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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쇄신파, 뭘 모르거나 음흉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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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쇄신파, 뭘 모르거나 음흉하거나

[김종배의 it] 박근혜의 카드는 '써봤자 3점'인데…

꽤나 다급한가 보다. '쇄신' 얘기만 나오면 감초처럼 등장하는 원희룡 의원은 그렇다쳐도 이명박 정권의 실세라는 이재오 의원까지 '객토'를 주장하고 나섰으니 살기 위한 몸부림이 참으로 처절해 보인다. 하지만 부질없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안에서 쇄신을 주장하는 이들이 우선 목표로 삼는 게 지도부 교체다. 홍준표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 얼굴로 단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굴까? 그런 대임을 맡을 만한 사람이 누굴까? 한 사람 밖에 없다. 박근혜 의원이다.

서울시장 보선을 통해 확인했다. 민심의 줄기는 반MB다. 이 민심의 줄기를 되돌리려면 '도토리'로는 안 된다. 존재감도 없고 영향력도 없는, 그저 그런 인물에게 당 간판을 맡겨봤자 별무소용이다. '맞짱' 뜰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맞짱' 뜨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어야만 한다. 그런 인물은 박근혜 의원 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나서지 않는다. 나설 수도 없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입은 상처 때문만은 아니다. 꽤 아픈 상처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견딜만 하다. 한나라당 안에 대항마가 없으니까 '반창고'를 붙이면 세균 침입은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년 총선에서 더 큰 상처를 입으면 처방을 받을 필요조차 없게 된다. 그걸로 끝이다.

반문이 나올지 모르겠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의원이 총선에 전력투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문, 그러려면 스스로 앞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문 말이다. 맞다. 박근혜 의원 입장에서 내년 총선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점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게 박근혜 전진배치론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연합

'주도'와 '지원'은 다르다. 박근혜 의원이 사실상 당권을 장악하고 내년 총선을 주도하는 것과 '리베로'의 역할로 총선을 지원하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총선의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 총선 이후에 차이가 난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 즉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능성이 현실화 될 경우의 대처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선 반반이지만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총선 즈음에 대권 행보를 시작하는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몸을 가볍게 해야 한 다. 총선을 거치는 동안 녹초가 되어 이후에 싸워보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려면 운기조식을 해야 한다. '올인'이 아니라 '본전치기'를 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행여 모른다. 총선 승리를 자신한다면 다르게 움직일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세론에 콘크리트를 치고, 안철수 기대론에 초를 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집 팔고 땅 팔아 '올인'에 나설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시금 확인했다. 반MB의 본산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가장 먹혀들지 않는 곳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다. 한데 공교롭게도 내년 총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곳은 이곳이다. 박근혜 의원이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결과가 이것이다.

혹시 모른다. 박근혜 의원이 앞뒤 재고 양옆 힐끗거리다가 공천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불상사가 발생할까봐 적극 움직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자파 세력을 넓히고, 그걸 대선 기반 삼기 위해 동분서주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거듭 확인했다. 서울시장 보선으로 박근혜 대세론에 상처를 입었는데도 오히려 그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대안은 없는 상태에서 위기감만 커지다보니 박근혜 의원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눈빛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박근혜 의원이 고려할 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 괜히 앞에 나서 이명박 대통령과 '맞짱' 떴다가 집토끼를 잃는 어리석음을 경계할 때이다. 대세론이 흔들릴수록, 외환에 시달릴수록 더 믿고 의지해야 하는 건 일단 집안 식구다. 이명박 대통령과 잘못 '맞짱' 떴다가 외환에 내우까지 겹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차별화를 하더라도 조용하게 함으로써 보수파의 반발을 제어해야 한다. 차별화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정책을 통해 함으로써 중도파에 한 발 걸쳐야 한다.

보고 또 봐도 확실하다. 박근혜 의원이 지금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못 먹어도 고'가 아니라 '써봤자 3점' 전략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나라당 의원 몇몇이 박근혜 전진배치론을 전제로 당 쇄신을 주장하는 건 둘 중 하나다. 정치적 생명에 위협을 느껴 앞뒤 안 재고 투정하는 것이거나, 틈을 타서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올리기 위해서다. 뭘 모르거나, 음흉하거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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