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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평화구상'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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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평화구상'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것

미·북-일·북 '불가역적 관계 개선' 구축이 관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원칙은 비핵화뿐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까지 끌어들여 북한과의 '돌이킬 수 없는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 통화에서 종전 선언을 위해서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를 내세운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변국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구체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오찬에서도 "우리가 비핵화든 평화든 그것을 통해서 가려고 하는 궁극의 목적은 남북 공동 번영"이라며 "그 부분은 북미 관계 발전, 북일 관계 발전과 다함께 가야 한다. 중국까지도 지지하면서 동참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까지도 참여해야 한반도에 '역진할 수 없는 평화'가 온다고 구상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그릴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미 수교, 북일 수교다. 이는 북한이 '정상 국가'로서 외교 무대에 서고, '베트남 모델'과 같은 방식으로 개방을 추진할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최상의 경우 앞으로는 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할 수도 있다고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북한에 미국과 일본의 자본이 들어온다면 그 의미는 적지 않다. 경제는 한번 개방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다시 보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 즉 만약 미국과 일본이 일단 북한과 경제 협력으로 엮인다면, 이들 국가 사이의 관계는 다시 적대적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진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전제 조건들이 많이 붙는다. 먼저 '한반도 비핵화'가 담보돼야 남북이 다자 회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종전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종전 협정을 체결해야 북미 수교, 북일 수교도 가능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종전 협정은 처음 나온 구상이 아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10.4 선언에도 '종전 선언'이 나온다. 10.4 선언에는 "남과 북은 현 정전 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가 나온다.

종전 협정이 체결된다면 다음 단계는 경제 협력이다. 남북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들이 함께 공동으로 경제 번영을 꾀하자는 구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 정책'에서 구체화한다. 이 역시 남북 경제 협력에 러시아나 중국을 끌어들인다는 개념이다. '비핵화 협상의 중요성'에 가려 잘 부각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북 공동 번영'이고, 이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라는 대선 공약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중국 베이징까지 고속 철도(KTX)로 하루 안에 갈 수 있는 개념을 포함한다. 수도권-개성공단-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제협력 벨트', 금강산-원산-단천-청진-나선을 개발하고, 자원이 풍부한 남북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설악산-금강산-원산-백두산을 잇는 '동해·비무장지대(DMZ) 관광벨트' 등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 협력을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다. UN 결의안의 주요 내용에는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금지',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 등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경제 협력은커녕,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중단시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유엔 제재 틀 안에서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시 돌고 돌아 국제 제재를 풀기 위해서라도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가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비핵화, 평화 체제,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의 큰 틀의 원론적인 합의를 하기는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면서 "과연 그 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킬지 방안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방안'들을 찾아야 하고, 그 방안들에 대해서 서로 간에 다 합의해야만 전체적인 회담의 성공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항구적 정착을 위한 '새로운 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한반도 주변국의 합의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관련 기사 : 文대통령 "남북 평화체제 원론적 합의는 어렵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인 2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일 관계 정상화'를 언급한 것은 큰 진전이다. 아베 총리는 평창 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남북 대화에 부정적이었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되자 '재팬 패싱'을 우려하며 태도를 바꿨다. 특히 아베 총리가 '북일 수교'에 대한 합의를 핵심으로 하는 2002년 북일 '평양 선언'에 입각해 "과거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점은 고무적이다. (☞관련 기사 : 문재인-아베 통화, 북일 정상회담도 궤도 오르나)

이제 남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다. 임종석 남북 정상회담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번 판문점 회담이 1989년 (냉전 체제를 종식한 미소) 몰타 회담보다 상징적인 회담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 관계 개선뿐 아니라, 북미,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조심스러운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방안'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시작을 알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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