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많은 기대를 안고 경기도에서 제정한 학생인권조례, 그리고 10만 서울 시민들의 호응을 안고 발의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차별 금지 조항이 보수 기독교계의 공격으로 삭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학생인권조례 사건 이전에도 보수 기독교계는 성적 지향 관련 차별 금지 조항을 문제 삼아 왔으며,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최초의 시도는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건으로서, 당시 차별금지법에 차별금지사유에 '성적 지향'이 들어 있다는 점을 집중 공격함으로써 실제로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은 무산됐다. 그 이후 이명박 정권에 들어 보수 기독교계의 공격은 급속히 조직화되고 더욱 노골적인 혐오의 언어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내 아들 에이즈 걸리면 책임져라" 근거 없는 흑색선전
2010년 동성애자의 삶과 고민을 진솔하게 그려내 많은 이의 공감을 샀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하여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이란 단체에서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왠말이냐", "내 아들이 게이되어 에이즈 걸리면 SBS에서 책임져라!"라는 제하의 광고카피를 <조선일보> 등 보수일간지에서 쏟아냈다.
이들은 2010년 하반기 법무부에서 차별금지법 재차 제정시도가 있자 국회 시설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의 배려로 버젓이 '동성애 반대 포럼'을 개최하였고 동성애 차별 조항인 군형법 내 계간 조항(*각주:군대 내 동성애 차별이 명시된 군형법 조항,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음)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재차 '동성애 허용하면 군 기강 무너지고 에이즈 확산되며 김정일만 좋아한다!'는 여론전을 펼쳤다.
그리고 최근에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차별 금지 조항에 재차 집중하여 이들 조항이 학교 내 교권을 붕괴시키며 학교 내 동성애가 양산된다는 근거 없는 흑색선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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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좌파', '종북주의' 딱지와 비슷한 동성애 혐오 선전술
모든 기독교인들이 이와 같은 동성애 혐오를 노골적으로 주장한다고는 믿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이 이명박 집권 이후에 보수 기독교 진영이 '동성애 혐오'에 초점을 맞추어 반진보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삼는 모습은 더 이상 묵과돼선 안 된다. 이들 대형교회의 '동성애 혐오' 선전술은 어버이 연합의 '좌파' '빨갱이' '종북주의' 레토릭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좌파' 교육감 혹은 '좌파' 시장이 당선되면 동성애가 허용되면서 사회 혼란이 일어날 것이란 선동을 수시로 활용하며 보수층의 결집을 꾀하였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아름다운 재단'이 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의 게이코러스 G-Voice를 지원한 사실을 공격했던 일,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되면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라는 마타도어 등은 동성애 혐오가 소위 진보 진영에 대한 공격에 활용되어 왔음을 보여 준다.
애초 종교적 교리가 보수적이고 때로는 타협의 여지도 없는 근본주의적 성향을 띈다 하더라도 이명박 정권만큼 종교가 충실한 정권의 보수 이데올로그를 자처한 적은 없었다. 과거에도 물론 독재 정권들과 교회는 불가원의 관계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정권이 교회라는 이데올로기 외 총칼이라는 압제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현재는 종교적 근본주의 이데올로기의 혐오 선동이 핵심 무기이다.
과거에는 '빨갱이, 좌파' 혐오를 우익 동원 이데올로기로 활용했다면 오늘날에는 이를 동성애 혐오와 연결시키면서 현대화에 성공한다. '군대 내 동성애를 허용하면 군 기강이 해이해지므로 이는 김정일의 음모'라고 말하면 상식적인 사람들은 코웃음 치지만 일부 신자들은 현대 사회 악의 한 축인 '동성애'와 '빨갱이, 좌파'를 연결시킨다. 근본주의 교회들의 '빨갱이, 좌파' 혐오 선동은 현대 사회 먹히지 않더라도 '동성애'라는 고리를 통해 진보를 공격할 근거를 찾고, 보수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동성애 반대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 파괴, MB정부의 불통과 한 맥락
실제로 이들의 '동성애 반대'는 이성이 작동할 공간이 없고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는 보수 이데올로기적 선동의 도구로만 쓰인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파괴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동성애 반대' 구호는 소통과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이명박 정부와 잘 맞는 구호이다. 그러나 '동성애 반대'가 민주주의 파괴에 나름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은 달리 보면 이 부분이 현재 한국 사회 민주주의, 그리고 진보의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만약 보수 종교 단체의 선동이 효과적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저지한다면 이는 단지 보수 종교 단체의 선동 때문만이 아니라 그 만큼 한국 사회의 진보와 민주주의가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사회가 비이성적인 '혐오'라는 감정에 의거하여 얼마든지 사회 구성 집단을 '없는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비이성적인 '혐오'와 타협한다는 것은 이미 청소년 동성애자 중 70% 이상이 자살에 대해 고민해 본 경험이 있고, 46%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는 현실을 '침묵해야 할 것'으로 만들 뿐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사회의 개별 구성원들이 제각각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민주주의는 그들 구성원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시도와 타협해서는 안 된다. 한 번 혐오에 굴복하는 순간 어떠한 인권 존중의 기본적 가치도 지속적인 굴복의 대상이 되는 것이 뻔하다. 어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견제하고 주변화해야 할 것으로 사고해야 할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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