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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페이스북과 위키피디어 중 어느 쪽?"

[참여사회연구소 시민정치시평]<9> 페이스북과 위키피디어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네트워크 사회의 집합행동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었다. 시민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공유했으며, 대규모 자원 동원과 행동을 조직하였다. 특히 우리는 선거라는 정치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가 중요한 시민정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소셜 미디어는 그동안 시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무시했던 주류 대중매체를 대체하여 시민들의 의지가 정치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정치 플랫폼이 되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말해주듯이 향후 정치는 과연 누가 디지털 미디어 상호작용 공간에서 공유되는 시민들의 디지털 시대정신과 얼마나 잘 호흡하는가에 따라 그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그러면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최근의 디지털 미디어가 드러내 보이는 새로운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공동체적 삶에 대한 열망과 지식 정보 공유에 대한 지향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은 대표적으로 페이스북과 위키피디어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2004년에 출현한 사회관계망 사이트 페이스북과 2001년에 탄생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어는 요즘 지구촌의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이다. 구글과 아마존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웹 기업인 페이스북은 현재 약 7억5000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세계 인구 8명당 1명꼴로 회원 가입이 되어 있는 이 기업의 가치는 410억 달러에 달한다. 세계 5대 최다 방문 사이트들 중의 하나인 위키피디어는 현재 대략 1900만 건의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유력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의 기사 수보다 무려 200여 배 많으며, 기사의 신뢰도도 브리태니커 못지않게 상당히 높다. 지난 10여 년간 하나는 상업 사이트로, 다른 하나는 비영리 사이트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주인공 마크 주커버그. ⓒ소셜네트워크
이들 프로젝트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현대인의 공동체 생활에 대한 욕구와 지식정보 공유에 대한 지향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는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가 '이건 분명 성공할 거야. 중독성이 엄청 강하기 때문이야'라는 취지의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연 페이스북에는 열성 이용자뿐만 아니라 소극적 이용자조차도 하루에 수차례 이상 방문하게 만드는 중독적인 무엇이 있다. 그 핵심에는 '내가 잘 아는 친구들이 어우러져 노는 판이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거기에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내 친구들이 모여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은 사회학자 올덴버그가 말한 이른바 '제3의 장소'에 속한다. 우리는 제1의 장소인 '가정'에서 휴식과 정서적 안정감을 얻고, 제2의 장소인 '직장'에서는 물질적 생계 수단을 얻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가정과 직장이 낳는 지루함, 외로움, 긴장감, 의무감을 떨쳐내고, 친구들과 농담이나 도움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사람과도 사귀는 사회 공간, 즉 제3의 장소도 필요하다. 올덴버그는 이러한 공동체 생활에 대한 욕구가 커피숍, 선술집, 미장원과 같은 장소에서 충족될 수 있다고 보았지만, 주커버그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장소를 페이스북이라는 형태로 사이버공간에 제공함으로써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돈' 대박을 터트린 페이스북과는 달리, 위키피디어의 창립자 지미 웨일즈는 처음부터 비영리와 반상업주의를 천명했다. 지식과 정보의 사적 소유가 아닌 공유를 지향하는 위키피디어는 오늘날 집단지성의 진정한 대표 모델이 되고 있다. 누구나 무료로 위키피디어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이용할 수 있으며, 기고자와 편집자는 거의 모든 의미에서 자원봉사자들이다. 누구든지 기고할 수 있으며, 그 어떤 중앙 집중적인 편집 통제권도 없다. 누구나 기사를 편집할 수 있고, 어떤 내용도 그 작성자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오류는 즉시 바로잡을 수 있으며, 참여자의 다양성 때문에 정치적·사회적·문화적 편견이 작동되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로 2005년에 네이처는 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어의 정확도가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사실 위키피디어는 1980년대 리처드 스톨만이 소프트웨어의 상업화와 사유화에 반대하여 전개한 카피레프트 운동, 그리고 이를 이어받아 리누스 토발즈와 에릭 레이먼드가 정립한 웹 2.0 집단지성 운동과 거의 동일한 맥락에서 탄생한 사이트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한국의 청년세대가 독재에 저항한 민주화 투쟁의 주체라고 한다면, 이들과 비슷한 연배들인 웨일즈, 스톨만, 토발즈, 레이먼드 등을 아우르는 세대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식과 정보의 공유, 집단지성의 실현이라는 민주적 가치를 일관되게 실천해 온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안철수의 바이러스 백신 무료 배포도 이러한 전통 속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가 만든 페이스북은 공동체 생활에 대한 우리의 욕구에 답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40대가 만든 위키피디어는 비영리와 비시장의 공유주의가 실현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에 20-40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 40대가 공동체의 복리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20대가 공유의 가치를 좀 더 추구한다면, 지난 30여년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를 역사박물관으로 보내버릴 날도 멀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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