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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 '정면격돌', 부산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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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문재인 '정면격돌', 부산은 지금…

[현장] "'선전'은 고마 됐다. 인자는 이길 때다"

"'선전'은 고마 됐다 아이가. 인자는 한 표라도 이기야 된다"

23일 오전 부산 동구청장 재보선 민주당 이해성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이정호 공동선대본부장은 입을 모았다.

홍보수석 출신인 이 후보와 함께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손발을 맞췄고, '부산파'의 핵심으로 꼽혔던 이들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노무현의 동지'들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선전했지만 조경태 의원 한 명 밖에 당선시키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과 열린우리당의 해체 이후 18대 총선에선 조직적 대응도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산시장 지방선거에선 김정길 후보가 45%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뒀다.

김정길의 45%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전면 등장이라는 밑천을 쥐고 나선 이번 선거에서도 '선전'에 그친다면 김빠진 허탈감에 휩싸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대신 단 한표라도 이긴다면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까지 몰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인호, 이정호, 이호철 그리고 김영춘 나아가 문재인 등은 자기 선거처럼 뛰고 있었다.

반면 한나라당 인사들은 "그래도 아직은"이라고 맞섰다. 정영석 한나라당 후보 측 인사는 "부산 민심이 옛날만 못한 것은 사실이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여당이, 한나라당이 다시 맡아야 한다는 바닥 민심이 단단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4일 박근혜 전 대표가 방문한 이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전언이다.

노무현의 정치적 고향, 부산 동구의 선택은?

부산에서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여러 차례 치르며 잔뼈가 굵은 이해성 캠프 핵심 인사들은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몇 가지 보여줬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결과였지만, 야권 지지 '숨은 표'의 특성을 감안하면 승리를 전망할 수 있는 수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데 막상 투표장에서 우째 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민주당' 말도 못 꺼내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라고 한다. 시장 민심도 "갈아보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부산에서도 대표적인 구도심 낙후지역인 동구 유권자의 20%가 넘는 60세 이상 연령층들이 막상 투표장에 가면 "그래도 우리는 한나라당인데…"라며 기호 1번 쪽으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이다.

최인호 시당위원장은 "여기가 우리(야권) 쪽에서 보면 제일 기반이 어려운 곳이다"면서 "소득수준이나 경제 상황이 가장 안 좋은 곳이니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광범위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구도심인 만큼 한나라당의 조직 기반이 그야말로 탄탄하고 인구 구성도 전남이나 경남 군지역의 노년층 비율에 육박할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최 위원장은 "가만 보면 노심(老心)이 노심(盧心)이나 다른 노심(怒心)으로 바뀌는 것이 보인다"면서 "지난 10년 선거 중에 이번이 분위기만은 제일 좋은 것도 맞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부산 동구 내 명문고인 부산고 출신인 이해성 후보가 다른 지역 명문고인 경남고 출신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 금정구청장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정영석 후보보다 인지도나 반응도 좋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문재인 효과는 어떨까? 박근혜 효과를 상쇄할 만 할까? 참여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냈고 부경대 교수인 이정호 공동선대본부장은 "지역에서 보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 확 밀어주자'까지는 아니지만 '믿음과 호감이 간다. 밀어주면 될까' 정도는 된다"고 전했다. 이해성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은 동구 바닥을 조용히 누비고 있었다.

▲ 지난 14일 정영석 후보를 지원하러 왔던 박근혜 전 대표ⓒ연합뉴스

공무원 출신인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의 선거 포스터와 홍보 자료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은 없었다. 지난 달 말 이명박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한 직후 <부산일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정영석 후보 측에서도 '인기없는 대통령의 지역구 방문은 마이너스 효과'라며 연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역구 의원인 정의화 의원에 대한 현지 반응도 싸늘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박근혜 전 대표가 채우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도 "저번에 박 전 대표가 왔가 가고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열광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전언도 들렸지만 '역시 제일 효과적이다'는 말이 많았다.

정 후보는 현장 유세에서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정영석이 구청장되면, 동구도 살기 좋아진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가 또 오실 것이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수정시장의 70대 할머니는 "저번에는 못 봤는데 이번에는 꼭 보고 손이라도 잡아봐야겠다"고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인구 10만 명 남짓한 부산 동구에선 빅이벤트가 벌어질 예정이다.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나오고 민주당에선 문재인 이사장 외에 한명숙 전 총리,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문성근 씨 등까지 총출동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격돌이 벌어지는 것이다. 26일 부산 동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만약 롯데가 코리안시리즈 진출했다면 투표율은?

부산은 잘 알려졌다시피 야도(野都, 야구도시)다. 이해성 캠프 내부에선 "야도를 '야도(野都, 야당도시)로' 바꾸자"는 구호도 들렸다. 롯데 자이언츠와 SK와이번즈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이 벌어진 23일, 부산이 야도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 23일 오후. 이해성 후보의 선거운동은 '야구 보기'였다ⓒ이해성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오후 두 시부터 야구하는데, 동네 돌아다녀봤자 사람도 없다"면서 "그렇다고 사직야구장 앞에 가 있을 수도 없는데"라면서 골머리를 싸맸다. 결국 지역의 한 식당에서 롯데 단체 응원을 하기로 결정. 이해성 후보는 롯데 점퍼까지 입고, 문재인 이사장등과 나란히 앉아 신문지를 흔들며 '롯데'을 연방 외쳤다. 하지만 결과는 롯데의 4대 8 패배.

이날 경기로 롯데의 가을 야구는 끝이 났지만, 만약 롯데가 코리안시리즈에 진출했다면 선거 판도가 바뀔 뻔 했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24, 25일 양일간 대구에서 1, 2차전을 갖고 26일은 휴식일이 된다. 하지만 지난 22일 우천 연기로 인해 일정이 하루 씩 순연되 26일에 코리안시리즈 2차전이 펼쳐지는 것.

캠프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야구가 저녁 여섯시부터 시작하는데, 그러면 저녁 투표는 '꽝'이라고 봐야 한다. 아침에 노년층들은 그대로 투표하겠지만, 퇴근 후 젊은 층 투표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투표하고 야구 봅시다"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쪽과 "여섯시에 야구 시작인데 누가 그 전에 퇴근해가지고 투표하고 야구 본단 말이고"라는 주장이 부딪혔다. 투표율을 0.1%P라도 끌어올려야 하는 캠프로선 야구가 막바지 전략을 좌우하는 큰 문제였던 것.

그런데 롯데가 이날 경기에서 져서 이런 복잡한 계산은 필요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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