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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MB 때문이야"…농담 아니라 공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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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MB 때문이야"…농담 아니라 공자 말씀!

[기자의 눈] MB는 못 믿고 오바마는 믿는 이유

한나라당의 한미FTA비준안 강행처리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던 시민들이 "명동으로 가자"는 한 마디에 명동 길바닥으로 나가 초겨울 날씨 속에서도 물대포를 맞았다.

집회 참석 인원은 공식 경찰 추산으로 2800여 명 가량이지만 경찰 관계자는 "3000 내지 4000명 정도 있었던 것 같다"면서 "여의도에서 넘어간 사람도 있었지만 명동에 원래 있던 사람들이 붙은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데모 구경'하던 일반 시민들이 물대포 맞는 시위대에 합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규정에 따르면 "욕설이 난무하는, 불만이나 해소하는 창구"지만 트위터 공간은 부글부글 끌어 오르고 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라는 마음을 갖고 한미FTA비준 처리가 늦어지는 것을 답답해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 도저히 이해가 안 될 것이다.

"나라 망치려는 것 아니잖냐"는 MB의 진정성

▲ 23일 아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더 이상 갈등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회에 직접 가서 여야 지도부를 만났을 때 "내가 나라 망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잖느냐"고 절절하게 호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부로부터 충격에 의한 체질 개선으로서의 개혁', '남북관계-북미관계의 돌파구'로 한미FTA 협상을 결심했듯, 이명박 대통령도 한미 동맹강화, 경제영토 확대로서는 한미FTA만한 것이 없다고 정말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맞냐 틀리냐를 따지기 전에 이건 소신과 신념의 차원이다.

그러다 보니 여권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노무현이 했던 거랑 우리가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 다 정치적 속셈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좌파', '김정일' 같은 단어가 나온다.

기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의 내용을 뜯어보면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제외하곤 다른 게 없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도 이미 다 나온 이야기다. 그런데 왜 이리 반발이 거셀까? 민주당 등의 선동력이 뛰어나서? 여당이나 야당이나 인기 없긴 마찬가지라는 건 다 알지 않나?

사실은 모두가 '이명박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다.

MB는 못 믿고 오바마는 믿는 이유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회에 갔을 때 유독 진정성을 강조했다. "나는 정치적이지 못하다. 정직한 대통령으로 남으려 한다"면서 "나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참 답답했을 것이다. 야당이 '정략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야당은 왜 오바마 대통령만 믿나. 한국 대통령을 믿어야지"라고도 말했다.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야당은 물론 상당수 국민들이 한국 대통령을 못 믿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11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한미FTA 재협상 공약에 대해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겠느냐"고 평가했다. 자신의 선거 공약이었던 세종시,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선거 때문에"라고 했던 이 대통령으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달랐다. 정말로 한국에 재협상을 요구했고 관철시켰다.

이 대통령은 2009년 11월 19일 서울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미국하고 우리가 자동차 문제가 있다면 다시 이야기해보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먼저 '배려'했다. "재협상은 없다"고 철썩같이 이야기하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관료들도 슬금슬금 말을 바꾸기 시작했고 결국 재협상은 됐다. 미국 언론은 "한국이 놀라운 양보를 했다"고 평가했고 한국 정부와 보수 언론은 "그래도 FTA는 좋다"고 했다. '무조건'이었다.

이러니 오바마는 믿어도 이명박은 못 믿을 수 밖에. "한미 FTA로 우리 일자리 늘어난다"고 둘이 똑같이 말해도 한 사람 말엔 힘이 실리고 다른 사람 말은 그렇지 않다. 아마 "G20 경제효과가 수십 조", "종편하면 일자리 2만 개", "세계가 4대강을 부러워 한다" 이런 소리도 말값 떨어뜨리는 데 한 몫 했을 테고.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필리핀 국빈 방문에서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안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한미 FTA비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항상 '경제'와 '안보'를 FTA의 이유로 꼽았었다. 한미FTA로 그게 보장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경제'와 '안보'는 중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다.

논어(論語)에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제자인 자공(子貢)이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그 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택하겠냐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자고로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는 게 공자의 답이었다. 사람들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 논어에 다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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