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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 묻던 노무현에 배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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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 묻던 노무현에 배울 점

[기자의 눈] 네거티브 공세에 대처하는 정치인의 자세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도를 넘는 분위기다. 야권 경선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됐던 재벌 후원금 뿐 아니라 강남 아파트, 박 후보의 병역, 아름다운가게 직원에 대한 부당해고 논란에 이어 심지어는 '서울대 법대 입학'이라는 학력이 위조라는 의혹까지 내놓고 있다.

쫓기는 사람과 달리 쫓아가는 이의 다급함이라 이해하려 해도 지나치다. 더욱이 40억 재산을 가지고 60평의 월세 아파트를 공격하고, 남편 역시 '3대 독자'라는 이유로 6개월 보충역으로 군복무를 마쳤으면서 같은 '육방'을 공격하는 대목에선 실소까지 나온다. 박원순 후보가 시민운동가라는 특수성 이전에,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는 몰염치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제징용 시점"까지 나오게 만드는 박원순 후보의 서툰 대응

▲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프레시안(최형락)
그러나 이런 의혹들이 쌓일수록 박원순 후보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각종 의혹들에 박 후보 측은 "해명할 것은 성실히 해명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박 후보 측은 의혹 제기한 내용보다는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 그 자체에 공격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야권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공격에 "저한테 왜 그러세요"라고 '동정심 유발 작전'을 썼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때로 박 후보 측의 해명이 의혹이 시원하게 해소됐다고 여겨지지 않을 때도 있다. 궁색한 변명이 한나라당에게 또 다른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상황까지 이어지니 문제다.

병역 의혹에 대해 박 후보는 작은 할아버지의 징용과 작은 할아버지의 아들의 사망 등 복잡한 가정사를 설명했다. 또 박 후보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도 박 후보는 "당시에는 흔한 일로 부모가 탈법, 편법적인 방법으로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10일 다시 "양손으로 가는 일은 법에도 없고 흔한 일도 아니"라며 "법률가가 불법에 대해 흔한 일이니 괜찮다고 넘어 간다면 공권력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고 몰아붙였다. 이두아 나경원 선대위 대변인은 "결코 감성적 어법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라며 "불법인지 아닌지 답하고 불법이 아니라면 법률 어디에 그런 조항이 있는지 밝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고위 관계자 상당수가 병역 면제인 한나라당이 벌이는 '염치 없는 공세'이긴 하나, 이를 지적한다고 박 후보의 병역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름다운가게의 회계담당 간사에 대한 부당해고 논란 또한 마찬가지다. 법원까지 부당해고를 인정해 원직복직을 명령했지만, 박원순 후보 측은 "해고 사유가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판결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유가 부당했든, 절차가 부당했든 법원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아름다운가게 측 또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가 어떤 이유에서이든 항소를 취하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보다는 "미안하다"가 더 좋다

차라리 박 후보가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했더라면 어떨까. "당시 해당 직원을 징계해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름 있었지만 '부당해고'를 당한 해당 직원에게 미안하다"라고 말이다.

병역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 본인이 양손으로 입적을 자청한 것도 아니니, 후보가 직접 고개 숙일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병역 기피'로 보일 수 있게 된 데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 깔끔하다. 사과하면 끝날 일인데, 이런 저런 해명을 내놓다 보니 심지어 이제는 "1941년에는 일제의 강제 징용은 없었다"는 '역사 논란'까지 이어지는 것 아닌가.

민주당이 경선 과정에서 주로 제기했던 재벌 기부금의 적절성 여부에 "그럼 기부운동을 하면서 기업에게는 돈 한푼도 받지 말라는 말이냐"는 박 후보의 반박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돈은 없다", "재벌의 후원금을 받으면서 재벌을 비판할 수 있겠냐"는 공격 역시 우리 현실에서 기초한 반론이다. 기업의 광고가 언론의 보도에 영향을 미쳤던 무수한 사례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런 반론에 "내가 살아온 삶을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발끈'하기 보다는 "언제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겠다"고 답하는 것이 우려를 갖고 있는 일각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장인 좌익 공격'을 멈추게 만들었던 노무현의 한 마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쿨'하게 사과하는 것이 박원순 후보가 원하는 '정책 선거'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어차피 한 번은 검증하고 넘어가야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후보가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이미 지나갔을 병역 논란이 11일로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또 그것이 '소통의 리더십'이기도 하다. 때로 억울하더라도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보여주지 못했던 리더십이었다. 안철수 교수나 박원순 변호사에게 마음을 건넨 많은 사람들이 꾸는 '새로운 꿈'의 배경에는 반대자들의 이야기엔 귀를 닫아버린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네거티브 공세에 대처하는 자세'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장인의 좌익활동을 문제삼는 보수세력에게 남긴 말은 유명하다. "그럼 나더러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노 전 대통령은 인정했다. 본인이 장인을 '빨갱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일제시대, 해방 후의 우리 역사를 거론하며 '정당한 활동이었다'고 강변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 말은 장인의 과거 전력을 따져 물으며 삿대질을 하던 이들의 입을 닫게 했다.

쿨하게 사과하자. 때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 되는 날도 있다는 것을 박 후보가 모르지도 않을 터. 싸움이 끝나야 누가 정당한지 제3자가 판단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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