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벨상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으셔야 하고, 우린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석보좌관 회의 도중에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부터 '노벨평화상을 받으시라'는 축전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문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가운데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재치 있게 답변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뒷얘기를 풀어놓았다. '도보다리'에서 30여분 간 벌어졌던 밀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조언이 주로 이뤄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도보다리 밀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담긴 USB를 건넸다고 한다. 이 USB에 담긴 프레젠테이션 영상 자료에는 '발전소'라는 단어가 나온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안에 북미가 합의한 바 있다.
'도보다리 산책'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나는 사실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도보다리 산책에서 대화를 나눌 때는 대화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수 없었다. 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에 돌아와서 방송 나온 걸 보니, 내가 봐도 보기가 좋더라. 정말 조용하고, 새소리가 나는 그 광경이 참 보기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나쁜 것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비무장지대를 잘 보존하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큰 자산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문 대통령에게 "내가 핫라인 걸면 언제든 받냐" 묻기도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상에 대해 "솔직 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더라"라고 회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핫라인(남북 정상 직통전화)을 두고 "이 전화를 정말 언제든 걸면 받는 거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건 아니다. 서로 사전에 실무단이 약속을 걸고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예의가 바르다'는 문 대통령의 인상 평가에 대해 주영훈 경호처장이 내놓은 이야기는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찬장으로 올라갈 때,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먼저 타라고 양보했다. 이어 리설주 여사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리설주 여사의 손을 슬그머니 잡고 뒤로 잡아당긴 뒤, 김정숙 영부인이 먼저 타도록 했다고 한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경평 축구(서울과 평양 간 친선 축구)보다는 농구부터 하자"고 말한 대목도 있다. 김 위원장은 "세계 최장신 리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해도 우리(북한)가 강했는데, 리명훈 선수가 은퇴한 뒤 남한의 상대가 안 될 것 같다"라면서 "남한에는 2미터 넘는 선수들이 많죠?"라고 문 대통령에게 묻기도 했다.
북한 시간을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석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옆에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물었더니, 김여정 부부장이 '저도 여기서 처음 듣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열린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면서 약 10초 간 청와대 직원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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