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발전 등 3대 의제에서 포괄적인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나 '종전 선언' 등이 정상 간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에 포함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실제 회담장에서의 정상 간 협의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내 남북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전문가 토론회에 참가한 존 델루리 연세대학교 교수는 "(남북 정상 간) 공동선언문에서 비핵화가 포함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이건 CVID도 마찬가지"라고 내다봤다.
그는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이라며 "내일 정상회담에서는 평화체제 구축 재확인과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합의가 담길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델루리 교수는 "내일은 양 정상이 서로를 확인하고 탐색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두 번째 정상회담이 있다면 양국 군부와 외교부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두 번째 회담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근 서울대학교 교수는 "세 가지 의제 중 비핵화가 우선 되어야 한다. (남북 정상 간) 공동성명에서 비핵화가 언급되어야 하고 CVID가 언급되면 최상이다"라며 "(설사 위 두 개가) 언급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단기간의 의지가 공동선언문에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남북회담은 북미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며 "이런 점에서 비핵화가 제대로 언급되지 않으면 남북회담은 실패한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화 정착 의제와 관련해서는 남북 정상 간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종전 선언은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등이 했을 때 정치적인 것을 넘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면서 "한반도에서 했던 전쟁 재발방지‧적대행위 중지‧내정불간섭과 같은 중요 항목이 담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정상이 '종전선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에 준하는 합의는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 정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진전 없이 평화 정착에 나간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여진다"며 종전선언 등의 조치 보다는 비핵화 진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종전선언과 함께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인 '비무장' 지역으로 만드는 합의도 정상선언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평화 정착 부분에서 DMZ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어 남북관계 발전 의제와 관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나 고위급 회담 등도 이야기될 수 있다"며 "두 의제 (평화 정착 및 남북관계 발전)의 경우 상대적으로 쉬운 의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다. 북미 정상회담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보다 명확하게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까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비핵화를 포함한 세 가지 의제가 어떻게 합의문에 담길지가 관건이라며 "김정은이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핵심"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반적 정상회담은 사전에 내용을 대부분 합의한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은 다르다. 남북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합의를 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과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돼있어 로드맵 작성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결국 비핵화를 포함한 3대 의제의 합의 수준은 남북 양 정상의 담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대부분의 내용을 합의하고 일종의 '요식 행위'적인 만남을 갖는 일반적인 정상회담과는 달리,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실제 회담장에서 양측이 밀고 당기는 치열한 협상전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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