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상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진보개혁모임과 생활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재보선 결과를 통해 시민이 참여하고 범야권이 통합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선출되고, 각 당의 역량이 결집됐던 범야권 단일후보(서울)는 압승했지만 각 정당이 따로 출마하거나(강원도 인제), 제한적 선거연대(부산 동구 등)로 출마했던 지역에서는 호남을 제외하고 전패했다"며 "시민정치와 정당정치를 결합하고 범야권이 통합해야 2012년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는 정당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정치의 정상화, 그리고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유기적 결합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민주당 분열되는 통합은 반대"
그는 "민주당은 야권의 본류이자 맏형이지만 독자집권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시민들은 더 크고 강한 야당, 시민의 요구와 열망을 담아내고 실현하는데 더 적극적인 민주당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보정당을 향해서도 "시민들은 진보정당들이 '주장하는 진보'에 머무르길 원하지 않는다"며 "정책과 노선을 국가의 운영과 시민의 삶 속에 구현하는 정당으로 크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겸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는 1일 "야권연대나 후보 단일화로는 총선, 대선 승리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
그는 "우리들끼리의 진보-보수 논쟁은 무의미하며 국민들이 원하는 건 '아래로 클릭'"이라 주장했다. 그는 "더 좌로 가거나 더 우로 가는 논쟁에서 우리는 서로 다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상위 1% 그 자체인 한나라당과 맞서겠다면 아래의 99% 곳곳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분열하거나 깨지는 통합도 반대하며 다른 정당들이 흡수되는 통합도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혁신과 통합은 그 누구도 창당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당 창당', '제2의 열린우리당'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며 기존 정당과 시민사회가 각각의 정파와 정체성은 그대로 통 크게 하나 되는 통합정당"이라 말했다.
"민주당은 통합의 주체이지만 국민은 주도권 누가 쥐는지 관심 없다"
최근 손학규 대표가 언급한 '주도권 문제'를 겨냥한 듯, 그는 "민주당은 명백히 통합의 주체이자 주도세력이지만 통합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는 우리가 관심을 가진 사안이 전혀 아니"라며 "국민은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관심이 없으며 누가 더 스스로를 버리고 헌신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정당의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합의제에 기초한 집단지도체제로 가야한다"며 "공동실천 정책 프로그램 위주로 시작해, 공동으로 합의할 수 있는 공약을 집권 비전으로 제시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우리사회의 '숨어 있는 안철수'들이 대거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연합정당이 영입할 새 정치신인에 적극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공직 후보는 민심을 전적으로 반영해 선출할 수 있는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명숙 "검찰 개혁 위해 여러분과 손을 잡고 앞장서겠다"
발제에 나선 문 이사장의 마지막 말은 "다 버리고 다 던질 수 있다면, 대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나도 그러려고 한다"였다. 문 이사장은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다. 특히 민주당이 그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지만, 방점은 '나도 그러려고 한다'에 찍혀 있었다.
문 이사장에 앞서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찾은 한명숙 전 총리의 얘기도 비슷했다. 전날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아 든 한 전 총리는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여러분과 손을 잡고 앞장서겠다"는 말을 일성으로 내놓았다. 한 전 총리는 "앞으로 저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해찬 전 총리 등 혁신과통합의 주도 세력 가운데 하나인 '친노 그룹'으로부터 차기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에 재판에만 몰두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자제 해 왔지만, 무죄 판결로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그의 당권 도전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한 전 총리가 전날 판결 직후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도 "이겼어요. 정말 고마워요. 이제 함께 달려갑시다"였다. 혁신과통합 쪽의 계획은 민주당 내에서는 한 전 총리를 내세워 통합 드라이브를 걸고, 밖에서는 문재인 이사장이 전면에 나서 통합의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작전인 것이다. 문재인 이사장이 통합의 당위를 역설하러 나선 간담회 자리에도 한명숙 전 총리가 '진보개혁모임'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야권통합에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며 이같은 움직임에 견제구를 날렸다. 손 대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통합은 우리가 가야 할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고도 했었다. 12월까지 본격화될 통합 논의의 샅바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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