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여소야대' 국회와 '여대야소' 민심의 불일치, 해법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여소야대' 국회와 '여대야소' 민심의 불일치, 해법은?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최종회>]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1>] "대통령 개헌안, 일단 합격"...다음은?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2>] 국무총리 제도의 딜레마


이제 개헌 관련 시리즈 글을 마무리할 때다. 지난달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공식 발의된 지 3주 남짓 지났다. 자유한국당이 명확하고 일관되게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있어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6월지방선거와 동시개헌이 가능한 유일한 대안은 늦어도 5월 5일까지 여야 합의안이 나와서 공식 발의되는 것이다. 그래야 공고기간 20일을 지나 국회를 통과하고 다시 공고기간 18일을 거쳐 6월 13일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물론 4월 임시국회에서 헌재판결에 따라 국민투표법 개정을 완료해야 가능하다. 국민투표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6월 개헌이 완성된다. 안타깝지만 이 대안의 실현가능성도 제로를 향해 이미 곤두박질쳤다.


자유한국당의 이원정부제 개헌안 발표와 그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거둔 성과는 자유한국당이 이원정부제 개헌안의 대강을 발표하게 만든 정도다. 국민직선 대통령은 외치를 담당하고 국회선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방향으로 행정부 내의 분권을 제도화하자는 게 골자다. 내치만이라도 내각책임제로 운영하자는 구상이라 국회의 내각불신임결의에 맞설 국회해산권을 대통령에게 줬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이원정부 개헌안은 "5천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국회의원 300명이 뽑는 총리를 실권자로 만들자는 방안"이라며 개헌시기와 정부형태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대안 없이 반대만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서 겨우 이원정부 개헌안의 대강을 내놓았을 뿐이지만 자유한국당은 마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느긋하기까지 하다. 내친 김에 '사회주의개헌저지운동본부' 현판식 쇼까지 연출하며 1천만 개헌반대 서명운동의 팡파레를 울렸다. 가두서명도 받지 않으니 순전히 알리바이 축적용도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투표법 개정과 단계별 개헌을 촉구하며 압박과 호소를 병행해도 자유한국당이 반대 입장을 바꿀 리 없다. 오는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서 일주일이 휙 지나가면 국회개헌정국 자체가 흐지부지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

촛불 이전 국회가 촛불개헌 자격 있나

6월 개헌이 사실상 무산되기에 이른 까닭은 현행 헌법의 개헌절차상 개헌성사여부가 전적으로 국회의 제1야당이 마음먹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국회발의 개헌안이든 대통령발의 개헌안이든 국회 재적 2/3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국민투표에 회부된다. 한시적 개헌회의를 따로 구성해 국회를 우회하거나 국민들에게 직접 찬반을 물을 수 있는 개헌절차가 현행 헌법에는 없다. 연재 5번째 글에서 개헌절차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4대 개헌원칙을 제시했던 배경이다.

만에 하나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국민투표가 남아있지만 실은 고무도장 같은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재적의원 2/3이상이 찬성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국내외의 사례를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현행 헌법의 개헌절차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국민투표가 아니라 국회의결이다. 개헌의 열쇠는 국회, 그것도 1/3이상의 표를 가진 소수파가 쥐는데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그 소수파다. 두 당 모두 단독으로 상대방의 개헌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현재의 국회구성상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자유한국당(116석)이 합의하지 않는 이상 다른 어떤 조합으로도 재적의원 2/3(200명)이상이 찬성하는 개헌안을 만들어낼 수 없다. 당분간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처럼 전면개헌을 시도할 기회는 주기적 전면개헌을 의무화하지 않는 이상 혁명이나 그에 준하는 정치격변기를 거친 후에야 찾아온다. 이번 전면개헌도 20대 국회 개원시점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공식적으로 시동을 걸었지만, 국민동력이 조금도 붙지 않았다. 결국은 대규모촛불집회와 대통령탄핵, 조기정권교체 등 촛불시민혁명을 거치고 나서야 시민들의 촛불개헌 공감도가 높아졌다. 문제는 헌법상 개헌주체가 촛불시민혁명을 해낸 국민이 아니라 촛불시민혁명 이전에 구성된 20대 국회라는 점이다. 현 개헌정국의 모든 난관과 질곡은 총선이후의 심대한 민심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회구성에서 비롯된다.

