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직후였던 지난 2014년 5월 7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조급증이 민간잠수사의 죽음을 불렀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방송했다. 방송 닷새 후(2014년 5월 12일) MBC 기자 121인은 해당 리포트를 '보도참사'로 규정하며 대국민 사죄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출범한 MBC정상화위원회도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 구조' 오보와 함께 해당 리포트를 세월호 관련 '문제' 보도로 지목하고 현재 보도 경위와 책임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송 직후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MBC 언론인들 스스로 세월호 유가족에게 2차 가해를 한 최악의 보도로 꼽는 해당 리포트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며 관대함을 유지한 곳이 있다. 바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다. 당시 3기 방통심의위는 해당 리포트에 대해 "보도가 아닌 논평"이며 "논평엔 주관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경징계를 결정했다.
다른 의견이 없었던 게 아니다. 심의 당시 야권 추천 위원들은 방송 스스로 해당 리포트를 '보도'라고 밝혔으며, 방송심의규정 또한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의 경우 수정·삭제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주의' 이상의 중징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권 추천 위원 비율이 무조건 높은 구조(전체 6대 3, 방송심의소위원회 3대 2) 속 소수 위원들의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 방심위 심의, 특히 방송심의의 불합리와 편향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추천(임명)권자인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들이 MBC의 '세월호 유가족 폄훼' 리포트를 심의했어도 같은 결론이었을까. 언론운동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이달 23일 저녁 7시 서울 합정동 국민카페 온에어에서 '시민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MBC의 '세월호 유가족 폄훼' 리포트 등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재심의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심의, 시민이 하면?'을 주제로 하는 이번 행사에서 민언련은 MBC의 '세월호 유가족 폄훼' 리포트를 비롯해 3기 방통심의위와 지난 1월 말 출범한 4기 방통심의위의 심의 중 '정치심의', '봐주기 심의', '꼰대심의' 등의 논란이 일었던 안건 네 개를 선정해 재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언련은 이번 행사에서 심의를 맡을 위원 구성도 완료했다. 위원 평균 연령 59세, 전원 남성이었던 3기 방통심의위나 40대 위원과 여성 위원 3인씩을 포함시키는 데 그친 4기 방통심의위와 비교할 때 연령, 젠더 등의 측면에서 다양성을 더 확보할 수 있는 구성이라는 설명이다.
민언련에서 시민단체와 학계, 법조계 등의 추천을 통해 구성한 시민 심의위원은 △엄주웅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위원장)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전 EBS PD) △박민 전북민언련 참여미디어연구소 소장 △박인숙 변호사 △석원정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소장 △양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윤성옥 경기대 교수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 △한희정 국민대 교수 등이다. 위원들의 연령은 10~50대를 아우르고 있으며, 9인 위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6인 위원이 여성이다.
민언련은 "과거 '편파', '꼰대' 심의 논란을 불렀던 안건들에 대한 재심 성격의 모의 심의를 통해 향후 3년 동안 심의를 맡을 4기 방통심의위의 심의 원칙과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민언련에 따르면 '시민 방송심의위원회'는 1회성 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다. 향후 온라인 설문방식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방통심의위의 심의 전 문제 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먼저 구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민언련에서 방통심의위에 접수한 심의 민원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방송(보도)에 대해 방통심의위의 심의 전 시민들의 의견을 먼저 구한 뒤, 이를 방통심의위에 전달하는 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최근 방통심의위에서도 국민 참여 심의제와 함께 열린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힌 만큼, 민언련에서 진행할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와의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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