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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세탁'…박근혜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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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세탁'…박근혜의 '굴욕'

[김종배의 it] 나경원이 선거광고에 박근혜 들어낸 이유는?

요즘 회자되는 연예계의 유행어를 빌리자면 '굴욕'이다. 박근혜 의원이 나경원 캠프한테 굴욕을 당했다.

나경원 캠프가 박근혜 의원의 사진을 빼버렸단다. 24일자 조간신문에 실은 선거광고에 박근혜 의원과 나경원 후보가 함께 찍은 사진을 넣었다가 나중에 나경원 후보 혼자 나온 사진으로 대체했단다.

나경원 캠프에서 해명했단다. "박근혜 의원과 함께 있는 사진이 나가면 이번 선거가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의원 간 대결처럼 비치면서 나경원 대 박원순 간 대결이라는 점이 희석될 수 있었다"고 했단다.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나경원 대 박원순 대결구도가 되면 승산이 있지만 박근혜 대 안철수 대결구도가 되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의원과 나경원 후보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시 구로구 관악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한뒤 이동하며 길거리에의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그래서 '굴욕'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경원 캠프가 박근혜 의원의 영향력을 높게 쳐주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기에 '굴욕'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 의원만 나서면 승리가 보장된다는 맹목적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는 증좌이기에 '굴욕'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박근혜 의원에게 선거 지원을 호소하던 모습과 전혀 딴판의 현상이기에 느닷없는 것 같지만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에 가깝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서울의 경우 안철수 원장이 박근혜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 1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부동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박근혜 의원의 지원보다 안철수 원장의 지원이 부동층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인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바도 있다. 박근혜 의원의 '효용'이 한계치에 도달해 있음을 시사하는 수치들이었다.

어떻게 될까? 선거 와중에 나타난 '박근혜의 굴욕'이 선거가 끝난 후에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행여 나경원 후보가 패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박근혜의 굴욕'은 어떤 버전으로 조정될까?

흥미가 배가되는 대목이지만 일단 접자. 그건 선거결과를 보고 난 후에 짚어도 되는 문제이니까. 그보다 먼저 짚을 게 있다. '박근혜의 굴욕' 외에 따로 살펴야 하는 '나경원의 세탁'이다.

나경원 캠프 관계자가 박근혜 의원 사진 삭제를 해명하면서 덧붙였다. "박원순 후보가 안철수 원장의 '유세 협찬'에 기대고 있다고 한나라당이 비판하는 상황에서 나경원 후보와 박근혜 의원이 나란히 있는 사진을 쓰는 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말은 똑바로 했다. 선거 지원을 먼저 요청한 쪽은 나경원 후보였다. 박원순 후보가 안철수 원장에게 지원을 요청하기 훨씬 전에 박근혜 의원에게 지원을 호소했다. 그랬던 나경원 후보가 어제는 박원순 후보를 향해 "쩨쩨하다"고 했다. "다른 세력의 그림자 속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 달라"며 이렇게 공격했다.

그럼 나경원 후보의 이전 호소는 어떤 경우일까? 박원순 후보가 '쩨쩨한' 경우라면 나경원 후보는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 아마도 '치사한' 경우에 가까울 것이다. 성격상 똑같은 선거지원 요청인데도 상대편 행적은 공격하고 자기 행적은 지우려 했으니 이렇게 평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본인이 호소해 지원에 나선 박근혜 의원의 사진을 선거구도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삭제했으니 이렇게 평해도 무방할 것이다.

혹여 모르겠다. 박근혜 의원은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니까 "다른 세력"이 아니지만 박원순 후보와 안철수 원장은 경우가 다르다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질없는 소리다. 박원순 후보와 안철수 원장은 엄연히 양자 협의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이룬 사이다. "다른 세력"이 아니라 '한 배를 탄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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