주지하다시피 지난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과반수에 못 미치는 의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박근혜정권의 여소야대국회로 시작한 20대 국회가 정권이 바뀐 오늘날에도 여전히 문재인정권의 여소야대국회로 남은 이유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대통령권력과 사회분위기가 교체되고 그 여파로 원내정당들의 이합집산이 계속돼 원내4당 교섭단체 시대가 사상 처음으로 열렸지만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은 그대로다. 촛불이전에 구성된 여소야대 국회는 촛불이후에 형성된 여대야소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과잉 대표되는 자유한국당의 몽니

지난 1년의 정당지지율 여론조사결과는 이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국회의석의 39%를 차지하는 자유한국당은 정당지지율이 지난 1년간 25%를 넘지 못했다. 지난 대선 때도 24% 득표에서 멈췄고 평균지지율이 20%안팎에 머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국회만 가면 힘이 펄펄 넘친다. 거기서는 정당지지율 대비 2배의 과잉의석으로 제1야당의 막강한 파워를 누리기 때문이다.

만일 오늘 당장 총선을 실시한다면 자유한국당 의석수는 개헌저지선(100석) 한참 밑으로 빠질 게 틀림없다.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 평화정의모임도 예외 없이 정당지지율에 비해 과잉의회권력을 누린다. 개헌정치국면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개헌저지의석을 가졌다고 갖은 생떼와 억지를 일삼는 자유한국당의 막무가내 행태는 정당지지율로 볼 때 어떤 민주적 정당성도 가질 수 없는 극도의 권력남용이자 대국민 ‘갑질’횡포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당인가. 국정농단 파렴치범으로 나란히 구치소에 구속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대통령을 배출하고 옹위했던 정당 아닌가. 그렇다면 정치적 책임을 절감하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며 오랜 자숙기간을 가져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뻥튀기 의석수만 믿고 사사건건 촛불개헌과 촛불입법을 가로막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참으로 국민들에게 경우 없고 염치없는 짓이다.

촛불 이전 여소야대 20대 국회가 촛불이후 여대야소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회 주도(사실상 자유한국당 주도) 촛불개헌은 처음부터 미스매치의 극치로서 불임이 예정됐다. 대조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시민혁명에 힘입어 촛불시민혁명이후에 들어섰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보다는 촛불개헌을 주도할 자격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달 넘게 개헌과정을 주도했어도 자유한국당의 '관제개헌' 주장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이유다.

정부여당은 어떻게 국민주도개헌을 이끌었어야 하나

하지만 청와대는 처음부터 예상 가능했던 불임개헌정국을 돌파할 비상전략을 갖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국민의 힘을 업지 않고는 20대 국회 구성상 촛불개헌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약했다. 국민개헌발의권을 배척하면 촛불개헌에 적극적인 진보적 시민사회마저 미온적으로 돌아서리라는 계산조차 못했다. 현행 헌법상 국민은 개헌발의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에서 촛불개헌을 추진하려면 청와대와 여당지도부가 파격적인 국민주도개헌전략을 세웠어야 했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지역구나 시군구마다 관심 있는 시민의 자원과 추첨을 거쳐 200~300명 규모의 개헌시민의회나 개헌공론조사단을 조직했어야 했다. 거기서 두세 달 동안 정부형태 등 핵심쟁점사항을 놓고 전국 동시다발 공론화과정을 진행하며 국민주도개헌을 독려하고 지원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회를 위한, 국회에 의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개헌이 될 것이었다.

만약에 그렇게 해서 전국적으로 수 만 명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시민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촛불국민개헌안을 만들어냈다면 그것이 실질적인 국민발의개헌안이자 촛불시민혁명의 제도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져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태어난 촛불국민개헌안을 다듬어서 국회에 발의하였더라면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도 함부로 비토권을 행사할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촛불혁명의 세례를 받은 문 대통령이 행정부수반이라는 권력기관의 자리에서 발의한 개헌안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국민을 대표해서 순도100% 촛불국민헌법안을 발의한 셈이기 때문이다.

실은 정부여당이 시군구 단위마다 본격적인 국민주도 개헌공론장을 열어주며 지원했더라면 정치지형 자체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부질없는 사후가정이지만 촛불시민동력이 촛불개헌동력으로 진화하며 시민주도 정치상황이 당분간 더 전개됐더라면 자유한국당도 더는 저항의지를 상실하고 과감한 보수혁신에 나섰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특단의 반전이 없는 이상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이 무산될 가능성이 이미 99%를 넘는다. 촛불개헌 위기 상황은 여론도 무시하는 자유한국당의 막가파 정치행태에 근본원인이 있지만 청와대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한국당의 반대투쟁을 넘어설 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문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해서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개헌절차는 물론 개헌안의 내용에서도 드물지 않게 관찰되기 때문이다.

