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정상외교는 한 번 상대국에 방문하면 그다음에는 상대국의 정상을 자국으로 초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 위원장의 두 번 연속 방중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8일 다롄(大連)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나온 보도문에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양자 관계는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갖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며 "이는 북중 양측이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유사성을 강조한 셈인데, 최근 북중 관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관계가 강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북중 관계가 대단히 나빴던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중국을 배제하고 지금의 판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같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이유로,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 결국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는 상황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기댄다기보다는 북한이 여러 외교적 전략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선거로 행정부가 바뀌는 국가다. 정부가 바뀌면 대북 정책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북미 관계에는 그러한 가변성이 있어서 북한이 설사 친미 국가가 되고 싶다고 해도 안정적인 친미 국가로 계속 남아있기는 쉽지 않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외교적 전략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과 관련,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차이나 패싱' 논란이 나오고 있는데, 중국도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런데 중국은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이든 모두 참여하고 싶어한다. 중국이 종전선언부터 참여하겠다고 하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종전선언 자체가 고정되거나 제도화된 프로세스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그런데 사실 종전선언 자체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쟁은 종전선언과 같은 절차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전쟁이 끝나면 영토 문제가 남아있지 않는 한 외교 관계 회복으로 정상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래서 종전선언의 함의와 참여자 등에 대해 정확히 규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중국이 참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가능한 빨리 전쟁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이 평화협정 체결 동력을 이어가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남북미 3자의 종전선언을 서둘러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도 종전선언 자체가 이후 한반도 질서에 대한 심각한 합의를 담고 있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북미 3자로 한다고 해도 크게 기분 나빠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말에 이어 지난 7~8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제의로 이뤄졌다고 하는데, 북한이 현 국면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이남주 : 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이후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북중 관계는 좋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제제와 압박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수사적인 측면에서도 북한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다.
당시 제가 만났던 중국 학자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마 미국이 통보 정도는 해주지 않겠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에 대한 불만과 중국의 현재 입장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그널이었다.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변한 것도 북중 관계를 어렵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북한은 핵 카드를 처음 사용할 때, 핵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변경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핵 보유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내부적인 어려움과 미국의 압력 때문에 도달할 수 있는 목표까지는 간다는, 즉 ICBM에 핵탄두를 올리는 정도까지 가겠다는 프로세스가 있었다.
바로 이 지점이 북한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 차이를 벌린 가장 주요한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도 섣불리 김정은을 불러 정상회담을 가질 수는 없었다. 다만 중국은 북한의 계산법을 바꿔야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더 강하게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의 행보가 이전과 달라졌다. 물론 이때도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이 잠깐 저러다가 말 것이고, 또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그러다 중국은 지난 3월 8일(현지 시각) 한국 특사단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발표하자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및 특사단 일행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발표한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공유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을 때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은 취임 최초로 해외 순방길에 올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이 방문을 통해 북한이 미국 카드를 본격적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중국의 우려를 해소시켰다.
김 위원장은 이 만남에서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라면서 "조중(북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라고 말했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에 방문했다고 했지만, 북한 쪽에서 가겠다는 사인을 보냈기 때문에 가능했고 또 김 위원장이 저런 말을 했다는 것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주도성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7일 김 위원장은 또 중국에 방문해 시 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실 원래 정상외교는 한 번 상대국에 방문하면 그다음에는 상대국의 정상을 자국으로 초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두 번 연속 중국에 방문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이같은 행보를 보인 이유를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시 주석은 "두 나라 간 전략적 소통이라는 전통적 '법보'(法寶)"를 적극 활용하자고 합의했다. 중대 문제에 대한 의견교환을 활성화시켰던 것이 과거 중조 관계의 빛나는 전통이라고도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고위급들이 언제든지 오고갈 수 있는 소통을 하자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8일 다롄(大連)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나온 보도문에도 전략적 소통에 대한 언급이 있다. <신화통신>은 양당 고위 관계자들은 교류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양자 관계는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즉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유사성을 강조한 것인데, 최근 북중 관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관계가 강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로 미뤄볼 때 그동안 양측 관계가 대단히 나빴던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중국을 배제하고 지금의 판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저변에 깔려있는 북중 사이의 불신이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미지수다. 중국 역시 지금의 프로세스가 계속 진행될 수 있을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중국은 만약 중간에 일이 잘못되고 북한이 세게 치고 나오면 자기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는 우려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북중 정상회담을 하려면 이제는 시진핑 주석이 평양에 한 번 방문할 차례다. 시 주석이 평양으로 갈 수 있을까?
