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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패널에서 독성 폐기물이?

[함께 사는 길] 태양광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17년 12월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였다. 3020 이행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퍼센트를 달성하기 위해 총 48.7기가와트(GW)의 재생에너지 신규설비를 보급할 예정이다. 신규설비 중 태양광은 약 30.8GW로 전체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태양광 보급 확대에도 태양광에 대한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태양광에 대한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는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인바이런먼탈 프로그래스(Environmental Progress, 이하 EP)'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태양광 패널은 원자력발전소보다 독성 폐기물을 단위 에너지당 300배 이상 발생시킨다"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 지적은 기사화되었고 여러 매체에서 다뤄졌다.

ⓒ함께사는길(이성수)

태양광 패널 독성폐기물이 원전의 300배?

믿기 어려운 연구 결과이지만 이 연구 결과는 지금도 'EP'의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다. 이 연구 보고서의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연구 논문 형식이 아니라 간략하게, 연구의 '가정과 결정'을 소개하는 블로그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형식을 취하게 되면 연구 결과를 쉽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반면, 연구의 가정 및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연구의 가정과 데이터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 원문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일단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연구 결과와 연구에 사용된 가정을 살펴보았다. 연구의 주요 결과는 앞서 뉴스에서 설명한 것 같이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때 태양광 패널에서 나오는 독성 폐기물이 원전의 300배 이상이라는 것이다(Solar panels create 300 times more toxic waste per unit of energy than do nuclear power plants.).

하지만 결론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원전과 태양광에서 나온 폐기물의 부피를 비교하여 태양광 폐기물의 부피가 300배 이상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태양광과 원전 폐기물의 독성을 기준으로 비교하지 않고 부피로 비교한 것이다. 아무리 부피를 비교했다고 하더라도 태양광 패널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많은 독성폐기물이 나온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어떤 물질을 폐기물로 가정했는지 살펴보았다. 이 연구에서 정의한 폐기물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The study defines as toxic waste the spent fuel assemblies from nuclear plants and the solar panels themselves, which contain similar heavy metals and toxins as other electronics, such as computers and smartphones."

즉, 원전에서는 사용후핵연료만을 폐기물로 가정하고 태양광에서는 태양광 패널 전체를 폐기물로 간주하였다. 다시 말해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와 태양광 패널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 것이다. 또한 태양광 패널 전체를 독성 폐기물로 가정하였는데 태양광 패널 전체가 10만 년 이상 방사능 독성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수준의 독성 폐기물이라는 주장은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


태양광 패널 폐기물의 진실

과연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그 폐기물의 구성요소들은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진실은 이렇다!

2015년 전 세계 태양광 패널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2/3 정도) 패널 종류가 결정질 실리콘(C-SI) 패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모든 태양광 패널이 결정질 실리콘 패널을 사용한다(http://www.energy.co.kr/atl/view.asp?a_id=7396). 질량 기준으로 보면 결정질 실리콘 패널은 패널의 겉 부분을 감싸고 있는 강화유리(76퍼센트)의 비중이 가장 크고 폴리머(태양광 모듈의 뒷면 필름) 10퍼센트, 알루미늄(프레임) 8퍼센트, 실리콘(솔라셀) 5퍼센트, 구리(태양전지를 연결) 1퍼센트와 아주 적은 양의 은과 그 밖의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량 기준으로 90퍼센트 이상이 유리, 폴리머와 알루미늄인데 이들 물질은 독성물질이 없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나머지 물질 중에서 4퍼센트 정도가 주석이나 납 성분이 있는 것들이지만 공정상 분리하기가 어려워 독성물질로 분류한다.

다른 종류의 패널로 박막형 패널이 있다. 박막형 패널(Cd-Te)의 경우 전 세계 점유율이 9퍼센트다. ‘퍼스트솔라(First Solar)’라는 미국 업체가 이런 종류의 패널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박막형 패널은 질량 기준으로 98퍼센트가 강화유리와 폴리머, 그리고 알루미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물질들은 폐기물 중 독성이 없는 것으로 분류된다. 나머지 2퍼센트는 구리와 아연, 카드뮴 등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성물질로 구분되어 있다.

이처럼 태양광 패널 폐기물의 대부분은 독성이 없는 폐기물로 구분되며 일부분(결정질 실리콘 패널의 경우 4퍼센트, 박막형 패널의 경우 2퍼센트)만이 독성이 있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독성물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태양광 패널의 독성 폐기물이 원전 폐기물의 300배 이상’이라는 EP의 주장은 데이터를 왜곡한 것이다. 특히 태양광패널 전체를 독성폐기물이라고 가정한 것은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다.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원전산업동맹'의 공격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면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여러 이야기가 많이 생겨났다. EP의 사례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그 연구를 시행한 EP와 EP의 공동 창립자 가운데 하나인 '마이클 쉘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는 친(親)원전 환경그룹의 주요 멤버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태양광 패널 폐기물 처리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충분히 의미가 있고 자원재순환을 위한 기술 개발에 더욱 힘을 써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하는 그들의 속내에는 '폐기물로 인한 환경 훼손이 아니라 갈수록 줄어드는 원전 입지를 지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현재 유럽연합(EU)만이 태양광 패널 폐기물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태양광 패널 폐기물에 대한 수집, 재생 및 재활용 등의 규정을 마련했다. 또한 유럽에 태양광 패널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에게 수집, 재생 및 재활용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그 외의 국가에서는 태양광 패널 폐기물은 일반폐기물 혹은 산업폐기물로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폐기물 처리는 아직까지 큰 이슈는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폐(廢)태양광 설비의 방치 등으로 발생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기술적, 행정적 지원을 위해 충북 진천에 태양광 재활용 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아직 준비단계이지만, 태양광 재활용센터를 통해 앞선 문제들을 해결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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