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대표자들이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6일 '사형제 폐지를 위한 4대 종단 대표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형폐지특별법을 18대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관 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강우일 주교(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권오성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성택 교무(원불교 교정원장) 등 종단 대표자들은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박탈하는 사형은 '제도적 살인'"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존엄한 생명을 빼앗는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자들은 "사형제가 범죄 억제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연구 속에서 이미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 집행 재개가 논의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형벌을 강화한다고 참혹한 범죄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국회와 정부는 사회 안전망 구축과 피해자, 피해자 가족들을 지원하는 법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세계인권선언은 사형제를 생명권을 침해하는 비인간적 형벌로 규정하고 있고, 전 세계 130개국이 사형을 완전히 폐지했거나 사실상 폐지했다"며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서 한국은 이러한 국제 사회의 흐름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천주교 신자 10만481명은 지난 8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앞두고 사형제 폐지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여야 의원 53명이 서명한 사형폐지특별법도 이날 발의됐다. (☞관련 기사 : 정진석 추기경 등 10만481명, '사형 폐지' 입법 청원)
2008년 8월을 기준으로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모두 135개국으로, 모든 범죄에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82개국, 전시 범죄를 제외한 일반 범죄에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0개국이다. 한국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단 한 건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33개국에 이른다.
현재 사형제는 1996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 13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며, 빠르면 내달 중으로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는 6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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