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나라당은 하루종일 재보선 패배 원인 분석에 매달렸으나 전략의 오류 등 선거공학적인 복기에 머물렀다. 재보선 패인을 '세종시 악재', '김제동 악재' 등 외부 요인이나 '공천 오류', '잘못된 여론조사' 등의 기술적 문제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지고도 왜 졌는지 모른다는 눈총을 받을 만하다.
이날 오전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자랑하는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여옥 전략기획본부장은 선거 패배의 적지않은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에도 "공천 문제"만 따로 거론해 장광근 사무총장을 비난했다.
허태열 의원은 김제동, 손석희 씨 퇴출에 따른 '30, 40대 민심'의 악영향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런 '돌발 변수'가 등장한 원인에 대한 고민은 나오지 않았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발언'을 문제삼아 화살을 내부의 적으로 돌렸다.
이렇게 의미있는 진단은 내놓지 못하면서 의원총회에선 내년 지방선거 걱정 일색이었다.
▲ 미디어법 헌재 판결 직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정몽준 대표가 '미디어법 처리 1등 공신' 나경원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용 의원은 "수도권 의원으로써 내년 지방선거를 우려할 만한 선거 결과"라고 걱정했다. 권영진 의원은 "국정운영의 변화와 당 쇄신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노력과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다시 한번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이 "향후 정치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정몽준 대표는 "전당대회를 하자고 하면 하는 것이고, 안하자고 하면 안하는 것"이라고 '정몽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아예 "오늘 토론은 토론대로 행하면서 외부적으로 국민에 단결된 모습을 보이며 난국을 헤쳐 나가자. 연말에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서둘러 마무리하고자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13명 중 8명이 수도권 의원인 '민본21'은 이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지난 4.29 재보선 패배 이후 당내에서 제기된 당 쇄신 요구에 대해서도 어느 하나 실천적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당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나 4.29 재보선 패배 이후 이들이 요구한 '국정 쇄신'을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는 지난 6개월의 청와대를 돌아보면 답이 얼추 나온다. 민본21은 "친서민, 중도 실용 기조로 전환한 것이 쇄신의 결과"라고 자신했으나,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이 구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는 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10월 재보선의 결과였다.
이날 한나라당의 갑론을박이 더 한심스러웠던 건 미디어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반응 때문이었다.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총대를 멨던 나경원 의원, 헌재 판결 과정에서 변론을 맡았던 여상규 의원 등은 "위법이 법의 결정을 무효화하지 않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게 헌재 결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헌재 결정에 고무돼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보였다.
재보선 패배 다음날, 그것도 미디어법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날 열린 한나라당의 의원총회 분위기는 왜 여당이 집권기간의 선거에서 연전연패할 수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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