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 전망과 관련해 "동맹은 국제관계에서 부자연스러운 상태"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이 모두 참여하는 "동북아 안보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잡지 <애틀랜틱>은 17일(미국 시간) '한국 대통령의 최고 참모는 미국과의 동맹 '제거'를 원한다'는 다소 선정적 제목으로 문 특보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이 잡지나, 이를 인용한 국내외 언론은 문 특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동맹을 실제로 제거하는(get rid of) 것"이라고 말했다는 데 초점을 두고 한미동맹 체제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을 위주로 보도했다.
잡지는 문 특보가 "자신의 생각은 개인적 관점이며, 아시아 안보 건설에 대한 이론적 질문으로서 동맹의 미래에 대한 토의이지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의 핵협상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은 (핵)협상이 성공을 거두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이 재설정될 경우, 한미동맹은 용도 만기를 맞이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썼다.
또 잡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적 아시아, 유럽 동맹관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문 특보의 말은 한국 대통령의 '이너 서클'에도 동맹의 현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음을 시사한다"고도 했다. 특히나 북한 핵폐기 협상이 잘 풀리고 평화체제 전환이 이뤄질 때에는 더더욱 전통적 동맹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문 보기)
그러나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나온 문 특보의 말은 특정 국가 간의 양자동맹 체제보다 다자가 참여하는 집단안보 체제가 더 이상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일반론에 가깝다. 역사적으로 이와 유사한 경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미국-영국-프랑스 군사동맹이 전쟁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확대발전된 사례가 있다.
문 특보는 "단기적·중기적으로는 동맹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가 동맹 체제(alliance system)에서 일종의 다자 안보 협력 체계(mult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regime)로의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왜 우리가 서로를 준(準)적국 또는 잠재적 적국으로 취급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잡지는 "문 특보 발언의 함의는, 동맹 체제 유지를 중국에 대한 평형추의 일부로 여기는 미국 정부의 관점과 극명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또 "동북아 안보 공동체(security community)"를 건설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면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이나 한 쪽의 편을 선택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우리는 두 위대한 나라 모두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고, 평화와 안정과 번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잡지는 문 특보의 "한반도는 지정학적 굴레, 지정학적 덫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미동맹의 '부담'에 대해 지적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잡지 역시 문 특보의 "장기 시나리오"는 "시기를 특정한 것이 아니"며 "남북한의 통일"까지 전제된 것이라고 밝혔고, 문 특보는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계속적 주둔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특히 남북한이 통일되는 미래 시점에서의 일에 대해 "그때 우리는 매우 어려운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된다.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과 세력균형(balancing)을 이룰 것이냐, 아니면 중국에 편승(bandwagon)해 미국과의 유대관계를 떠날 것이냐, 아니면 홀로 설 것이냐"라고 말했다. 한국 여론에 반향을 일으킨 "동맹의 제거"라는 말의 문맥은 이같은 그의 '장기 시나리오'에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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