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사건'에 이어 '한만호 사건'까지, 한 전 총리가 두번의 검찰 기소에 두번의 무죄를 받아내기까지 700일 간의 기록을 담은 책, <피고인 한명숙과 대한민국 검찰>이 5일 나왔다. 저자는 총리로 재임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한 전 총리를 보좌하고 있는 황창화 전 총리실 정무수석이다.
"한명숙이 몸으로 쓴 역사"
▲ <피고인 한명숙과 대한민국 검찰>, 황창화 씀, 위즈덤하우스. ⓒ프레시안 |
'곽영욱 사건'에 이어 '한만호 사건'까지 터지자 한 전 총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시련을 겪을지, 지금은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하나둘 떠나고 결국 홀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황 전 수석은 "이 책은 한 전 총리가 몸으로 쓴 역사를 내가 글로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책은 한 전 총리 개인 재판 기록이 아니라, 민주진영의 투쟁기이자, 민주세력과 정치검찰 사이의 기록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기록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오만한 권력과 정치검찰의 악행을 기억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의미 부여했다.
황 전 수석은 "언론과 검찰을 바로세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곽영욱 사건'은 <조선일보>를 통해, '한만호 사건'은 <동아일보>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검찰이 범죄를 수사하지 않고 사람을 표적으로 수사하는 우리 시대의 부끄러움에 대한 기록이자 부당한 권력에 결코 굴하지 않고 진실과 양심을 지켜낸 우리 시대 한 개인에 대한 자랑스러운 기록이 될 것"이라며 "부끄러운 기록은 극복의 교훈이 되고 자랑스러운 기록은 우리가 지켜야 할 양심과 신념의 좌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정권교체 위해 어떤 역할도 회피하지 않을 것"
지난 10월31일 '한만호 사건'에 대한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큰 짐을 벗어던진 한 전 총리는 야권통합과 관련해, 통합정당의 대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향후 행보는 민주당 뿐 아니라 '혁신과 통합'의 주축인 친노세력, 그리고 시민사회까지 아우를 수 있는 대표적인 정치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손학규-박지원 갈등'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내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다소 불투명해지는 듯 해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내 갈등이 다소 수그러들면서 한 전 총리가 통합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얘기다. 한 전 총리 본인도 5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야권의 통합과 총선승리,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이 요구하는 어떠한 역할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12월11일 '혁신과 통합'과 합당 결의를 하는 민주당의 전당 대회 이후 (출마 여부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출마 쪽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전 총리는 이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나 국민뿐 아니라 검찰 스스로를 위해서도 개혁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지방검사장 선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거듭 '검찰개혁'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재판과정에 대해 "법을 지켜야 할 검찰이 피의사실공표라는 위법을 너무 많이 저질렀다. 재판을 받기 전 이미 죄인이 돼있었다"며 "대부분의 언론이 검찰이 주는 방향과 검찰이 주는 사실로만 그대로 받아썼고 힘없는 사람이 만회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없었다는 점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검찰이 가족이나 주위 사람을 수없이 괴롭혔다. 표적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를 벌였다"고 거듭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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