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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한 문재인-김정은 '30분 벤치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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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한 문재인-김정은 '30분 벤치 회담'

기념식수 후 '도보 다리'에서 둘만 30분 대화…文 "우정 쌓았다"

'4.27 판문점 선언'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면서, 선언문 발표 이전의 회담 과정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양 정상이 단 한 명의 배석자도 없이 판문점 지역 내 '도보 다리'에서 30여 분간 대화를 나눈 장면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4시 15분경 판문점에서 기념 식수 행사를 가진 이후, '도보 다리'를 포함해 함께 산책에 나섰다. 정상 간의 친교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당시는 정상회담 오전 부분이 종료된 이후, 합의문 마련을 위해 양측 간 실무 협상이 진행되던 때였다.

푸른색으로 칠해진 '도보 다리'는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 지어진 세 동의 임시 건물(T1~T3)과 그 동쪽 중립국감독위(중감위) 사무실 사이에 놓인 길이 50미터가량의 작은 다리다. 다리의 명칭은 유엔사 요원들이 이 다리를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른 데서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지역 내 '도보 다리' 위를 산책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두 정상은 다리를 산책하다가, 다리 위에 마련된 테이블 앞 의자에 마주 앉았다. 문 대통령은 카메라를 등지고, 김 위원장은 카메라를 마주 보는 방향이었다. 근접 취재를 하던 남북 취재진 가운데 마지막까지 촬영을 하던 북측 기자들마저 퇴장하고 난 후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됐다.

사실 두 정상 간의 대화는 당초 짧은 시간의 담소 정도로 예측됐으나, 실제로는 이같은 예상을 깨고 무려 30분이나 진행됐다. 두 정상이 기념 식수 행사를 마치고 산책을 시작한 시점은 오후 4시 36분으며, 도보 다리에 도착한 시각은 4시 39분, 다리에 설치된 벤치에 앉은 시각은 4시 42분이었다. 두 정상이 대화를 마치고 벤치에서 일어난 시각은 5시 10분을 약간 넘긴 시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지역 내 '도보 다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남북한인 만큼, 배석자는 물론 통역사까지 물린 두 정상의 이례적 '벤치 회담'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ABC 방송은 오후 5시 5분(한국시간)께 전한 속보에서 "남북 정상이 벤치에 앉아 20분 이상 가깝게(privately) 대화하고 있다"며 "두 정상은 수행원 없이 걸었다(walked unaccompanied).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고 관심을 보였다.

'벤치 회담'에서 나온 대화의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자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들이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각자의 인생 경험 등을 대화 소재로 친근감과 신뢰를 쌓았을 가능성도 높다.

문 대통령은 이 대화에 대해, 만찬 시작 전 양국 정상 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하루 사이에 아주 친분을 많이 쌓았다"며 "아주 진한 우정을 쌓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아내인 김정숙 영부인과 인사말을 나누면서, 김 영부인이 '벤치 회담 장면을 봤다'고 언급하자 "우리 둘이서 카메라 피해서 멀리 갔는데 나왔구만요"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남북 수행원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취재진의 눈에 포착됐다.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측 수행원과 북측 노동당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중앙위 1부부장, 리수용 외무상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은 '도보 다리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둥글게 둘러서서 대화를 나눴다.

임종석 실장이 "김 위원장이 '만리마' 하자더라"고 하자 조명균 장관이 "더 빠른 말을 만들어야겠다"고 농담하고, 김영철 부장이 "대단히 기쁜 일이죠"라고 맞받는 식이었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 부부장을 향해 '남측에서 스타가 됐다'고 언급한 데 대해 리선권 위원장은 "팬클럽 회장 없나?"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두 정상 간의 대화가 길어지자 한 수행원이 "이야, 아주 벌을 세우는구나"라고 넉살을 떨기도 했다. '벤치 회담'을 끝내고 나온 두 정상에게 수행원들이 박수를 치자 김 위원장은 "많이 기다리셨느냐"고 말하고 웃었다.

한편 두 정상은 벤치 회담 직전에 판문점 내 '소떼 길' 옆에서 기념 식수 행사를 가졌다. 소떼 길은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 붙은 이름이다. 두 정상이 이날 심은 나무는 1953년생 소나무다. 한국전쟁이 '멈춘' 해, 즉 정전협정이 맺어진 해가 1953년이다. 나무를 심고 두 정상은 각각 백두산에서 가져온 흙과 한라산 흙, 한강 물과 대동강 물을 나무에 주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기념식수 후 두 정상은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다. 가로 140센티미터, 높이 90센티미터 크기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라는 이름이 새겨졌다. 표지석 문구는 문 대통령이 직접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문구가 아주 훌륭하다"고 덕담을 건넸다.

식수 행사 후 김 위원장은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 소나무"라며 "모두가 이 뿌리를 덮어주는 흙이 되고 바람막이가 되고, 어렵게 찾아온 북과 남의 새봄과 그 이후를 소중히 하게 잘 키워나가야 한다"고 의미를 기렸다. 문 대통령도 "소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심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판문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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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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