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사회 지도층이 해외 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역외 탈세 혐의들이 드러나면서 국민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 은닉하여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 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진그룹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가족 전체가 '갑질' 논란을 빚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아버지인 고 조중훈 전 회장에게 상속받은 해외 비자금을 신고하지 않아 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의 지시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관련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기업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현재 국세청 조사를 통해 역외 탈세 문제가 드러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2일 역외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대기업과 총수 일가, 유명인 등 39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불법 해외 재산 도피는 활동 영역이 국내외에 걸쳐 있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치밀하게 행해지기 때문에 어느 한 부처의 개별적인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관련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 범죄 수익 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하여 추적조사와 처벌, 범죄 수익 환수까지 공조하는 방안을 관련 기관들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의 법·제도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법 제도의 개선 방안까지 함께 검토하여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형사 판결이 확정되면 부정 축재한 국내외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최순실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도 '민주헌정 침해 행위자의 부정 축적 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이 2016년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전날인 13일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돌이켜보며 앞으로는 '국정농단 범죄 수익 환수'를 추진하고, 불공정·갑질 행위 등 '생활 적폐 청산'에도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