이남주 : 거의 확실히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미북 간 합의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전반적인 회담에 대한 브리핑을 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이 평양에 갈 가능성이 높다.
또 군사적인 문제가 풀려서 한반도나 동북아가 안정과 정상적인 발전의 궤도로 갈 경우 경제적인 문제에서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지역협력 측면에서 봐도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프레시안 : 최근 두 달 정도 북한이 취해온 외교 행보를 보면 나름대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가 혼란스럽지 않고 핵무기가 없는 안정된 상태를 원했다. 현재 이런 방향으로 국면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계속 가다 보면 북한이 미국의 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한반도와 친미적으로 변하는 북한 사이에 딜레마가 있을 것 같은데?
이남주 : 중국은 세 가지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가지고 있다. 우선 한반도의 안정이다. 중국은 주변 상황을 변경시키려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그럴 능력도 없다. 아직까지는 추격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한반도 비핵화다. 이는 중국에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이익이다. 그런데 현재 한반도 현실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행위자는 북한이다. 현상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북한은 뜻대로 되지 않자 핵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한반도의 군사적인 옵션을 고려했고, 이에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 중에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하느냐는 딜레마에 놓였다. 그런데 이 문제는 결국 미국과 북한에 의해 해결되려고 하는 과정이긴 하다. 중국은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건 중국 힘의 한계라고 본다.
세 번째는 한반도에서 중국에 적대적인 세력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의 한 축으로 포함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즉 북한이 친미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 북한과 주로 비교되는 것이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미국과 수교 이후 군사협력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조금 멀어졌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의 한 축으로 기능하지는 않는다. 물론 베트남이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구도는 있지만 베트남이 대놓고 '반중친미' 노선으로 가기는 어렵다. 베트남은 중국을 경계하기 위해 미국이라는 카드를 활용하는 수준이다.
프레시안 : 북한은 위기의 상황에 처했을 때 기댈 곳은 결국 중국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을까?
이남주 : 기댄다기보다는 북한이 여러 외교적 전략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이라고 본다. 미국과 관계를 잘 풀어서 아주 극단적으로 가면 중국보다는 미국과 관계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북한 스스로가 그러한 길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은 선거로 행정부가 바뀌는 국가다. 정부가 바뀌면 대북 정책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북미 관계에는 그러한 가변성이 있어서 북한이 설사 친미 국가가 되고 싶다고 해도 안정적인 친미 국가로 계속 남아있기는 쉽지 않다.
종전선언, 중국도 함께?
프레시안 :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는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과 관련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을 배제한 것 아니냐며 '차이나 패싱' 논란이 나오고 있는데, 중국도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남주 : 그런데 종전선언 자체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전쟁은 종전선언과 같은 절차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쟁이 끝나면 영토 문제가 남아있지 않는 한 외교 관계 회복으로 정상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한은 과거 평화협정을 체결을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같이 제기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따라서 2007년 10.4 선언 당시 군사적인 대치 상황을 종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종전선언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이 나온 배경은 중국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10.4 선언을 추진할 당시 중국이 여기에 참여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을 당사자로 확정지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종전선언의 함의와 참여자 등에 대해 정확히 규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중국이 참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평화협정의 경우는 4자만이 아니라 동북아를 넘어 유럽연합(EU)도 참여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가능한 빨리 전쟁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이 평화협정 체결 동력을 이어가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남북미 3자의 종전선언을 서둘러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때는 중국에 양해를 구하면 된다. 중국도 종전선언 자체가 이후 한반도 질서에 대한 심각한 합의를 담고 있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북미 3자로 한다고 해도 크게 기분 나빠할 것 같지는 않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 수순을 밟게 되면 북한의 경제가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은 북한 경제에 어떤 식으로 참여하게 될까?
