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따를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 살 내곡동 사저를 아들 시형 씨 명의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선보인 '부동산테크'를 교본 삼아 학습할 일이다. 그럼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특히 재산 공개를 해야 하는 고위 공직자, 선거 출마를 앞둔 공직 후보자는 수능생이 '만점 문제집' 보고 대학생이 '족보' 보듯이 열심히 익힐 일이다.
재산이란 본디 다다익선인 법, 알짜배기이면서도 값이 싼 땅이나 집이 눈에 띄면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한데 재산 공개를 앞두고 있고, 선거 출마로 검증대에 서게 되면 신경이 여간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땐 제3자를 내세우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제3자가 모양새는 '딱'이겠으나 미덥지가 않다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직계존비속을 내세우라. 이렇게 제3자를 내세워 일단 땅이든 집이든 매입케 하라. 직계존비속을 내세우면 의심을 키우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들겠지만 기우다. 청와대도 그렇게 했다.
▲ 이 대통령 장남 이시형 씨가 이 대통령 퇴임 후 지낼 사저 부지로 사들인 내곡동 땅. ⓒ연합 |
그 다음에 사들이면 된다. 고위 공직자 신분에서 벗어나 재산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될 때, 또는 선거를 치러 검증대에 서지 않아도 될 때 제3자에게 다시 사들이면 된다. 그럼 청문회의 날선 질문 공세도 피해갈 수 있고,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뒤탈은 나지 않는다. 청와대가 이미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까 우회 매입이어도, 변칙 매입이어도, 편법 매입이어도 상관없다. 다른 곳도 아니고 청와대가 앞장서서 그렇게 했는데 누가 문제 삼겠는가.
이건 어쩌냐고? 시형 씨처럼 재산이 3656만 원 밖에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수천만 원이 될지도 모르는 취·등록세를 부담 지우느냐고? 시형 씨 같은 월급쟁이에게 어떻게 매달 250만 원 상당의 은행 이자를 부담 지우느냐고?
'족보'를 열심히 외워도 돌발문제는 늘 나오는 법이라더니 이 말 그대로다. 도의상 취·등록세와 은행 이자를 보전해주면 되긴 하는데 이렇게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증여에 해당하므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방법은 있다. 제3자에게 다시 사들일 때 값을 좀 더 쳐주면 된다. 취·등록세와 은행 이자 모두 제3자가 일단 부담케 한 후 그 금액만큼 매입가를 올려주면 된다. 제3자가 그간 치른 노고가 고마우면 거기에 조금 더 얹어줘도 된다. 다운계약도 아니고 업계약인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른 문제가 있다고? 나중에 값을 더 쳐서 사들인다 해도 그 기간 동안 제3자가 취·등록세와 은행 이자를 감당할 여지가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은행대출을 '만땅'으로 받아 다른 데서 돈을 더 빌려 취·등록세와 은행이자를 조달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다가 차압 당하면 어떻게 하냐고?
어려울 것 하나 없다. 차용증 받고 빌려주면 된다. 내가 빌려주는 게 영 꺼림칙하면 친척을 앞세워 빌려주면 된다. 사적인 금전거래이니까 은행처럼 매달 꼬박꼬박 이자 챙겨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퉁' 치기로 차용증에 적시하고 빌려주면 된다. 이 돈으로 취·등록세와 은행 이자를 내게 하면 된다.
물론 완벽한 '부동산테크'는 아니다. 한 번 낼 취·등록세를 사실상 두 번 내는 손해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따로 얻는 무형의 이득을 고려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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