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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 군비 지출 한국…판문점선언 이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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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계 10위 군비 지출 한국…판문점선언 이후엔?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SIPRI 2017년 세계 군사비 동향 보고서 분석

5월 2일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17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17)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군사비 지출 총액이 전년도보다 1.7% 늘어난 392억 달러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군사비 지출 순위에서 세계 10위에 올랐다. (참고로, 2018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2017년보다 7% 늘어난 43조 1581억 원).

판문점 선언, 국방비 40조원 시대 끝낼까

21세기 들어 한국은 군사비 지출에 관한 한 세계 랭킹 10~13위 수준을 보여 왔다. 순위도 높은 편이지만, 더욱 신경 써서 들여다 볼 대목은 절대액의 증가 폭이 크다는 점이다. 2000년 15조 원이던 한국 국방비는 2010년을 전후해 30조 원(2010년 약 29조 5600억 원, 2011년 약 31조 4000억 원), 2016년 40조 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해마다 그 액수는 늘어가고 있다.

어느덧 우리는 천문학적인 국방비 40조 원의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사는 평화 시민들의 관심은 2018년 판문점 선언으로 국방비 40조 원 시대를 마감하고 복지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가에 모아진다.

SIPRI 보고서 내용이 전해지자, 4월 13일부터 5월 3일까지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을 벌여온 한국의 시민사회 평화운동 단체들은 "무력 사용 배제와 군사력 신뢰 구축 통한 군축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 나온 마당에 방위력 증강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고, 대규모 군비를 복지와 평화정착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지를 담은 성명을 냈다. 그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그동안 북한의 총 GDP 규모보다 더 많은 군사비를 지출해왔다. 서로를 겨냥한 끝없는 군비경쟁은 군사적 대립과 갈등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한반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군사적 갈등과 무력충돌이 벌어지는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는 바이다. 지난해 한반도에는 전쟁위기까지 감돌았다. 이러한 가운데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갈등과 대결을 해결하는 방식은 대화와 신뢰 구축이지 군사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국제분쟁과 평화, 군사 안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싱크 탱크인 SIPRI는 해마다 5, 6월쯤 <군비·군축·국제안보>라는 이름의 두툼한 연감(yearbook)을 펴내 왔다. 이 연감에는 지구촌의 여러 분쟁지역, 전 세계 국방비 지출과 무기수출 현황, 핵무기와 군비 축소 등을 비롯한 여러 군사 관련 통계자료들을 담고 있다.

아래 글은 2018년도 <군비·군축·국제안보> 연감 발간의 전단계 작업으로 SIPRI가 내놓은 <2017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17) 원문의 요지다. (☞참고 자료 보기)

세계 군비 지출은 1조 7000억 달러

2017년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액은 1조 7390억 달러(우리 돈으로 약 1871조 원)으로 전년도인 2016년에 견주어 1.1% 올랐다.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6100억 달러로 전 세계 군비 지출 총액의 35%를 차지했다. 2위는 중국, 3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했다.

▲ 2017년 세계 군사비 지출 현황 ⓒSIPRI

지난 20년 동안 세계 군사비는 꾸준히 늘어났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유엔 사무부총장을 지낸 SIPRI의 책임자인 얀 앨리아슨은 "세계 군사비 지출이 꾸준히 높아가는 것은 우려할만한 문제이며 전 세계에 걸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풀려는 시도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3년 동안 잇달아 올랐다. 2012년부터 2016년 사이의 5년 동안은 지출액이 늘거나 줄지 않았으나 2017년에 다시 늘어났다. 2017년도 군사비 지출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2%, 1인당 지출 비용으로 환산하면 230 달러(약 24만 7500 원)이다.

SIPRI는 2017년에 세계 군사비 지출액이 늘어난 데엔 중국, 인도,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방비 증강이 큰 요인이라 꼽는다. 전 세계 군사비 지출 흐름이 유럽-대서양 지역에서 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으로 뚜렷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미국, "더 이상 군비 감축 없다"

2017년도를 포함, 지금껏 SIPRI 군사지 지출 통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온 국가는 미국이다. 2017년도 미국의 군사비 지출액은 중국을 비롯해 군사비 지출 차상위 7개 국가들의 군사비 총액보다 더 많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 군사비 지출을 줄여왔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도 군비 총액은 2016년보다 줄어들지 않았다. SIPRI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미군 병력 증강,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현대화 등의 요인으로 2018년도 미국의 군사비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늘리고 러시아는 감축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군사비 지출은 지난 29년 동안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군사비 지출 세계 2위인 중국의 증액 비율이 눈길을 끈다. 2017년 2280억 달러로 전년도에 견주어 5.8% 늘어났다.

인도는 639억 달러로 5.5%, 한국은 392억 달러로 1.7% 늘어났다. SIPRI는 "중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긴장 상황이 아시아의 군사비 지출을 꾸준히 늘렸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1998년 이래로 처음으로 군사비를 줄였다. 러시아의 2017년도 군사비는 663억 달러로 전년도에 견주어 20%나 줄어든 액수다. SIPRI는 "러시아는 군 현대화가 우선 과제로 남아 있지만, 2014년 이래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해 군사비 지출을 줄였다"고 풀이한다.

러시아의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이 커지는 불안 요인이 부분적으로 작용해, 중부 유럽 국가들의 2017년도 군사비 지출은 12% 늘어났다. 서유럽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은 1.7% 늘어났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 소속이며, 29개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지출 총액은 9000억 달러로, 전 세계 군사비의 52%를 차지한다.

사우디-이란 등의 군비경쟁

중동 지역의 2017년도 군사비 지출은 6.2% 늘어났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년도에 견주어 9.2%나 늘어났다. 사우디의 2017년도 군사비는 694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군사비 지출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수니파 종국국인 사우디와 중동 지역 패권을 겨루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군사비 지출도 전년도보다 19% 늘어났다. 이라크의 증가율은 무려 22%에 이른다.

SIPRI는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등의) 중동지역 무장 분쟁과 (사우디와 이란의) 라이벌 의식으로 말미암아 이 지역의 군사비 지출이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중동 지역을 뺀 나머지 지역들의 경우 2017년도 군사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를 넘기지 않는 데 비해, 중동 지역은 5.2%에 이른다.


2017년 군사비 지출 관련 주요 사항 정리


△ 중국이 2017년도 군사비 지출을 120억 달러 늘린 반면, 러시아는 139억 달러 줄였다.


△ 남미의 군사비 지출은 4.1% 늘어났다. 이는 남미의 대국인 아르헨티나(15%), 브라질(6.3%)의 군사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데서 비롯된다.


△ 중미와 카리브 지역의 군사비 지출은 6.6% 줄어들었다. 이는 남미의 대국인 멕시코가 8.1% 군사비 지출을 줄인 데서 비롯된다.

△아프리카 지역은 2014년 군사비 지출이 고점을 찍었다가, 3년 내리 군사비 지출이 줄어들었다(2017년 -0.5%). 특히 알제리는 10년만에 처음으로 군사비 지출을 줄였다(-5.2%).

△ 군사비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큰 국가 10개 가운데 7개가 중동 지역에 몰려 있다(오만 12%, 사우디 아라비아 10%, 쿠웨이트 5.8%, 요르단 4.8%, 이스라엘 4.7%, 레바논 4.5%, 바레인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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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kimsphoto@hanmail.net)는 지난 20여 년간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세계 20여 개국의 분쟁 현장을 취재해 왔습니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국내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미국 뉴욕시립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국민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22년까지 성공회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저서로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오늘의 세계 분쟁> <군대 없는 나라, 전쟁 없는 세상> <시리아전쟁>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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