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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나가 좌판 깔려는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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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나가 좌판 깔려는 손학규

[김종배의 it] 손학규가 던진 건 '대표직' 뿐!

우선 가르자. 손학규가 내던진 건 민주당 대표직이다. 이 것뿐이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아니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도 아니다. 그는 쭉 간다. 그냥 가는 게 아니라 넓히며 간다. 예전처럼 지방에 내려가 칩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활동공간을 넓힌다. 서울시장 야권 통합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변호사를 적극 돕는다고 했으니 활동공간을 민주당 안팎으로 넓힐 것이다. 이게 포인트다. 손학규가 민주당 대표직을 내던진 이유, 아니 전략을 체크할 수 있는 포인트다.

'안철수 바람'에서 시작해 야권 통합후보 선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아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문재인 현상'이 나타난 때부터 복기할 수도 있다. 이 과정 내내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이 있다. '장'이 선 곳이 민주당 안이 아니라 밖이었다는 점이다. 문재인도 그랬고, 안철수도 그랬으며, 박원순도 그랬다. 모두가 민주당 밖에 있으면서 대중적 세를 모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런 현상 이면에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반MB 정서를 표출하고 싶으면서도 민주당을 통해 표출하기에는 왠지 찜찜하고 감질 나는 대중의 불만이 깔려있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 ⓒ프레시안(손문상)
반면에 민주당은 잠잠하다 못해 가라앉았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당 밖과는 달리 당 안은 정태적이었고, 현실 고착적이었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잇달아 승리한 것에 도취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 하고 읊조렸다. 그러다가 깨져버렸다. '안철수 바람'이 불고 박원순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이런 기원이 일거에 깨져나갔다. 민주당 지지층의 60% 정도가 안철수 원장으로 돌아서고, 민주당 지지층의 30% 정도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실 고착적인 현상이 결국은 제 무덤을 파는 꼴이었음이 확인됐다.

손학규의 대표직 사퇴를 이 흐름 속에서 살피면 그의 이후 전략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손학규가 민주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면 두 가지 손해를 본다. 발목이 잡히고 굴레를 뒤집어쓴다. 통합과 연대를 놓고 저울질 하는 민주당 내부 세력 틈바구니에서 조율하고 조정하는 데 세월을 허송해야 한다. 더불어 그 와중에서 연출될 지리멸렬함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 가뜩이나 민주당 이미지가 안 좋은 판에 더 큰 덤터기를 쓰게 된다.

반면에 대표직을 던져버리고 '리베로'를 자처하면 얻는 게 많다. 박원순 변호사 지원을 명분으로 삼고, 통합과 연대를 목적으로 삼아 민주당 안과 밖을 넘나들면 자유롭게 말 할 수 있고 자기 본위로 이미지를 설정할 수 있다. 음지에서 통합과 연대를 조율해봤자 티도 안 나고 이문도 안 나지만 양지에서 통합과 연대를 부르짖으면 때깔도 나고 지지도 얻는다고 기대할 만하다. 여기에 박원순 변호사를 성심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연출하면 진정성도 획득할지 모른다고 기대할 만하다.

여기서 민주당의 견인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손학규가 대표직을 사퇴함으로써 당 지도부의 공동화 현상을 낳고, 이것이 민주당 안의 통합과 연대 논의 동력을 쇠잔시킬 공산도 다분하지만 손학규에게 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대선 주자로서의 자기 앞날이다.

이렇게 보면 손학규의 대표직 사퇴는 전적으로 개인적 선택이다. 더 좁혀 말하면 개인을 위한 선택이다. 후미진 골목 구석의 점포를 갖고 있느니 왁자한 장터에서 좌판 까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결과다. 겉만 번지르르한 점포보다는 행색은 초라해도 알짜배기인 좌판이 낫다고 여긴 결과다.

어차피 손해 보는 건 없다. 대선 출마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따라 그의 대표직 수명은 12월로 끝난다. 길어봤자 2개월 차이다. 대표직을 2개월 더 수행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대표직을 2개월 일찍 내던짐으로써 얻는 게 더 많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기준으로 역산을 해 보면 통합과 연대의 시한은 사실상 연말까지다. 내년 1월이 되면 당이 공천체제로 돌아야 하기 때문에 이후의 통합과 연대 논의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손학규 대표는 이 2개월여 동안 짧고 굵게 베팅을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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