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권 시절 헌법 119조 2항의 이른바 '경제 민주화 조항'을 기안하고, 박정희 정권 시절 전국민건강보험의 토대를 놓았던 김 전 의원은 지난 23일 출간된 민주당 우제창 의원(정책위 수석부의장)과 대담 형식의 책 <87년 체제를 넘어 2013년 체제를 말한다>에서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었다.
"몇 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며 대형 마트를 규제해달라고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은 '법을 만들더라도 (대기업이)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내면 정부가 진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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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김 전 의원과 우 의원은 '재벌 개혁'에 공감했다. 김 전 의원은 "재벌 문제는 대통령 마음 먹기에 따라 6개월이면 가능한 것"이라며 "헌법에는 기본권의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자유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시장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2013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재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양극화 심화와 고용 문제를 풀기 어렵다. 재벌 문제와 관련해 강력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이 필요하다"며 "삼성, CJ, 신세계 등 이병철 가문 그룹들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 KCC, 현대백화점 등 정주영 가문을 모두 합쳐서 보면 극소수 재벌 가문이 제조, 건설, 유통 등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는 한국 경제가 견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우 의원은 "재벌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경제 민주화 조항이 제대로 작동만 된다면 한국 사회의 복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재벌에 의한 반칙과 특권이 없어진다면 중소기업과 중산층 복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반칙과 특권의 문제는 복지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한미FTA도 헌법 119조 2항과 충돌할 소지가 많다. 국가의 공공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ISD(투자자-국가간 제소제)와 같은 독소조항이 대표적이다. 또 헌법 125조 대외 무역 육성 및, 규제 조정권을 명시한 부분도 한미 FTA의 '자유 무역' 정신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미FTA와 '경제 민주화'가 양립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때문에 야당은 현재 한미FTA 폐기를 내년 선거 공약으로 내놓을 태세다.
김종인 전 의원은 독일 뮌스터대학교 경제학 석사, 박사를 받았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이고,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다.
재선인 우제창 의원은 영국 런던정경대학 경제학 석사, 옥스퍼드대학교 경제학 박사를 받은 경제통으로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 대통령 측근인 천신일 씨의 포스코 인사 개입 의혹을 비롯해 각종 '공기업 낙하산' 관련 의혹 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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