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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는 전세계 지켜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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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는 전세계 지켜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북미 정상회담 '카운트다운...트럼프-김정은 '빅딜' 성사되나?

북한 억류에서 풀려난 미국인 3명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직접 맞이하는 장면으로 북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본궤도에 올랐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으로 이들의 송환을 지시했다. 송환자들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순조로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윤활제로서, 억류자 석방 조치는 성공적이란 평가다.

이로써 '영구적 핵폐기'로 문턱을 높여온 미국,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으로 고조됐던 북미 간 '이상기류'는 진정 국면으로 돌입했다. 북한이 5월 내로 예고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까지 완료되면 '사전 행사'는 마무리된다.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조차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의 석방은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외교에 있어서 동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다음 단계는 전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것"이라고 했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접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미가 비핵화 조치 및 보상 방법에 상당한 수준의 의견 접근을 이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억류자 석방이라는 선물을 안고 돌아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정은 위원장과 가진 평양 회동을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수십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다. 이제 우린 이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제거해 북한 국민들이 정당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도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이 조선반도의 긍정적인 정세발전을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훌륭한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만남으로 될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대서특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항에서 석방자들을 맞고 있을 무렵,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이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해 듣고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서와 조미 수뇌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사의를 표했다"고 추가 사실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대안'이 무엇인지 이 매체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핵을 비롯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대량살상무기 등을 폐기 대상 리스트에 올리며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원칙을 견지해 온 미국이 북한에 대한 모종의 '당근'을 제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도 전날 일본에서 가진 한중 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일방적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핵화 단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요구해 온 북한 입장도 헤아려야 북미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거란 제언이 북핵 관련국 정상들의 입장으로 공식화된 것이다.

김종대 의원은 '명예로운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굴욕과 수치를 안기는 비핵화 방식은 북한 내부로부터 통치의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며 "정치적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무조건 양보만 하라고 윽박지를 수는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미국이 북한에 구체적인 체제안전 보장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최대 압박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해 온 미국 입장에선 경제적 보상을 약속해 주기는 어렵다. 국제적 차원의 대북 제재 해제 조치도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지원은 한국, 일본, 중국 몫으로 넘길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을 담은 '판문점 선언'에 지지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북미 수교 등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전된 조치를 제안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통 크게 교환하는 빅딜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세기의 회담'이라는 수식에 걸맞는 내용을 채우게 된다.

물론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트럼프 정부 내에서 향후 대북 협상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썼다.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이제 시기와 장소 확정 발표만 남았다. 관료들을 인용한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6월 초 싱가포르'를 유력하게 점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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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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