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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한미 FTA에 대한 입장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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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한미 FTA에 대한 입장 밝혀라"

시민사회의 첫 견제구…"FTA 체결되면 개혁 시정 물거품"

기어이 던져졌다. 사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부터 일각에서 삐져나오던 질문이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측의 '막 던지기'식 네거티브전에 '메뉴' 하나를 더 얹어줄까봐 조심들 했을 뿐이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관도 선거운동 기간에 불만을 제기했다. "국회에선 한미FTA 때문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피 터지게 싸우는데 박원순 후보는 왜 아무 말도 안 하지?"

선거가 끝나고 국회 안팎에서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놓고 날선 대치가 본격화되면서 터져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장은 뭡니까?"

정치적 차원의 질문일 수 있다. 한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평가받는 게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는 인식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1일 공개서한 형식으로 박 시장에게 "한미FTA의 국회 비준을 동의하냐, 반대하냐"고 묻고 나섰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우리 센터는 한미FTA는 금융ㆍ투기자본을 위한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판단한다"며 "가장 큰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투자자국가제소제(ISD)'만 보더라도, 우리 센터가 지난 세월 끈질기게 싸워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론스타가 한국의 사법질서를 유린하고 먹튀할 수 있게 만들 조항이며, 론스타가 한미FTA 체결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 보도를 접한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박 시장의 시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1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박원순 시장과 한미FTA"라는 글에서 이같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한미 FTA 이행법을 보면, 미국의 법률과 한미 FTA 협정문이 충돌할 시에는 미국 법률이 '우선 적용'되게끔 되어 있다"며 "서울시도 한미 FTA 협정문상의 '수용 및 보상'에 관련된 제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행 법규에 따르면 도시개발,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건축 등 각종 개발 사업의 인허가권은 지자체에 있다. 그래서 뉴타운, 한강르네상스, 용산 재개발 사업에 대해 시장이 사업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며 "그런데 만에 하나 미국의 투자자가 이 뉴타운 개발 사업에 투자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물었다. 이어 "'세빛 둥둥섬' 사업에 모종의 투자이익을 기대하고 투자를 했건만 박원순 시장이 이를 취소했다면 이 투자자는 소위 '합리적 기대이익'에 손실을 입은 셈"이라면서 이런 경우 ISD에 의해 제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미 FTA는 우리 법리에는 존재하지 않는 '간접수용'이란 게 있고, 이를 이유로 단 한건이라도 (ISD를 통해) 제소되고, 혹 패소당한다면 박원순의 시정개혁은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원순이 시장되던 날, 나는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다. 박원순 시장이 최문순 지사, 김두관 지사와 나란히 한미 FTA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라고 글을 맺으며 간접적으로 박 시장에게 한미FTA 반대 입장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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