 되갚는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 시점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 오던 시점이다. 결국 문제가 될 것 같아 황급히 돌려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 수사팀에 함께 대검 수사 인력까지 합류시켜 대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린 상황이다. 경찰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뜯어본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미심쩍은 돈 거래 사실을 알고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난 상황에서, 검찰이 사실상 '재수사'를 통해 '배후'를 밝혀낼 경우 경찰 측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경찰이 범죄 세탁을 했다면 큰 문제이고, 몰랐다면 제대로 수사를 할 능력 조차 없는 무능하고 한심하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은 어떻게 이런 경찰을 믿고 수사를 맡길 수 있을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검찰 수사가 경찰 수사에 반찬 한 두 가지 더 얹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특검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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