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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에서 손 떼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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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에서 손 떼는 것도 방법이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44> MB, '결단'을 검토해야

<대통령 언행의 신뢰도 고찰>쯤 되는 주제는 대단한 연구대상이 될게 틀림없다. 근래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특히 믿어지지 않는 때, 그래서는 안될 장소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내는가 하면, 절대로 믿기 어려운 짓까지 저지르고 있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정이야 불가피 했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해서는 안 될 이야기가 있고, 해서는 안 될 짓이 있다. 측근들이 비리로 사직 당국에 불려 다니고 쇠고랑을 차는 판에,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가슴 철렁한' 소리를 했다. 놀라웠다. 그때 그가 해서는 안 될 이야기였다. 요 며칠 전에는 거짓말 해서는 안되는 국회에서 피를 토하듯 자신의 정직성과 진정성을 강조했다. "정직한 대통령으로 남으려 한다"고 했다. "나를 믿어 달라"며 "나는 진실되게 하려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거짓'과 '불신'이 그의 '상표'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판국이다. 그런 때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간곡한 표정으로, 터무니없게도 다른 것 아닌 '정직'과 '신뢰'를 자신의 전유물인 것처럼 마구 들먹였다. 그러더니 급기야 내곡동 쪽에서 '범죄행위'까지 드러나기에 이르렀다. 사저파동이 나자 청와대는 그동안 내곡동 땅을 청와대와 MB의 아들이 공동 매입했다고 주장 했으나, 실은 MB가 땅값을 대고 아들 이름으로 명의 신탁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 부지로 점찍었던 내곡동. ⓒ민주당 제공

사저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전 청와대 경호처장이 입을 열었다. 명의신탁이 확실하다면 그것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다. 물론 범죄행위다. 범인은 대통령 부자다. 참혹한 이야기다. 사람들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리는 피니쉬 블로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행실이다. 가식(假飾)에 찬 그의 말과 행동은 그렇게 계속 이어져 왔다.

'촛불'때도 그랬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반성했다며 잘못했다며, 두 번이나 애처로운 목소리로 사과를 하고는, 돌아서서 바로 '촛불' 뒤통수 '깔' 장도리 찾아 들고 나섰다. 금방 들통 날 일, 태연하게 해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다음날, 그는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의 뜻을 새기겠다"고 했다. 바로 그날 그는 '촛불'때 '명박산성'을 쌓아 '소통차단'을 결행한 뒤 문책됐던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청와대 경호처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양치기' 대통령이었다.

2009년 9월7일 이었다. 지금도 그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하다.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했다. KBS 이사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한 기막힌 이야기였다. 그러나 MB가 최시중 씨 앞세워 이 나라 언론 이 모양 이 꼴 만들어 놓은 것 천하가 다 안다. 그러면서 조중동과 부도덕한 거래 해온 것 모르는 사람 별로 없다. 그 최씨는 그늘에 숨어서 '종편'들과 짜고 천하대란 흙탕물 일으키면서도, 항상 더 할 수 없이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를 머금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MB는 자주 자기는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검찰로 정치하는 선수'임을 모르는 이 많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떻게 죽음의 길을 택했는지도 우리는 안다. 흔히들 언론과 검찰을 양대 개혁대상으로 지목하지만, 정작 지목 받아야 할 임자는 뒤에 따로 있다. 눈 크게 뜨고 자세히 보면 한 손에 언론, 다른 한 손에 검찰이라는 쌍칼을 들고 서 있으면서, '아닌 척 하는' MB의 모습이 보인다.

최근 여당인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원이 그런 그를 지칭해 "유체이탈(幽體離脫) 화법을 쓴 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유체이탈이란 통상 사람이 죽을 때 넋이나 혼이 육체를 빠져나가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여기서는 죽은 상태를 말하는 건 아니므로, 몸뚱이를 빠져나간 넋이, 따로 놓여있는 자기 육체를 자기 것 아닌 것처럼 남 보듯 하고, 육체는 육체대로, 넋이 빠져나가 제 정신이 아닌 상태를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제대로 사리 판단이 되지도 않는, 정신 나간 말과 행동이 따로따로 튀어 나온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요약 하자면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넋 빠진 소리 자주한다는 이야기다.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는 이야기다. 거짓과 위선을 매달고 다닌다는 이야기다. 그 최고위원은 MB가 그렇게 "민생을 소홀히 하고선 자화자찬하고, 개혁 요구에는 딴 사람 이야기 하듯 한다"고 했다.