만일 여야 합의안이 나올 경우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의원직 총사퇴가 불가피하다

극적으로 여야 개헌 합의안이 타결돼도 내용적으로는 정부 개헌안보다도 못할 게 틀림없다. 주고받기 타협과정에서 국회의 자기중심성과 자유한국당의 당략우선주의가 개헌안 곳곳에 침투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만에 하나 여야합의 개헌안의 극적 도출에 성공할 경우 여야정치권은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며 배수진을 쳐야한다.

만약 여야 합의안이 촛불헌법이라고 부르기에 몹시 미흡하면 촛불시민들이 아예 개헌국민투표를 부결시켜 20대 국회 자체를 응징하는 것도 방법이다. 촛불시민혁명의 헌법적 완성을 위해서는 21대국회를 조기 구성한 후 명실상부한 국민주도개헌을 추진하는 편이 바람직할 수 있다. 국회의 민심괴리현상은 혹시 모를 국회의 여야 합의안에 대해서도 조금의 낙관도 허락하지 않는다.

촛불개헌은 침몰하지 않는다. 다음총선을 준비하자

현실적으로는 이번 6월 개헌시점을 놓치면 20대 국회에서는 개헌얘기를 다시 꺼내기 어렵다. 대통령 개헌안이 나왔는데 국회 일정으로 개헌이 진척되지 않으면 그나마 개헌을 주도했던 청와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청와대가 뒤로 빠지면 더 이상의 개헌동력은 기대할 수 없다.

그래도 대통령 개헌안이 모습을 드러낸 건 아주 좋은 일이었다. 덕분에 국민들은 현행 헌법의 구석구석에 어떤 문제와 흠결이 숨어있으며 어떻게 고쳐야하는지를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다. 비로소 촛불헌법이 추상적 구호에서 구체적 조문으로 내려왔고 좋은 헌법에 대한 상을 갖게 됐다. 덕분에 촛불개헌은 침몰하지 않는다. 2020년 총선이후 다시 본격적인 개헌정국이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문 대통령은 그때도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상황이다. 촛불세례를 받은 촛불대통령으로서 임기 내에 촛불헌법을 만들어내고 첫 번째로 적용받은 촛불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싶어서라도 촛불개헌에 적극적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20대 국회에 의한 촛불개헌시도를 큰 아쉬움 없이 단념하고 다음총선에서 승부를 거는 게 좋다. 어차피 문재인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구도를 바꾸기 위해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달릴 수밖에 없다.

막판타협을 위한 가이드라인


상황이 이런지라 벌써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리지만 여야 간에 막판타협을 위한 운명의 시간이 한번쯤 주어진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일을 그르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그동안 대안적 관점에서 내놓은 진단과 전망, 제안이 크게 틀리지 않다면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개헌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의 근간 유지에 먼저 합의해야
무엇보다 전제해야 할 것은 큰 틀에서 대통령제의 골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이 이원정부제나 그 변형으로서 총리국회추천제를 고집하면 판은 깨질 수밖에 없다. 정치문제에서 국민의 집단지성과 집단선호를 단기간에 이길 수 있는 전문지성이나 당리당략은 있을 수 없다. 우리국민들은 모두 이 땅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우리정치문화를 깊이 호흡하며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런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일관되게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전면 내각책임제는 물론 내치 내각책임제도 일관되게 경계한다.

그렇다면 세상없는 전문가도 국민의 대통령제 선호에는 아주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최대한 존중해야 바람직하다. 국민들은 분단구조와 재벌체제라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이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리더십을 요구한다고 믿는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정당들이 아직도 지역연고주의에 뿌리박고 대선후보용으로 급조되는 명망가주도형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대선 때마다 1인 거품정당들의 이합집산을 신물 나게 지켜본 입장에서는 내각책임제로 정당과 의회의 권한을 강화시켜주면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직감한다.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다선 국회보스들의 과두제적 호족연합정권이 돌아가며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론조사를 무비판적으로 믿자는 얘기가 아니다. 여론조사는 숙고 및 토론과정이 생략된다는 점에서 즉결민주주의의 한계를 갖는다. 여론조사를 숙의민주주의형 공론조사로 바꾸려는 시도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구조개헌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제로 일찌감치 결론이 났다. 여론조사기관들이 몇 년을 돌려봐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을 만큼 놀라운 일관성을 자랑한다. 나는 당분간 숙의민주주의 공론화과정을 도입해도 똑같은 결론이 날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처럼 전문가들이 TV토론에 나와 오스트리아나 핀란드의 성공사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는 짧은 시간에 정부형태에 관한 국민선호를 바꿀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숙의형 공론조사를 실시해도 최소한 17개 광역시도별로 각300명씩 총5100명의 시민이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정도는 돼야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각 정당이 추천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5천명이 넘는 전국의 공론조사 참가시민들에게 온라인 학습토론 자료를 제공하고 질의응답에 임할 것이다. 300명은 원탁토론방식의 내부토론과 전체토론을 거듭하며 마지막에 표결로 자신의 선호를 드러낸다. 이런 과정에서 이원정부제가 65%가 넘는 지지를 받지 않는다면 정치권은 이원정부제에 대한 집착을 당분간 내려놓아야 한다. 정부형태에 대한 기존의 의견대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런 절차가 필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방식을 택하지 않았던 게 몹시 아쉽다. 앞으로도 정부형태에 대해 한번은 이런 방식을 시도해서 숙고된 국민의견을 모야내야 한다고 믿는다.

