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 절반(1500억 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이나 한나라당은 기부라는 선행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의 '재산 문제'에도 관심이 쏠릴 수 있다. 또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부자 정당'이라는 비난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
야당은 안 원장이 잠재적 야권 주자임을 부각시키려고 애쓰지만, 동시에 안 원장의 이런 '파격 행보'가 신당 창당 등 사실상 '독자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 원장과 '개인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권과 안 원장을 잇는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일각으로부터 입당을 강요받기도 했던 박 시장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최근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이 주도하는 통합 야당 추진에 함께 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 이후 민주당, 혁신과 통합, 그리고 박 시장 쪽 인사들이 실무 대표단을 꾸려 통합 야당을 둘러싼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
박 시장은 15일 오전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시아미래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원장과) 연락을 한 번 해서 뵙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이날 <경향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도 "안철수 교수가 정치할지, 안 할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만약 (정치를) 한다면 새로이 변화된 통합적인 야당에 들어오도록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13일 통합 야당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선 "통합과 혁신,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제가 지난번 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였지만 법적으로는 무소속 후보였다"며 "그건 기존의 정당, 특히 우리 야권도 변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대변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합 야당이 기존의 민주당의 틀을 뛰어 넘은 정당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박 시장의 이런 '러브 콜'에 안 원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른다. 정치권은 안 원장의 '1500억 원 사회 환원'이 "사실상 대권 도전의 신호탄 아니냐"고 전망하면서도 이후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선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어 하고 있다. 그가 과거 정치인들이 보였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안 원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혔지만, 동시에 민주당에 대해서도 거리를 뒀다. 끝까지 민주당에 입당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야권'임을 부인하지 않았던 박원순 시장과는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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