MB가 미국의 공영 라디오(NPR)와 독점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에서도 '유체(幽體)가 이탈(離脫)'된 소리가 나왔다. "FTA를 반대하는 건 반미 성향을 지닌 극소수의 국민"이라 했다. "이 소수 집단은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제일 먼저 거리로 뛰쳐나와 불만을 쏟아내곤 한다"고 했다. 그가 NPR과 인터뷰 한 날은 국회를 방문해, FTA를 반대하는 야당 대표에게도 간절한 목소리로 비준을 부탁한 15일 바로 그날이었다. 그는 그날도 두 얼굴의 처신을 했다.

오죽했으면 NPR은 MB와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점점 더 강한 결속력을 발휘하고 있는 반(反)FTA 시위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비교적 객관적인 별도의 취재내용을 덧붙였다. 한미FTA와 관련해 그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솔직한 심정으로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가 국회에서 제의했다는 '비준 후 3개월 내 재협상'만 해도 그렇다.

우리 쪽 국회 비준을 거쳐 협정이 발효되면, 두 나라 정부는 협정문에 따라 현안을 논의 할 공동위원회(서비스·투자위원회)를 '90일'이내에 만들도록 되어있다. 그 '90일'이 바로 MB가 말하는 '3개월'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그러도록 돼있는 공동위원회에 ISD(투자자·국가소송) 문제를 상정하겠다는 것은 손 안대고 코푸는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것도 ISD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이 될 수 없는 내용을, "국회 비준해주면" "미국에 제안 하겠다"는 식으로, 흥정하듯 내민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 위원회에서 두 나라 정부가 고치기로 합의한다 해도, 그 조항은 오바마도 마음대로 못하는 미국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어렵고도 어려운 이야기다. 한편에서는 FTA가 발효되면 전기·가스·수도요금을 비롯한 여러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같은 미국대비 약소국들이 이 협정 때문에 손해 뒤집어쓰는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례들도 속속 보도되고 있다.

MB는 무슨 이유로 FTA 비준에 이토록 목을 매는지 의심스럽다. 왜 2012년 1월에 한미FTA는 꼭 발효되어야 하는가. 더 폭 넓은 공감대를 확보한 뒤 3개월이나 6개월 뒤에 비준하면 안 되는 것인가. 내곡동 사태까지 접하면서, 믿음이 가지 않는 MB의 말과 행동 때문에 하는 소리다. 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불안해서 하는 소리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앞뒤 다르고 겉과 속 다른 유체이탈 식 언행으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뒤, 실정(失政)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여당 쇄신파 의원들의 요구에 MB는 "침묵이 나의 답변"이라 했다.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은 대답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더 이상 예의를 지킬 여유가 없다"는 여당 중진의 항변에 민초들은 공감한다.

형님에게 돈 벼락을 안겨준 남이천IC 1 km도 안 되는 곳에서 MB의 사돈댁인 효성그룹이 골프장을 건설 중인 사실도 밝혀졌다. 교통량도 별로 없는 그곳을 골라, 우리들이 낸 세금으로 IC를 만드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땅 값이 폭등하면서 형님과 사돈댁이 떼돈을 벌게 되었다.

MB의 가장 큰 잘못은 대통령 취임 이래 줄곧, 옳지 않은 것이 옳은 것을 제어하는 풍토를 조성해 온 데 있다. 자기 입으로 외친 공정사회를 스스로 깨부순 데 있다. 그 밑바탕에 거짓과 위선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증스러운 내곡동 사태도 "국민들은 속여도 괜찮다"는 발상에서 빚어졌는지 모른다. "왜 들켰나"를 놓고 짜증내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한나라당 핵심부에서까지 험한 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심각하게 살펴야 할 때다. 무릎 꿇고 기도하면서 결단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더 이상 나라에 보탬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모든 것을 '시스템'에 일임하고 국정에서 손을 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가 다른 사람아닌 '가장 도덕적이고 믿을 수 있어야할' 대통령이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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