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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직접광고 허용은 '강도면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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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종편 직접광고 허용은 '강도면허' 아닌가"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43>최시중 위원장의 해괴한 처신

12월 초 방송을 시작할 예정인 이른바 종편 4개사가 드디어 흙탕물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 렙(Media Representative : 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 마련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는 사이 벌어진 사태다. 사람들이 우려하던 '광고 직접영업'을 종편사들은 결행하고 나셨다. 생사문제가 걸렸다고 판단한 것일까, 사생결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뒤를 이어 "그렇다면 우리도"하며 SBS와 MBC가 각각 독자적으로 광고 직접영업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파이(시장규모)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식구'수가 늘어나면 내 몫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편채널 허가 이전부터 우려되던 방송업계의 진흙탕 싸움이 바야흐로 광고시장에서 막을 올렸다. '제품'값에 영향이 있을 테니까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게 되어있는 싸움이다. 종편채널이 비정상적으로 태어난 '값'을 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종편채널은 태동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특혜에 특혜가 거듭된 특혜 덩어리였다. '여론독점' 소리를 듣던 거대 신문들이 허가를 따낸 것 자체부터 '미디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명분과는 걸맞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의 조중동 '행실'에서 보았듯이, 여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확보되지도 않았다. 정권과의 부도덕한 거래로 그리 됐겠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특혜가 많았다.

지역 민방들은 최초로 방송을 시작할 때, 출자금의 5.5%를 방송발전기금으로 내왔으나, 종편 4개사는 신생매체라고 이를 면제해 주었다. 지역종합유선방송사(SO)들에게 종편을 의무적으로 전송토록 했다. 전문채널도 아닌 종편채널인데도 중간광고를 허용했으며, 전국어디서나 15·16·17·18번을 틀면 종편을 볼 수 있는 '황금채널' 특혜도 안겨주었다. 그것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압력을 가해 그러도록 했다.

그리고 문제의 광고 직접영업까지 허용되고 있다. 이 광고 직접영업은 '언론의 힘'을 이용해 광고를 유치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광고시장 '질서'로 자리 잡을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방송광고는 방송광고공사(KOBACO)가 독점적으로 판매를 대행해왔다. 시작은 1981년 군부독재 시절이었으나, 방송사간 과열경쟁을 막으면서, 일정부분 방송의 공공성에 기여해온 게 사실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방송사의 광고를 서울의 인기 프로그램과 엮어 판매함으로서,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에 안정적 재원을 마련해주는 역할까지 했다. 이는 언론의 다양성을 보장해주는 순기능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방송광고공사의 광고독점 판매시스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새로 생기게 될 민영 미디어 렙에 종편이 포함되는 방안 등이, 미디어 렙 법의 제정문제와 함께 검토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이후 3년이나 되었는데도, 여당과 방통위가 미디어 렙 법 제정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손을 놓고 있다. 종편들이 광고 직접영업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야당이 "왜 방통위가 미디어 렙 법 정부쪽 안(案)을 내놓지 않느냐"하면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여당 쪽에서는 "입법은 국회의 책임"이라며 빠져 나간다. 무엇보다 최시중 위원장의 처신이 해괴하다. 종편이나 지상파 방송의 광고 직접영업이 광고시장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는지 모를 그가 아니다. 그는 "종편광고와 관련된 규제는 최소화 하는 게 좋다"했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를 직접판매한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종편들이 남다른 경쟁력(거대 신문의 힘)을 활용해, 광고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밀어 주자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여건이 좋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종편들과의 교감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최근 국회 문광위 전병헌 의원이 방송광고공사로부터 넘겨받아 발표한 '종편PP출범과 광고시장변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종편 출범 이후 종편의 광고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다른 매체의 광고 수입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한정된 광고 물량을 놓고 매체 간 경쟁이 심해질 것이며, 이 와중에 종편만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방송광고공사의 조사에서 광고주들은 종편이 내년에 6000억 원의 광고매출 실적을 올리고, 2015년에는 7400억 원의 매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방통위의 '각별한 보살핌'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체 경쟁력' 때문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기업들은 종편들의 '힘'에 대해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지난달 한 종편회사가 광고주 설명회를 끝내면서 "직접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했다. "광고를 하게 하겠다"는 '압력'으로 느낀 광고주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종편회사가 광고를 유치하면서, 지상파방송 광고료의 75% 수준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광고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광고주 쪽은 난감해 한다.

단국대 박현수 교수의 최근 예측조사에 따르면 종편의 평균 광고시청률은 0.57%로, 지상파방송 평균 광고시청률 2.0~2.5%의 4분의 1(25%) 수준이다. '75% 요구'는 무리였다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그게 다 종편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종편 쪽에서 보면 '경쟁력'이고 '힘'이지만, 기업 쪽에서 보면 '두려움'이 된다. 두려우면, 요구하는 쪽의 뜻을 거스르기 힘들어진다. 바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사람을 항거불능의 상태로 몰아넣고 재물을 요구해 가져가면 '강도'가 된다. "천만의 말씀"이라 항변할지 몰라도, 거대신문들이 뒤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가운데, 종편들이 광고의 직접영업에 나서는 게, 당하는 쪽에서는 얼마나 '위협적'인 상황이 될 수 있는지를 다들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4개사 모두 첫 방송을 목전에 두고 죽기 살기로 덤비고 있다. '면허 있는 강도'처럼 보일 것이다.

광고시장이 난장판이 되고, 광고단가를 올리기 위해 저질 프로그램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의 광고 직접영업을 당장 중단 시켜야 한다. 미디어 렙 법 제정을 서둘러야한다. 시간이 없다.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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