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색 인민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은 오전 9시 28분 판문점 북측 구역인 판문각에서 군사분계선까지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걸어서 내려왔다. 환하게 웃으며 내려온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악수를 나누고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기를 상징하는 하늘색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반갑습니다"라고 첫 인사를 건넸고, 문 대통령은 "오시는 데 힘들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닙니다.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고요.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런 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준 데 대해 정말 감동적입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온 것은 김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김 위원장이 "아니아니, 아닙니다"라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거듭 "반갑습니다"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안내하며 "이쪽으로 서실까요"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쪽 땅을 처음으로 밟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정상 가운데서 역대 최초로 남쪽 땅을 밟았다. 민통선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의 대성동 초등학교 5학년 남녀 어린이 두 명이 두 정상에게 꽃을 건넸다. 전통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두 정상은 '자유의 집'에 마련된 공식 환영식장까지 130미터를 함께 걸어서 이동했다.
두 정상 앞뒤옆으로는 각각 전통 악대, 호위 기수, 호위무사가 서도록 해 전체적으로 장방형을 이루도록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는 두 정상이 우리의 전통 가마를 탄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오전 9시 36분께 두 정상은 남쪽 군을 사열했다. '받들어 총'이라는 구호와 함께 문 대통령이 경례를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두 손을 꼿꼿히 내린 채 서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북쪽의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한 적이 있다. 사열은 외국 정상에게 보이는 최고급 예우의 한 형식이다.
사열이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남측 수행원을 소개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북측 수행원을 소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합참의장 등과 일일이 악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과 악수했다.
김정은 방명록 문구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두 정상은 '평화의 집' 1층까지 걸어서 이동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준비한 '방명록'에 서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명록에 쓴 말은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이었다.
두 정상은 민정기 작가의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두 정상은 기념 촬영을 했다. 그림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는 북쪽 최고 지도자를 서울의 명산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북한산 그림의 의미에 대해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오전 9시 44분 접견실로 향했다. '평화의 집' 1층 접견실에서 환담이 끝나는 대로 두 정상은 2층 정상회담장으로 올라가 본격적인 회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까지 두 정상의 부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 리설주 여사가 참여하는지는 둘다 미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 부인이 오후 산책 일정이나 만찬 일정에 함께 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앞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노란 페인트 칠을 한 군사분계선을 건너면서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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