요컨대, 현재의 상황에서는 여야가 권력구조 타협안을 만들어내려면 먼저 대통령제의 근간유지에 합의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사를 존중하는 국민대표기관의 자세다. 정부형태에 대해 야3당이 국민의 집단지성을 신뢰하고 양보해야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보다 훨씬 강화된 제왕적대통령 견제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권력통제의 헌법학과 사회과학을 따라야 한다. 이하에서 몇 가지 핵심만 간단간단히 짚어본다.

-제왕적대통령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해야
첫째, 국무총리의 각료제청권은 삭제해서 항상적 위헌사태를 종식시키는 게 국민과 헌법의 권위는 물론 대통령과 총리의 양심에 좋다.

둘째, 대통령의 장관(급) 인사에 반드시 국회동의를 요구해야 한다. 이미 국무위원 전원에 대해서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 운영되고 있지만 대통령한테는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분을 개헌으로 고쳐야 한다.

셋째, 권력기관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혁신적인 후보임명절차에 합의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지명권을 주는 대신 일반국무위원보다 국회동의요건을 한층 강화해서 단순과반수가 아닌 가중과반수(최소한 재적3/5이상)를 요구하는 정도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래야만 정부여당만의 권력기관장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넷째, 헌재와 선관위, 감사원 등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한 준사법적 합의제 헌법기관을 만들 때 적용해온 이른바 3부구성주의를 폐기해야 한다. 대통령 몫 1/3이라는 정권프리미엄을 붙이는 대신, 의석비례로 국회가 전원을 선출해야만 위원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확보될 수 있다. 다섯째, 현재 대법원장이 보유한 사법행정권과 법관인사권을 최고사법평의회를 신설해서 넘겨야 한다. 대법원장의 제왕적인사권을 최고사법평의회로 넘겨주고 나면 제왕적대통령이 제왕적대법원장을 통해 음양으로 행사했던 사법통제력도 사라진다. 이래야 제왕적대통령제가 끝이 난다.

길이 끝나도 길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작년 하반기부터 실시해 온 6차례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은 62.1~76.9%가 개헌을 바라고 80%가 6월 지방선거 때 동시실시를 원한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70% 가까운 국민들이 일관되게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자유한국당의 대통령-총리 투톱형 이원정부제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국회의 여론조사결과들은 여소야대 국회가 여대야소 민심을 조금도 대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한마디로 지지율 20% 자유한국당의 6월 동시개헌 사보타지는 무책임한 권력남용의 극치다. 자유한국당은 의석수만 믿고 민심의 바다를 거슬러감으로써 가혹한 국민심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제 국회에 주어진 시간이 20일도 안 남았다. 그 안에 여야합의 개헌안을 타결 짓지 못하면 6월 동시개헌은 물론이고 다음총선까지 향후 2년간 개헌논의 자체가 물 건너간다.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막무가내라면 개헌은 21대국회로 미루는 수밖에 없다. 너무 낙심할 것 없다. 1789년 프랑스혁명 때도 첫 헌법은 2년이 지나서야 나왔다. 마침 촛불이후 민심에 역주행을 거듭해온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심판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6월 지방선거를 거치고 나면 자유한국당은 민심의 심판을 받아 더 형편없이 쪼그라들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개헌무산상황을 너무 초조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그저 구체제가 무너진 곳에서 구세력이 마지막 굉음을 내고 있지만 국민의 추상같은 심판을 받아 일대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며 대범하게 넘기면 된다. 헌법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재산이자 국민을 위한 국민의 무기다. 우리국민은 이미 현행 헌법보다 좀 나은 대통령 헌법안을 맛봤다. 더 나은 촛불헌법을 향한 역사의 길이 조금 더 늘어지고 있지만 본래 길이 끝난 곳에서 새 길이 시작한다. 다행히 희망의 길이 보인다.

(이것으로 몹시 부족하지만 권력구조 개헌에 대한 11편의 연재 글을 마친다. 긴 글을 인내하며 읽어주신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