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상황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나왔다. 전날 정부 당국자는 북한군의 미사일 전진배치 등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와 유사한" 이상 동향을 언론에 알렸다. 방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이 같은 보고를 받고 "만일 북한이 도발하면 강력하게 응징하라"고 군에 지시했다는 얘기도 보도가 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논평을 내고 "지난해 11월 무도한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 국민의 소중한 목숨과 삶의 터전을 앗아갔던 북한이 또다시 군사 도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북한이 또다시 군사 도발이라는 망동을 보인다면, 우리는 작은 도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고 철저히 응징하며, 나아가 국제사회 함께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물론 북한군의 움직임과 보궐 선거 간 연관은 없지만, 이같은 보도로 인해 이날 선거전 분위기는 싸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당은 '역할분담'을 했다. 자신의 '대권 행보'를 겸한 재보선 선거전에 뛰어든 박근혜 전 대표가 나 후보에 대한 언론의 압도적인 주목을 이끌어내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가 '색깔론' 측면 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반면 박원순 후보 측은 "언론의 이지매를 당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등 사정이 썩 좋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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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색깔론' 총 공세…"박원순은 평양시당위원장이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은 수도권방위협의회 의장이 될 것인데, 수도권방위협의회 의장이 될 사람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사건에 그런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못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는 식의) 인식을 가지고는 수도권방위협의회 의장이 될 수가 없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박 후보의 '색깔 검증'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 국방장관을 지냈던 김장수 최고위원은 " (천안함 사태가) 남북 모두 책임이 있다고 하더니, 점차 남측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이는 좌파나 종북주의자들의 수법"이라며 "(북한 노동당) 평양시당위원장이 북한 군부를 옹호하고 면죄부를 부여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박 후보를 공격했다.
나 후보 캠프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 후보가 "유럽 기준에 의하면 (나는) 중도 우파 쯤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데 대해 논평을 내고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비롯 박 후보가 걸어온 행적이 온통 좌파 냄새로 가득찬데 느닷없이 자신이 중도 우파라고 우기는 것은 선거에서 표를 얻어 보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까지 일시적 위장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한때 '범보수 후보'로 이석연 변호사를 밀었던 극우 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천안함 폭침의 책임은 폭침범을 자극한 한국에 있다는 박원순 씨의 논법을 일반적으로 적용하면 이렇다"며 "박원순은 김정일의 변호사인가, 더 나아가서 '김정일이 박원순의 대형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조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보안법 때문에 생활이 불편한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공작원, 간첩, 박원 순씨 말고 누구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 캠프와 한나라당은 이날 하루 동안 공격적 논평만 10여 개를 쏟아냈다. 논평 제목은 다음과 같다.
"남이 하면 불륜이요 박원순이 하면 로맨스(방송출연 해 서울 법대냐고 묻자 네! 라고)"
"결국 검찰 고발 위기에 놓인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후보의 뻔뻔한 학력사기 행각"
"표리부동 박원순은 카멜레온 인가, '그때그때 달라요'"
"박원순 중도 우파 주장? 표 얻으려 정체성 위장"
"'실종 년도'도 '출신 학교'도 '그게 그거'라는 박원순은 '3不(불신,불안,부정확)'후보!"
"의혹 투성이 박원순 후보, 4대 의혹을 해명하라"
"박원순 시장되면 서울시는 참여연대지방정부가 될 것!"
"전문가 정치 참여 비판했던 박원순의 표리부동"
"거짓말쟁이, 조작전문가 박원순 후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
반면 박 후보 캠프 측은 별다른 논평이 없다. 상황이 이렇자 홍준표 대표의 얼굴도 폈다.
홍 대표는 이날 나 후보 지원 유세 중에 기자들과 만나 "나경원 후보가 처음 시작할 때는 선거자체가 되겠느냐고 했는데, 지난 주말부터 판세가 돌아서기 시작했다. 박원순 후보 측의 병역문제가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우리가 조금 더 시민들에게 신뢰를 쌓으면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아침 모 신문 여론조사를 보니까 (나 후보가) 이기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역대 (선거가), 여당이 앞서가고 야당이 추격하는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무소속 후보가 압도적인 우세로 시작했으나 선거 첫날부터 뒤집힌 양상이 되었다. 나는 이 선거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지부진' 野, 선거 집중할 '여건'도 안돼…보수 신문 보도에는 불만만…
야권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박 후보도 공식 선거 운동 일정에 시동을 걸었다.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컨셉을 걸고 이날 새벽 0시 가락동 수산물 시장 상인들과 대화로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박 후보 지원 유세에서 "박원순과 함께 하나가 돼, 내년도 총선, 대선을 이겨 정권교체를 이뤄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오후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박 후보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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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캠프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박원순 후보 선대위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언론의 선거관련 보도에 관해 공식 항의하겠다"며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올해 4.27재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당 대변인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선거관련 언론보도를 접했지만 이번 선거처럼 특정 후보만 집중적으로 '이지메'하고 검증하고 괴롭히는 선거 보도는 처음 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우 대변인은 "두 후보가 경쟁하고 있는데 어느 한 쪽 후보만 집중적으로 때려서 특정 후보에게 이득을 주고 표심을 왜곡하는 이런 보도가 어떻게 21세기 언론에서 자행되고 있는가. 선거가 시작되는 첫날 1면에서부터 특정 후보만 소위 언론전문용어로 '조지는' 보도가 어떻게 가능한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보수 신문들을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언론 탓'을 했지만 실제 한나라당이 움직이는 모습과 범 야권이 움직이는 모습은 비교가 된다.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전당적인 '총공세'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이날 한미 FTA 비준 반대 관련 대응 마련에 부심했고,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인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의 '옥매트 차떼기 의혹' 추가 제기,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땅 매입 관련 의혹 제기 등으로 분주했다. 선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자체가 조성이 안되고 있는 것.
게다가 한미 FTA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정부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야권 공조 파기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등 '삐걱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한-EU FTA 비준안 처리를 민주당이 약속하면서, 야권 공조가 흔들렸던 과거 상황을 상기해 볼 때, 이번 한미FTA 비준안 처리 여부 역시 야권 공조를 통한 선거 지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박원순 후보에겐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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