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 책임을 지겠다"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사의 표명이 당내 반대에 부딪혀 사퇴 시기가 미뤄졌다. 당내에선 10.26 재보궐 선거를 지도부 공백 상태로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손학규 대표는 4일 오후 2시 30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김진표, 이미경, 정장선 의원 등 10여 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손 대표를 막아서면서 기자 간담회를 열지 못했다.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은 "의원들이 보궐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최대한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대표가 선거 지휘를 해야 한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렸고 손 대표는 아무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손 대표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5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대표직 사임이 의원들의 의결 사항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가 이를 수용한 것은 사퇴 만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또 이는 손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사를 철회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최대 계파인 진보개혁모임은 김근태, 문희상, 한명숙 공동대표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 "지금은 민주당이 단결해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를 지원해야 할 때"라며 "민주당 대표의 사퇴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의 '사의 표명'은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된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손 대표 측의 설명이다. "박영선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의 허탈감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냐"는 논리다.
손 대표 개인으로는 당내 비주류 등의 '손학규 흔들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 과정에서 손 대표는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등과 고성까지 오고가는 논쟁을 벌여야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지금 사퇴하면 다른 지도부의 거취 문제도 불거지고 결국 조기 전당대회로 갈 수밖에 없는데, 선거를 앞두고 이는 사실 말이 안 된다"며 "비주류 인사들의 예상되는 책임 추궁을 향한 제스쳐로 봐야 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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