이남주 : 중국은 지원금을 주는 방식보다는 인프라 구축을 시도할 것 같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带一路)'와 연관시켜서 본다면 교통, 특히 철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중심으로 할 수도 있는데 이는 대부분 우대 조건이 있는 차관의 형식을 띄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이 실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차관이 들어가면 중국 기술자들도 같이 건설 현장에 투입된다. 물론 북한이 인프라 건설에 나서는 경우 중국만이 아니라 남한 및 다른 행위자도 고려해 사업방식을 정할 것이다.
또 중국은 동북3성 차원에서 북한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동북 지방의 경제적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동북3성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활로는 북한밖에 없다. 북중 국경까지 뻗어있는 고속철도가 북한에도 연결된다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로서 유대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북한 내부의 정치적 안정과 관련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한이 개방되기 시작하면 인권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북한은 중국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 공동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중국 입장에서 현재의 한반도 평화 국면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남주 : 나쁘다고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북미 양측이 손을 잡는다고 하니까 좀 당황했을 것이다. 북한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카드를 받아 버린 미국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해제 시점은
프레시안 : 북미 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당초 평양이나 판문점이 아닌,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돼 양측 정상 간 합의 수준이 다소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북미 간 어떤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하는지?
이남주 : 올해 초에 한국 특사가 북한을 들러 미국까지 가서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갈 때 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도 상황이 이 정도로 진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프로세스를 당기면서 지금과 같이 속도가 붙기 시작됐다. 이후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단계들을 거치면서 진행돼 왔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판문점에서 진행하면 남북미 3자 구도도 빨리 만들어질 수 있다.
평양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 깜짝쇼나 리얼리티쇼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사실 북미 양측은 오랫동안 좋지 않은 관계를 맺어왔다. 그래서 아무리 관계를 푼다고 해도 디테일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즉 여전히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어려운 문제들을 점검해보면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싱가포르에서의 회담이 가장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제는 북미 간에 실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싱가포르가 더 적절할 수 있다.
또 싱가포르 결정이 북미 간 난항을 거치면서 확정된 것이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분위기에서 회담을 하고 나서 발표됐기 때문에 북미 간 합의 수준의 문제와는 크게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 보장을 받고 세계 경제로 편입하기 위해 비핵화를 결심한 것 같다. 그런데 체제 안전은 비핵화를 통해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경제 문제는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어려운 문제 아닌가?
이남주 :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 프로세스 중 핵 '동결(freeze)' 단계에 진입하면 가장 최근에 나온 유엔 안보리 제재인 2397호는 해제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22일(현지 시각) 안보리 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 제재 결의안에는 민간 부문에 영향을 주는 제재가 많다. 군사적인 부분은 남겨두더라도 민간 경제에 타격을 주는 제재는 걷어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9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평양에서 다시 만남을 가진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은 매우 밝아 보였다. 이에 동결 단계에서의 제재 해제보다 더 진전된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가 연관돼있기 때문에 이같은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우선 안보 문제는 주한미군의 경우 당분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협상에 임할 수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 핵 폐기까지 가는 것을 두고 북한이 상당히 양보한 것이라고 본다면, 미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 우려를 해소할만한 무엇인가 더 진전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이 곧 적대시 정책의 상징인데,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을 것임을 무엇으로 보여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제재 해제 등을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서 북한과 미국이 밸런스를 맞춰나갈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북한은 중국식과 베트남식 중에 어떤 개혁 방식을 택하게 될까?
이남주 : 중국과 베트남은 기본적으로 공산당 권력을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똑같다. 하지만 구체적 발전 전략으로 보자면 차이를 발견할 수는 있다.
중국은 지난 1978년 공산당 제11기 3중전회에서 당과 국가사업의 중점을 계급투쟁에서 경제 건설로 이동한다고 밝히면서 개혁개방의 포문을 열었다. 북한 역시 지난 4월 2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로선(노선)"이라고 밝히며 경제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은 이렇게 북한이 중국과 유사한 표현을 쓴 것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베트남보다는 경제 발전에 대한 집중력이 높았다고 본다. 경제 발전 목표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중국은 국제적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러 여건이 있었다. 베트남보다 외부 자원을 흡수하기에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다. 북한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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